이규택 전 친박연대 대표 `천막당사 짓고 박근혜 돕겠다`

이규택 전 친박연대 대표 "천막당사 짓고 박근혜 돕겠다"

[스포츠서울닷컴ㅣ박형남기자]12일 만난 이규택 전 친박연대 대표는 아직까지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청원 전 대표가 내 식구들을 다 쫓아냈다.", "서 전 대표 뒤에는 A씨가 있었다." 등 가슴에 담은 얘기를 쏟아냈다. 여과 없이 보도할 경우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폭탄발언도 많았다. 이 전 대표는 최근에 원외인사이자 소수정당 대표로는 드물게 매스컴의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서청원 전 대표와의 갈등…"천막당사 지어 '제2의 친박연대 돌풍' 기대"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둘러싸고 서청원 전 대표와 전혀 다른 입장을 발표하면서 결국 2년간 몸담았던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를 탈당했다. 서 전 대표가 무조건적인 한나라당과의 합당선언을 발표한데 비해 이 전 대표는 심대평 의원이 창당한 국민중심당과의 정치적 연대를 모색했다. 결국 두 가지 시도 모두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의 합당을 지방선거 이후로 유보했고, 국민중심당과의 합당은 물 건너 갔다.

잔뜩 날이선 이 전 대표는 마치 인터뷰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래희망연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당을 위해 일한사람은 극소수"라고 '친정'을 맹비판했다. 현재 그는 미래희망연합 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조만간 시도당 창당을 완료하고 중앙당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재미 있는 것이 미래희망연합의 '천막당사' 구상. 2004년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다"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천막당사'를 차려놓고 '헝그리정신'을 강조한데서 착안한 것. 부지도 선정해 놨고, 막바지 입주 작업이 한창이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제2의 친박연대 돌풍'을 기대,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전, '박근혜 외곽조직'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지난 12일 오후 미래희망연합 임시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역삼동 인근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미래희망연대 원칙, 신뢰, 정도 무너져…"서청원 전 대표 내 식구 쫓아냈다"

- 갑작스럽게 미래희망연대를 탈당했다.
"원칙, 신뢰, 정도가 한꺼번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당론을 바꿨고, 인재 영입 등을 하면서 1천명이 몰려들었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옥중서신을 통해 '조건 없는 합당 선언'을 했어요. 국민들에게 지방선거에 나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수습할 방법이 없더군요. 오히려 스스로 '국민에게 사기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한나라당은 미래희망연대가 늘 걸림돌이었을 거예요. 여의도연구소 자체조사에서 9%의 지지율이 나왔거든요.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 수용생활을 할 수 없는 서청원 전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등 친박연대를 죽이기에 나섰죠. 한마디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짜고 서 전 대표를 사면하지 않은 셈이지요. 실제로 청와대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만큼 MB측에서는 외곽세력이 무서웠을 겁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세종시 원안을 수정으로 뒤집으라는 것은 아닌지…."

- 한나라당-청와대 공작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서 대표가 조건 없는 합당을 한 이유는.
"어떻게 보면 '자신만 살겠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 서 전 대표와 상의도 없을 정도로 '명함'만 당 공동대표로 '허수아비 대표'였습니까.
"허수아비였어요. 갑자기 들어온 사람들이 당내의 내 식구를 내쫓더군요. 여러번 얘기를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죠. 또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과 합당에 관해 심의, 의결 했는데 대의원 128명 중 91명이 출석했어요. 그것은 정당대회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도 8명이 있고, 국민으로부터 200여만표가 넘는 지지를 받았으면 정당정치를 해야죠. 자기 식구들만 모아놓고 전당대회를 했어요. 더욱이 서 전 대표 뒤에는 A씨가 있어요. 어찌나 기가 막힌지….(A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들으려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친박연대 일부 의원 무임승차…"한나라당 합당 '뒤통수' 맞을 수도"

이 전 대표는 할 말이 많은지 미래희망연대에 대한 불만을 계속 토로했다. 그는 "친박연대 창당 당시 당을 위해 뛰었던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일부 의원들은 열심히 직책도 없이 무임승차했다"라고 비판했다.

친박연대 태생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서 전 대표와 홍사덕 의원을 이 전 대표가 영입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그는 "사실 친박연대는 서 전 대표가 아니라 K, J, Y씨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당"라며 "직접 전화를 걸어 서 전 대표와 홍사덕 의원을 영입했었다"라고 털어놨다.

- 이 전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합당에 반대, 결국 탈당했다. 미래희망연대-한나라당이 통합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한나라당과 합당은 안될 것 같아요. 지금 일방적으로 합당을 주장하고 있을 뿐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이후에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방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자칫 한나라당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미래희망연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거예요. 절대 함께 할 수 없어요. 도덕성을 잃은 당과 어떻게 함께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정도'가 아니라고 얘기할 겁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보 '영입'…"친박간의 대결 피하겠다"

- 독자적으로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내야한다. 인물이 있나.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후보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경남, 충북, 인천지역 후보자들은 적지 않습니다. 서울, 경기 후보군을 찾고 있죠. 미래희망연대에 몸담고 있는 A의원에게 출마 제의를 하기는 했으나 끌고 오고 싶어도 끌어올 수 없는 상황이에요."

- 경기도지사로 출마할 생각이 없는가.
"최악이 될 지 최고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사람을 찾고 있는 입장이에요. 선거를 진두지휘해야하니까요. 때문에 경기도지사로 출마, 경기도에 얽매일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내서 출마한 다음 총선을 바라볼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당선자를 내느냐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한나라당 탈락후보들 중에 후보군을 낼 수도 있다고 했는데, 16대 시도당 후보를 다 낼 예정인가.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모두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에요. 솔직히 '친박'이 아니면 더욱 그렇습니다. 과거 친이계 때문에 공천탈락하고 그랬는데요. 또 친박후보군들이 나와있는 지역에도 후보를 내지 않을 계획이에요."

- 친박간의 대결은 피한다는 말인가.
"원칙은 아니지만 광역단체장에 친박 후보가 있으면 친박끼리 붙으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부담'되는 조직…"친박 일부 의원 '독자적으로 커라!' 강조"

-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연합'에 대해 정당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미래희망연합에 대해서 잘 몰라요. 다만 우리가 지지하는 것뿐이에요. 지금도 '친박정신을 가져가겠다'라는 얘기죠. 그리고 친박연합은 '친박'이라는 명칭을 썼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이 내려진 것이에요. 저희와는 무관하죠. 미래희망연합은 '친박정신'을 표방하돼, 당 명칭은 미래희망연합이거든요."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엄청난 부담이 될 거예요. 선거 때 몇 군데서 승리를 한다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실패한다면 부담이 더 커지겠죠. 대신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제도권 안에 들어와서 친박세력을 확대하겠다는 게 큰 목적이에요. 당에 들어가서 죽을 바에야 바깥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 일종의 '범친박세력'을 만들어 박 전 대표를 대권에서 승리하도록 도우려는 거죠."

-친박계 의원들과는 교감이 있나.
"미래희망연대는 합당을 원하고 있고, 저희는 탈당했어요. 그리고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계획입니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저희를 견제하거나 긴장할 수밖에 없죠. 접촉은 없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접촉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친박 내부에서는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말도 나오는데.
"친박 내부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눠져 있어요. 박 전 대표를 모시고 있는 분들은 부담스러워하고 모셨던 분들은 '독자적으로 커라'라고 얘기를 해요."

심대평과의 '해프닝'…"서청원 전 대표와 이미 얘기가 오갔다"

- 최근 심대평 의원과의 합당이 해프닝으로 끝났다.
"심 의원도 욕심이 없었어요.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서류까지 만들고, 모든 얘기가 끝났는데 서 전 대표의 '조건 없는 합당'이 터진거죠."

-이 전 대표 독자적으로 '합당'을 추진했다는 말도 있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결코 독단적으로 합당을 추진한 적이 없어요. 서청원 전 대표와 이미 얘기가 오갔죠. 심 의원이 자유선진당을 탈당하자, 이틀 뒤 저녁식사자리에 이러한 얘기가 오고갔어요."

- 같이 갈 수는 없나.
"미래희망연대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인기도 좋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심 의원 측이 합당하려고 하겠어요. 같이 갈수는 없을 것 같아요.(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오로지 '심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 마지막으로 미래희망연대에 몸담았다. 그곳 생활을 정리하자면.
"박 전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외곽부대로 있으면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고 후원도 많이 했어요. 때문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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