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을 앞두고 폴리뉴스·월간 <폴리피플>이 시도하고 있는 후보검증 토론회의 두 번째 순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4월 22일 개최된 좌담에는 고성국 정치학 박사, 신율 명지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김능구 e윈컴 대표가 참석했으며 본지 이명식 편집주간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박 전 대표가 살아온 삶과 국민에게 비치는 모습 그리고 정치책과 철학, 비전에 대해 조명했고 향후 정치일정에서 예상되는 변수들과 과연 ‘대세론’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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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정치학 박사/김능구 e윈컴 대표/신율 명지대 교수/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
사회: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에 대해서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김능구 대표는 대세론은 거품이고 앞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여론
조사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택수 대표는 앞으로 추이를 어떻게 보나?
이택수: 박 전 대표가
아버지로부터 독립했다고 생각하는데, 18년간의 암흑시기 이후 97년 자기
이름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기업으로 치자면 상장시키기 위해 2007년 IPO를 했다가 실패했다. 2008년 공천 파동 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지율이 40%대로 고공행진 한다. 아버지 영향을 받던 97년 이전과 시대를 구분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계속 행보가 이어져오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으로 인해 지지율이 유지돼 오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대선주자로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계속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소통의 부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내면 항상 그 반작용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식이었다. 아까 실기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편으로는 기회를 놓쳤다기보다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본인이 늦추는 전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 때문에 빠졌던 지지율이 회복하는 단계다. 그렇다고 다시 40%대로 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김 대표께서 박근혜 대세론에 거품이 있다고 하셨는데 거품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신뢰도도 분명 떨어질 수 있겠지만 박정희, 육영수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기 때문에 쉽게 꺼질 거품은 아니라고 본다.
고성국: 박근혜가 확실히 대세라고 본다. 그러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세는 대세다. 어떤 대세론이든 본인이 실수하면 다 무너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런데 지금의 박근혜 대세는 단단한 대세라고 느낀다. 여러 조사에서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이 전 연령, 전 성별, 전 지역에서 다 1등이다.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고르다. 단순히 지지도뿐만 아니라 친밀도, 신뢰도, 호감도도 다 1등이다. 지지도는 1등인데 친밀도는 좀 낮다면 허점이 보일 텐데 대부분이 맞물리면서 지지도를 구성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느낀다.
박 전 대표가 지지도를 유지하는 제일 큰 요소는 박근혜가 후보로서 갖고 있는 매력이다. 세가
조직적으로 받쳐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 40~50명 정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도 않다. 박사모 등 여러
팬클럽들이 있지만 과거 노사모와 같은 것은 아니다. 다른 정치인에 비해서 박근혜 지지도는 박근혜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바가 상대적으로 크다. 저는 이를 매력이라고 표현하는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를테면 매력 없는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매력적으로 되기 힘들다. 지금도 대중을 접촉하면 대중흡수력이 드러나는데, 굉장히 적대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도 악수를 하고 나면 마음이 풀린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제가 여럿 만난다. 저는 긴급조치 시대 사람이라 제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박정희 대통령 때 감옥살이 하고 부당한 경험을 당했던 사람이 많다. 박정희에 대한 원한이 있고 독재자 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저런 우연한 기회에 박근혜와 만나 악수를 하는 30초간 마음이 푸근해지더라는 것이다. 시골장터에서 아주머니들이 박근혜에게 보이는 반응은 젊은이들이 탤런트와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정도의 열광이다. 이는 노사모의 열광과는 다르다. 노사모에게는 하나의 중심가치가 있고 어느 정도 체계화된 이념 등이 결합돼 있는데 박근혜에게 전혀 그렇지 않아도 열광하는 것은 후보로서 갖고 있는 매력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강력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꺼지지 않을 것이다. 점수를 많이 따고 있는 선수가 굳이 인파이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김능구: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만약 박정희가 지금 대중정치판에 나왔다면 그보다 더 열광적일 것이다. 박근혜에 열광적인 50~60대 아주머니, 할머니들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딸 같다. 남의 일이 아니다”고 하는데 그것이 먼저 출발했다. 이택수 대표의 말과 달리, 97년도에 박근혜가 보궐선거에 차출될 때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 딸이 차출된 것이다. 본인이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보수당 입장에서는 도저히 진보개혁세력의 공세를 막아낼 방법이 없던 중에 박정희 딸을 데려온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 정도,
여론조사 지지율이나 시골장터에서 몰려든 열광적인 아주머니 층을 저도 봤는데, 20년간 유명한 정치인에게 몰려오는 대중들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 박근혜에 몰려든 대중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중심은 ‘박정희’이고
기본은 ‘박정희+α’ 정도지 완전히 새로운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 보여준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시기별로 74년, 79년, 97년, 2002년, 2007년으로 구분했을 때 박근혜에게 그전부터 있어 왔던 견결성, 엄격한
교육 등의 이미지가 있지만 다변하는 시대에 본인이 뭔가 비전을 내놓고 서로 논쟁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여의포럼 가서 김무성 등 친박그룹에게 내가 “치마 밑에 숨어있지 마라”고 했더니 아무 소리 못했다. 이는 아주 위험한
리더십이다. 지난 2월부터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박근혜에 대해서 “소통하라. 왜 암흑의 침묵정치를 하려 하느냐”면서 공격했다. 진보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바뀌어야 하는데 도저히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정현 의원에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는데 “당연히 큰 정치인이든 작은 정치인이든 국정현안에 대해서 국민에게 자기 입장과 대안을 내놓는 것은 책무다. 그 책무를 게을리 하고
회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듯 하는
리더십은 급변하는 지금의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조중동도 어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최근
부산의 단체장 분들을 만나고 왔는데 전부 하는 이야기가, 링 위에 한 명만
올라가 있으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여론조사가 압도적인 것을 모두 명쾌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면서 개혁중도 후보가 링 위에 올라오면 대세는 뒤집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세론을 지난 2007년 경선 때와 비교해봐야 한다. 그때를 보면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30·40대,
화이트컬러 측에서 이명박에게 거의 55:15 정도로 졌다. 이후에도 계속 20%대로 뒤졌었는데 그 부분이 현재 외향적으로는
극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조사에 들어가면 박근혜 지지에 대한 근본적인 동기는 생기지 않았다. 여전히 그 부분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신 율: 제가 생각할 때 대세론이 형성되기 위해서 먼저 가야 할 것, 우리나라 정치지형에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지역주의라고 생각한다. 3김시대의 3김은 다 특정지역의 맹주들이다. 이분들은 모두 기본적인 뒷받침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특정지역의 맹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맹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맹주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 속에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맹주의
냄새를 풍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박사께서 악수를 하면 사르르 녹는다고 했던 대목과 관련해, 과거에 박정희 이야기만 나와도 대단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지난 일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와 완전히 다른 여자가 내 눈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으니 애증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황송해지는 것이다. 내가 드디어 인정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카리스마다. 이 사람에게 분명히 카리스마가 있다. 고 박사님 말씀하셨듯이 노사모 없이 그 정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카리스마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세론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과거 고건 후보나 이회창 후보 때는 50%에 가까운 지지율이 나왔다. 그 정도면 대세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일정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30%±2~3%에서 왔다 갔다 한다. 물론 친박 쪽에서 양자구도가 되면 확 올라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야당은 바람선거를 많이 하는데 지금 야당에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바람이 불게 되도 그런 등식이 성립할지 굉장히 의문이 드는 것이다.
앞서 지역주의를 말씀드렸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지역맹주가 사라진 상태에서 대통령이 된 분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이 두 사람 다 당내 비주류였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첫째,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주류보다 상대적으로 신선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들은 모두 찢어지게 가난했다. 우리나라는 선거 때만 되면 누가누가 더 가난했나 갖고 경쟁한다. 하다못해 정몽준 전 대표도 6.25 사진 꺼내들고 “나도 전쟁 때 이렇게 가난했다”고 했다. 이렇게 ‘가난 경쟁’, ‘가난 마케팅’을 한다. 이를 흔히 정책에서 대응성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양극화가 벌어질수록 ‘내가 가난한데 저 사람도 과거에 가난했으니까 저 사람은 나를 잘 이해해줄 것 같다’는
심리가 더 커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가 옛날에 해봐서 다 아는데…”라고 하지 않나. 둘째는 ‘가난 경쟁’이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도 좌우지간 학생 때나마 뭔가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40대 이상 유권자들이 항상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회 기여는
경제발전보다는 짓눌렸던 시대에
대학교 다니면서 뭔가 했다 하는 측면이다. 세 가지가 대세론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다.
대세론이 성립하기 위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특정지역의 맹주인 과거 3김보다 덜하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한 이 세 가지 중 몇 가지를 갖고 있느냐, 이를 생각하면 많이 달라진다. 과거에 민주화운동과 반대쪽에 있었고, 둘째 가난하기는커녕 청와대에 있는 공주 이미지였고, 비주류였느냐는 부분에 있어서 비주류지만 표면적인 비주류이고 실제는 주류같은 비주류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진정한 대세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한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고성국: 박근혜는 아직까지 선거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후보로서 전면에 나서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나 곧 그럴 때가 올 것이다. 방금 신 교수 말씀이나 김 대표 말씀에 대한 변수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설명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2007년 경선 때도 그렇고 박근혜에게 가장 많이 제기돼 왔던 것이
결혼도 안 해보고 살림도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고 아이 낳아본 적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박근혜는 부정하게 돈을 축적할 일이 없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도둑질할 일도 없고, 오로지 남은 인생을 국가에 헌납하고 죽을 수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근혜에게 제기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변명할 것인가, 아니면 그 문제제기를 인정하면서도 그 문제제기 이면을 가지고 Positive한 방식으로 설명할 것인가. 저는 박근혜
캐릭터상 Negative 공세에 Negative로 맞받아치기보다는 Negative 공세조차도 Positive한 자기 방식으로 설명하고 넘어가려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방식의 설명은 듣는 사람들, 특히 Negative 공세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Negative 공세 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내 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방을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와 몇 표라도 나를 찍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찍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 어법구사를 할 것이다. 그 부분은 앞으로 본인 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숙제로 남겨야 한다. 박근혜와 관련해서 많은 부분이 그렇다.
앞서 김 대표 말씀 중 대세론이 수도권 30, 40대 지지도가 외형상 보완된 것 같지만 여전히 취약하다고 하셨는데,
포인트 중 하나라고 본다. 결국 내년에도 1:1 대결구도로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30, 40대
중간층이 대권의 향배를 가를 것이고 그 부분에서 박근혜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말씀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최대 숙제다.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박근혜가 수도권 30, 40대층에게 본인이 소구력 있도록 자기 자신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실제 그렇게 안 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 안을 낸다거나 이명박 정부보다는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낼 것 같은 분위기,
스탠포드대에서 강연한 ‘원칙 있는 자본주의’ 등은 30, 40대 수도권 중간층의
감성과 논리, 가치질서에 비교적 부합하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듯하다.
가설적인 이야기인데, 박근혜는
혼자 힘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좀 힘든 사람이다. 그것은 야권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손학규, 유시민도 혼자 힘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들 같지는 않다. 따지고 보면 DJ도 노무현도 혼자 힘으로 된 사람들이 아니다. 따라서 박근혜 역시 혼자 힘으로 되기에 2%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보면, 수도권 중간층을 누군가와 손을 잡고 획득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손을 잡고 박근혜를 도와 수도권 30, 40대를 끌어당길
파트너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예컨대 이회창은 아닌 듯하다. 지금의 안상수 체제가 그렇게 해줄 것인가. 이재오, 이상득과 같은 舊정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 줄 것인가. 메이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메이커 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박근혜가 정말 대선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비우고 과감하게 승부를 하려 한다면 한나라당이 먼저 40대 기수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그래야 얼마 안 있어서 이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8월 21일 이명박과의 회동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전까지의 박근혜와 8.21 전격회동 이후의 박근혜 행보는 외형상 다르다. 속마음까지 달라지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외형상 달라졌다. 지금까지 어쨌든 관리를 해내고 있다
사회: 2012년으로 가는 과정에서 박근혜가
콘텐츠가 부족하고 정책에 있어 실기를 잘하고 잘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과연 앞으로 비전 있는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지, 박근혜를 둘러싸고 있는
맨파워, 국가경영을 책임질 집단이 형성되고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보자.
신 율: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데, 첫째 정책에 의해서 어떤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가 바뀌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는 굉장히 오른쪽으로 가 있는 이미지이고 유시민 대표는 굉장히 왼쪽으로 가 있는 이미지이다. 설령 유시민 대표가 안보국방정책에 대해서 엄청나게 이야기하더라도 가운데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책을 가지고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단시간 안에 될 수 없다. 단시간에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을 쓰는 것이다. 따라서 맨파워를 써야 하는데 들여다보면 전부 예상된 사람들만 있다. 파워는 파워지만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맨파워는 절대 아니다. 그 사람들은 백날 중도, 레디컬한 좌파정책을 생각하려 해도 이미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혀 의외에 있는 사람이 최소한 20명 이상은 가줘야 박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한 느낌이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책과 맨파워를 말씀하셨는데, 맨파워 정책은 결국 지지율의 외연확대를 위해서 중요한 것인데, 지금 상태의 박 전 대표의 맨파워나 정책 가지고는 힘들다고 본다. 복지야 요새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다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아주 의외의 인물들 다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불어 외연확대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를 내놓았을 때 ‘드디어 나오기 시작했구나. 2007년 이후 부족했던 콘텐츠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뼈대밖에 없었다. 예컨대 2007년 경선 때 사람들에게 선명히
각인돼 있는 줄푸세와의 모순과 차이에 대한 설명도 없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놓았을 때 가장 중요한 재원조달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것이 거의 없다. 이는 서로 협의하고 연구해서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고 일단 큰 가닥은 잡아놓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고 박사께서 선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선거가 시작돼야 내놓기 시작하는 것인가? 저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현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당 지도부가 해야 될 일이지 본인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래서 조중동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수첩공주, 콘텐츠의 부재 등 지금 국민에게 대한민국호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검증받아야 한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도 저런 식으로 발뺌하려 하고, 본인은 큰 피해 없이 가려는 모습이 별로 좋지 않다. 세종시도 시끄러울 때는 침묵하다가 막판 가서 한마디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언론이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 제대로 짚어야 한다.
고성국: 박근혜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탁월한 비전과 정책,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으로 그렇다고 해서 다른 후보들보다 특별히 콘텐츠가 없다거나 역량이 떨어진다거나 비전, 정책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어차피 우리가 대통령을 택할 때 상대적인 것인데, 박근혜가 손학규보다 비전이 없으면 얼마나 없으며 유시민보다 정책이 없으면 얼마나 없겠나? 내가 보기에는 비슷비슷하다. 신 교수 말씀대로 정말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학규도 유시민도 박근혜도 김문수도 결국 사람과 더불어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이미 다 만들어놓은 것을 갖고 뭔가 하려 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표명에 대해 오히려 저는 박근혜가
타이밍을 아주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문제도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박근혜 식으로 한다면 저렇게 타이밍을 잡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동남권 신공항 발표 후 박근혜가 이야기하기 훨씬 전부터 박근혜의 입장은 이럴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제가 박근혜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보면 읽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기
메시지를 던져온 것이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친이 쪽에서는 ‘왜 다 끝난 뒤에 그러느냐’고 하고 있지만 세종시 원안 약속 지키라는 것은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박근혜가 해왔던 이야기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문제이지, ‘뒷북치듯’, ‘야비하다’는 식으로 친이계가 주로 공격하는데 이는 좀 정략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국민 다수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종시에 대한 박근혜 입장이 뭔지에 대해 국민 다수가 이해를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박근혜의 생각을 동남권 사람들이 몰랐을까, 그래서 정부가 백지화한 하루 다음 날 박근혜가 이야기하니까 그때서야 박근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동남권 사람들은 박근혜도 동남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하물며 정부인들 몰랐겠냐는 것이다. 박근혜 방식을 정략적인 프레임 속에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신 율: 대세론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친이계, 특히 이재오 장관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의 박근혜 흔들기가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대세론이 만일 있다면 아무리 쥐고 흔들어도 겁나서 못한다. 그런데 계속 흔들고 있다. 제가 한번
신문에 ‘이번 4.27 재보선은 박근혜 대항마 콘테스트’라고 표현했다. 이는 아직도 친이계 속마음은 흔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박 전 대표가 모를 리 없다.
최근 제가
헤럴드경제에
소설식으로 쓴 칼럼이 있는데, 이번 재보선 끝난 뒤 결과에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간에 이재오 장관이 등장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그냥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헌을 갖고 등장할 것이다. 사람들이 보수대연합, 야권연대를 말할 때 이재오 장관은 권력분산형 개헌을 들고 나와서 판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놓을 수 있다. 그랬을 때 박 전 대표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것이고 이는 진짜 대세론이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민주당 일부가 나오고 자유선진당, 친이계를 섞어버리는 상태가 돼도 박 전 대표가 멀쩡할 것인가. 만약 그런 사태가 도래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어느 정도인지 판가름 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고성국: 연장선상에서, 박근혜가 이미 인의 장막에 쌓여 있는 것 아닌가, 국민과의 소통 이전에 충고를 들을 통로는 있는 것인지에 대해 걱정들을 하는 것 같다. 그 부분도 박근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지금의 친박계는 2008년 공천학살을 거치고 살아남아 결집됐기 때문에 굉장히 방어적이다. 사선을 넘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리 박근혜는 대세였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비주류였다. 이성헌 의원 같은 친박의 핵심도 사찰 당하는 판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생존을 위해 똘똘 뭉쳐 있었던 것이 정황상 이해는 되지만 그것이 옳은 것인가, 또 그렇게 계속 가면 이길 수 있을 것인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황상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그럴 단계는 지났다. 또, 그런 방식으로 계속 가서는 이회창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그것은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기도 하고, 단발적인 정책 한두 개로 이미지 변신 하는 것이 아니라 신 교수 말씀대로 누가 봐도 ‘저 정도 사람들이 한다면’ 하고 느낄 만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줘서 주위에 놓을 정도는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결단이 필요하다. 또 박근혜가 결단하면 친박계 누구도 거기에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문제는 내년 4월 공천혁명과
연관된다. 더 나아가 박근혜의 지금 심리상태는 본인은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꼭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본인이 대통령이 돼서 2013년 임기를 시작해 5년간 자기의 아버지가 하려고 했던, 또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선진화를 위해서 뭔가 하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수가 돼서 본인을 든든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내년 총선에서 만약 과반수가 안 되고
일당도 못 들면 여소야대에서 자기가 대통령 자리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박근혜는 12월 대선에서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정국을 보기 때문에 4월 총선은 자기 총선이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당이 과반수를 하느냐 못 하느냐의 선거로 볼 가능성이 크다. 또 대통령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그렇게 봐야 마땅하다. 그건 박근혜건 손학규건 유시민이건 김문수건 내년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총선을 자기 선거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총선 전면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본다.
전면에 나서서 지금과 같은 과반수 또는 일당을 목표로 하려면 지금과 같은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은 이미 내렸을 것이고 두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다. 첫 번째는 공천혁명, 두 번째는 지도부의 완전한 쇄신이다. 공천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친이계를 학살하는 형식으로 갈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정치보복의 덫에 걸릴 수도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친박부터 먼저 정리하는 방식으로 친이계를 압박해서 전체적으로 공천혁명의 물고를 트는 방식이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지금 친박계가 많게는 50명 정도라고 볼 때 여기에는 4선 의원들이 많다. 이러한 노쇠한 이미지가 박근혜가 대통령 되는 데 실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용퇴할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박근혜를 위해서 우리가 먼저 길을 터주자’고 하면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예컨대 친박계 절반 이상이 먼저 던져버리고 공천혁명 물꼬를 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재오가 지금 하듯이 친이계 몇 십 명 모아서 세 과시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조족지혈(鳥足之血)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박근혜가 드라이브 걸면 총선을 승리할 수 있고 그 힘으로 대세론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4.27 재보선 이후 정국구도를 봐야 한다.
이택수: 대세론에 양면성이 있다. 25~30% 사이의 굳건한 지지율만 보면 확장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있다.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RDD 방식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전화번호부에 등재돼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시켜서 조사를 하게 됐을 때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p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굳건했다. 32% 정도의 변함없는 지지율을 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한국경제신문에서
온라인조사를 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36% 지지도가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인터넷이나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한나라당 잠룡들은 인기가 없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RDD로 하건 인터넷으로 하건 굳건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세론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저희가 매일 조사하는데, 20, 30대 지지율이 낮음에도 1등은 계속 유지하고 있고 40대, 50대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 트위터 이용자들에게도 5%밖에 안 빠진다. 현실적인 데이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경쟁과정을 포함해 40% 이상의 확장성은 검증되지 않다는 취약성이 있었다. 본인 지분은 있을지언정 35% 이상을 넘어서서 40~50%의 자기 지지율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나 여의포럼, 친박 의원들이 봤을 때는
불안한 것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대세론이고 굳건해 보이지만 자신들은 정말 불안한 것이다.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이슈만 던질 수밖에 없고 타이밍도 그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때를 보는 것 같다.
정책적인 부분은 아직 국민에게 많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3월
동아일보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인의 지지율은 30%대 중반으로 나오는데 각
개별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가비전, 안보위기, 국민통합, 남북관계, 경제살리기 5개 모든 항목에 있어서 본인의 평균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다. 작년에 한국형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평가받은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서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진보든 보수든 평가 받는 과정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일반 이미지나 호감도에 있어서도 굳건하지만 각 요소들에 있어서 여전히 박 전 대표가 정책에 있어서는 아직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 부분이 극복돼야 대세가 정말 대세가 될 것이다.
신 율: 유시민 대표도 15%에 묶여 있는 것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 하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 30%, 유시민 대표는 15%로 딱 묶여 있다. 따라서 고정지지층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유시민 대표를 무시하고 대선을 치를 수도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을 내보냈을 때 될 것 같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둘의 공통점이 묶여 있다는 점과 외연 확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선거뿐만 아니라 외국 선거에서도 정책을 갖고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바마의 경우 유색인종이 나와서 변화시키겠다는데 진짜 많이 변할 것 같으니까 찍은 것이고,
이탈리아에 변변치 않은 베를루스코니가 두 번씩이나 총리가 된 이유는 뭔가 할 것 같으니까 찍은 것이다. 콘텐츠를 보고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번에
중앙일보가 저에게 전화 와서 “기초의원선거에서 후보자 15명이 전과자인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는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후보자 공지하는데 누가 그거 들여다보고 투표하나? 나도 우리 지역 구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일반유권자들에게 그러한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똑같이 정책에 대해 언론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빙자한 이미지 구축 과정이지, 정책의 구체성은 사실 선거에서 중요하지 않다.
고성국: 결국 정책이 아니라 이슈다. 지난 6.2선거에서 지금까지 사람들 기억에 남은 것은 무상급식 하나다. 옳고 그름이 아니다. 무상급식 이슈를 먼저 선점한 당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긴 것이다. 2007년 선거의 이슈는 BBK였다. 끝까지 BBK로 가다가
대검에서 무혐의 처리해버리자 그 순간 선거가 끝나버렸다. 결국 2012년에도 그와 유사하게 핵심이슈 한두 개가 선거를 끌어갈 것이고, 정책이 있느냐 없느냐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김능구: 내년은 지난 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있는데, 92년 당시는 YS 대세론이 있었다. YS는 비주류 소수였다. 그때 민정당 김윤환 의원이 총대를 메고 신주류를 형성해내면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표지에 보름 내내 친이, 친박 관련해서 나오고 있는데, 이재오, 청와대 쪽에서는 야당보다 박근혜를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손을 벌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박근혜와 친박그룹의 해결 여하에 따라 대세론의 실체도 드러날 것이다.
고성국: 92년 상황에서 끝까지 YS에게 양보할 수 없다고 했던 사람이 박태준과 이종찬이다. 결국 이종찬은 탈당하면서 끝났고 박태준도 거기에서 더 이상 뭔가 하지 못하고 끝났다. 어쨌든 허주가 대세를 만들었는데 그때 허주가 허주일 수 있었던 이유는 YS가 총선 공천에서 민주계 몫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YS가 우리는 대권 잡으면 되니까 마음대로 하라면서 허주와 민정계에게 전권을 내줬다. 그렇게 전권을 쥐고도 민주계를 칠 수 없어서 실제 민주계가 많이 다치지 않았다. 2/3 정도는 그래도 민주계가 공천 받아서 됐다. 그래도 실제 그 총선 공천은 허주가 거의 주도적으로 했고 YS가 양해해 줬다.
박근혜가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꼭 승리해야 하고 대선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 가지고 친이와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박계에서 총대 메고 ‘박근혜를 위해서 국회의원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라도 나와줘야 한다. 그럴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이번에 이계진이
강원도지사 선거를 포기할 때 “내가 경선에 나서서 박근혜가 나를 도우면 박근혜가 친이계와 척을 지게 되는데 그것이 박근혜가 대통령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내 자리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최고의 명분을 내걸고 했다. 그렇게 한두 사람이 명분을 내걸면 실제 흐름으로 되는 것이다. 92년 사례가 박근혜 쪽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런 정도로 큰 뜻을 위해서 눈앞의 이익을 먼저 던지는 이계진 같은 사람들이 여럿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홍사덕은 내년 총선에 무난히 통과하고 정권 잡으면 따놓은 국회의장 혹은 총리감이지만 그것을 먼저 던지면서 그 이상을 노릴 만한
배포가 있는 사람이다. 홍사덕이 본인부터 박근혜를 위해서 용퇴하겠다고 나서면 누가 거기서 아니라고 항거할 수 있겠나? 70년대의 40대기수론은 정말 40대가 했는데, 이번 경우는 나이든 사람들이 기수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