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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총선 밀약설’ 막후

MB-박근혜 ‘총선 밀약설’ 막후
‘친이 대학살’ 우려가 현실로?
[997호] 2011년 06월 22일 (수) 15:06:10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찬회동을 했다. 이날 양측이 19대 총선 공천 관련 밀약을 맺었다는 설이 제기돼 여권이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19대 총선 공천 밀약설이 정치권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6·3 청와대 회동에서 양측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의 3대 원칙을 합의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친이계 대권주자 정몽준 전 대표가 강력 반발하는 등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것. 청와대와 친박 측이 즉각 부인해 공천원칙 합의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여권의 양대 축이 차기권력의 도면을 새로 그리려 했다는 점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의도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을 주제로 미래-현재 권력이 밀실야합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여권의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6·3 청와대 회동과 공천 합의설 과정에서 완전 배제된 친 이재오계 일각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회동 전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경고를 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라며 ‘물갈이’ 걱정을 하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공천합의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또 다른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6·3 청와대 회동 언저리에서 흘러나오는 이명박-박근혜 공천원칙 합의설 막후를 들쳐봤다.

‘뜬금없이’ 6·3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 공천 3대 원칙에 합의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19대 총선을 10개월 정도 앞두고 있지만 공천이라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 때문에 여당은 벌집 쑤신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8대 총선 때 공천 칼자루를 휘둘렀던 친 이재오계가 원내대표 경선 이후 비주류로 주저앉으면서 힘이 빠졌고, 7월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가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이 되는 상황에서 터진 공천합의설 파동은 한나라당을 들었다 놨다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공천 합의설은 사실일까. 여당에서는 합의설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정몽준 전 대표가 이를 듣자마자 청와대와 친박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온 것도 언론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설 파문은 특정 세력이 오랫동안 작업을 해서 내놓은 대표적 언론플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대 원칙 부분은 일반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기존의 친이·친박 비율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등의 조항은 구체성을 담보하고 있다. 양측의 실무진 정진석 전 정무수석, 박형준 사회특보와 이학재 최경환 의원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고 그들이 공천 합의를 조율했다는 구체적 정황도 적시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한나라당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한 정치부 기자는 이에 대해 “권부 소식에 밝은 보수 성향 메이저 언론 2곳에서 동시에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점을 보면 다분히 정략적인 언론플레이로 보인다. 이 사실을 ‘흘린’ 취재소스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공천 개혁을 언급하면서 지난 15대 신한국당 공천을 예로 든 것은 정무적인 판단 아래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물을 먹은 매체에서는 해프닝으로 규정하며 힘 빼기를 하지만 일단 공천에 대한 현재-미래 권력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큰 반향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공천 합의설의 조율 라인에 있던 박형준 사회특보의 경우 복귀 전부터 계파 갈등 종식과 범여권 단합을 강조했는데, 이번 공천 원칙 합의에 그의 ‘단일대오’ 정신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점도 합의설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특정세력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공천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흘린 것일까. 친박 측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 18대 총선 때와 같은 계파 간의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도의 말씀이 있었던 건 맞지만, 그런 구체적인 얘기는 전혀 없었다. 실무진의 개인적 차원에서 논의된 것을 아무래도 누군가 목적을 갖고 흘린 것 같다”는 시각을 보였다. 정진석 전 정무수석도 “공천 합의설은 누군가 만들어낸 얘기 같다”고 말해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사실 이번 공천 합의설 파문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모두에게 어느 정도 생채기를 남겼다. 공천은 여당 지도부가 상향식 공천시스템과 같은 공개된 과정 속에서 정밀하게 다뤄져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양측이 밀실야합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더구나 이명박-박근혜의 회동이 있을 때마다 일부 불미스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양측 모두 의도적인 언론플레이라며 비난하는 등 진정성이 의심된 전례가 많다. 이번 파문으로 양측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며 참모들도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합의설 보도로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또 다시 틀어질 기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최근 형성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협력 관계를 흔들려는 특정세력을 누설자로 지목하기도 한다. 소장파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이 대통령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스탠스가 극적으로 바뀐 것 같다. 박 전 대표도 청와대 회동을 통해 그에 적극 조응하고 있다. 이런 양측의 우호적 분위기가 힘을 받을수록 어느 한쪽은 힘을 잃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것을 우려한 특정세력이 의도적으로 양측 회동의 부정적 면을 부각시키려고 공천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흘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최근 친 이재오계의 힘이 빠지는 것과 공천 합의설을 연결시키기도 한다. 사실 친 이재오계는 이번 청와대 회동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오 특임장관은 청와대 만남 이틀 전 “회동에서 유럽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청와대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결국 이 경고가 이명박-박근혜의 밀실 공천야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소장파 의원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굳이 박 전 대표와 공천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은 다음 총선 공천에서는 친박에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이 과정에서 소외된 친이계로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점점 세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권력의 강력한 연대는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공천 합의를 흘려 양측의 밀월관계를 깰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공천 합의설은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정밀 타격하기 위한 고도의 언론플레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원칙과 신뢰’는 박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공천에 대한 뒷거래를 했다는 논란 자체가 큰 부담이다. 친박 측에서 “정치개혁과 정도정치를 주도해 온 박 전 대표가 이런 보도를 보고 어처구니없어 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이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공천 합의설 파문은 여권 내 확고부동한 박 전 대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합의 내용 중 ‘기존의 친이-친박 비율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항목은 친이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친이계의 한 핵심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친이계가 공천 지분에서 7 대 3 정도로 친박에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 왔는데 이런 기득권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된다면 우리로선 큰 타격이다. 기존 공천 지분을 많이 내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반면 친박으로선 지난 총선 때 잃어버린 지분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보장한 것은 따지고 보면 박 전 대표의 공천지분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간파한 친 이재오계가 공천 합의설을 흘려 자신들의 입지 축소를 최대한 막고 버텨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이번 파문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합의설이 터져 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합의설이 흘러나오자 “이 대통령이 정권 창출 1등 공신인 우리를 버렸다”며 배신감마저 토로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나서지 않아도 이 대통령이 알아서 공천권의 갈등 소지를 없애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대통령의 ‘박근혜 대권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친이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양측의 공천합의설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공천권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당의 열쇠를 ‘차기 주인’에게 넘겨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총선을 통해 대선전쟁에 나서는 박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신주류를 만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친이계를 버리고 박 전 대표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이번 총선에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청와대 회동에서 공천 합의의 정신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당연히 앞으로 친이 친박 계파는 사라질 것이다. 박 전 대표와 공감대를 이루는 신 친이계가 등장한다고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역대 최대 규모의 물갈이를 합의했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번 공천 합의설 파동은 일단 해프닝으로 그칠 조짐이다. 그럼에도 공천 합의가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공천권도 ‘국민의 이름으로’ 일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총선에서 새로운 피를 대거 수혈해 대선에서 필승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한나라 역대 총선 ‘현역 물갈이’ 수위

15대 외부 영입 성공…18대 계파갈등 잉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19대 총선 공천원칙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터져 나온 의문 가운데 하나는 현역의원의 물갈이 수준이다. 양측이 계파에 구애받지 않고 공천을 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신당 창당 수준의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합의설 가운데 “청와대 측이 1996년 15대 총선 때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영입한 한나라당 공천이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박 전 대표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청와대가 반면교사로 제시한 15대 총선 공천의 현역 물갈이 수준은 14%로 현역의원 대부분이 재공천됐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가 광화문팀을 내세워 혁명적인 공천을 주도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때 영입된 이재오-김문수-홍준표 3인방은 모두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을 만큼 성공적 외부인사 영입사례를 기록했다.

2000년 16대 총선은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긴 한나라당이 생존 차원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교체율 31.0%).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중진 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한나라당 내 민정계 출신인 김윤환, 민주계 중진인 이기택 신상우 씨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밖에도 오세응 김정수 정재문 이세기 의원 등 30여 명이 물갈이됐고, 영남에서는 현역 의원 58명 중 14명이 탈락했다.

그 뒤 2004년 17대 총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또 다시 한나라당은 위기에 몰렸다. 당시 현역 의원 54명이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불출마를 선언해 36.4% 교체율을 보였다. 김용환 김진재 양정규 정문화 현승일 의원 등 27명은 아예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병렬 나오연 김만제 박종웅 하순봉 의원 등 27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2008년 18대 총선은 128명 의원 가운데 현역 50명이 탈락 39.1%의 물갈이 비율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8대는 친이계 공천자가 151명으로 친박계의 39명보다 3.9배 많을 정도로 ‘불공정한’ 공천이 이뤄져 오랜 계파갈등의 씨앗이 잉태되었던 때였다.

그렇다면 2012년 19대 총선 공천의 현역 물갈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모두 “‘당에 의한 공천’보다는 ‘국민에 의한 공천’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한다. 실세들의 농간이 개입되는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이 아닌 상향식 공천제 방식을 채택해 국민여론을 적극 수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상향식 공천제 안은 대의원(20%)과 당원(30%), 일반국민(30%), 여론조사(20%)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신인보다 인지도나 조직력에서 이점을 가진 현역의원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역의원이 공천에서 유리해지면, ‘당선될 만한 곳’에 신인이 끼어들 자리는 거의 없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 비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역 물갈이를 통한 새 인물 영입은 필수요소다. 한 친박 인사는 이에 대해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박근혜와 새로운 시대를 함께 이끌 인재들을 대거 중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과연 19대 총선 공천 원칙이 18대 총선의 현역 물갈이 수준(39.1%)을 넘어서는 ‘한나라당 객토’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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