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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문재인 대세론과 운명론 파괴력 비교

박근혜 VS 문재인 대세론과 운명론 파괴력 비교
‘계란으로 바위치기’ 흥미진진
[1003호] 2011년 08월 04일 (목) 10:50:11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 지난 7월 29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지난 27일 시민사회 원로들의 ‘희망 2013ㆍ승리 2012 원탁회의’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야권 통합행보를 본격화한 데 이은 첫 대중행사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문재인 열풍이 뜨겁다.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며 인지도를 높여 가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는 7월 중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7.9%)에 이어 ‘드디어’ 대권주자 지지율 2위(11.8%)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도 불투명한 그가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11.3%)를 누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4~5%의 지지율에서 출발해 결국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 것을 떠올리면 문 이사장의 현재 경쟁력은 그의 ‘친구’를 능가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대권주자로서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 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문 이사장은 ‘병아리’다. 이미지만 신기루처럼 떠돌아다닐 뿐 정치적 검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본인도 ‘내가 대선에 나간다니?’ 하는 마음으로, 권력의지가 없어 보인다. 죽기 살기 식의 정치판에서 ‘생래적으로’ 권력의지가 결여되었다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바람은 더욱 뜨겁게 불 조짐이다. 정치권의 눈은 이미 손학규-문재인의 야권 후보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박근혜-문재인의 코리안시리즈로 옮겨가고 있다. 과연 두 사람이 대선에서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문재인의 지지율은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를 가능성의 무대로 올려놓고 있다. 박근혜-문재인의 대선 파괴력을 비교해봤다.

사실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대권후보로서 정면 비교해 보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한 사람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대권주자로서 10년 이상 산전수전 겪으며 청와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프로 정치인이다. 하지만 또 한 사람은 5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익힌 경력이 정칫밥의 전부다.

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권력충돌의 최전선에 서 있었고, 그 정권을 떠받치는 한 축이었다. 반면 또 한 사람은 민정수석 자리를 미련 없이 던지고 참여정부 출범 1년 만에 네팔로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이다. ‘건강 악화’와 열린우리당의 총선 출마 압력을 피하기 위해 ‘도망간’ 것이다. 부산파 출신 한 정치인은 “넥타이를 매고 청와대에 있는 것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이 문재인의 참모습”이라고 평할 정도로 그에게 권력은 피하고 싶은 독배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그 독배를 되찾기 위해 1998년 정치에 다시 뛰어들었다. 정치경력이나 권력의지 면에서 두 사람은 ‘게임’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현재의 정치상황도 ‘박근혜-문재인’ 빅 매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문 이사장 본인이 대권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해도 야권 통합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에 실패하고 민주당이라는 쪼그라든 간판으로 대선에 나선다면(그가 나설 리도 없지만) 참신성도 떨어질 것이다. 대선 참여 시간도 촉박하다. 대선주자를 띄우려면 최소한 4~5개월은 걸린다. 그가 지금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만 가볼게요’라며 발을 빼는데, 어떻게 내년 대선으로 바로 점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이런 현실 정치의 한계도 예측불가한 한국 정치의 ‘열풍’ 앞에선 의미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교체론에 이어 투표 전날 단일화 파기라는 수많은 변수에도 굴하지 않고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것이 그 변칙성과 역동성을 잘 말해준다. 사실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나 현역의원들은 ‘문재인’의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대로 본인이 생래적으로 초야에 묻히길 좋아하는 ‘사림’ 기질이 있고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조직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변수에서 ‘열풍’ 또는 ‘트렌드’를 강조하는 정치전문가들은 문재인을 주목한다. 그가 잘나서가 아니라 한 시대의 트렌드가 그를 대권으로 밀어 올릴 가능성 때문이다. 문 이사장 표현대로 그것은 ‘운명’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대중의 의지로 청와대로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재인과 박근혜의 첫 번째 비교 포인트가 있다. 정치인의 제1덕목인 리더십에서 문 이사장은 박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시대의 트렌드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를 ‘하드리더십’과 ‘소프트리더십’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여의도에서 대표적 하드파워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 앞에선 누구도 말을 조심하는 강력한 카리스마,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보스 기질, 권위주의 등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리더십이다. 앞으로는 가르침(한마디정치)보다 조언, 폐쇄보다 개방, 안정보다 변화, 이성보다 감성이 주를 이루는 소프트리더십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미 기업체에서는 이런 리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내년 2012년 대선은 정치권이 소프트리더십이라는 트렌드로 변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문 이사장은 소프트리더십의 정치인이다. 그가 2004년 시민사회수석으로 있을 때 ‘도룡뇽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물론 이후 환경분쟁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많았지만) 단식 중이던 지율스님을 찾아가 단식철회를 권유하던 장면은 타협과 화합이라는 소프트리더십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참여정부 출신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노무현 정신은 ‘국민에 대한 무한 신뢰, 소통과 화합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실천한 대표적 정치인이 문재인 이사장이다. 그는 늘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회의 골치 아픈 현안은 거의 문 이사장에게 맡길 정도로 그의 진정성과 중재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의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면이 돌출적인 노 전 대통령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내공을 나타내는 득표력 면에서 문 이사장은 박 전 대표에게 밀린다. 문 이사장이 시대 트렌드를 탔다고 해도 그것을 표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전혀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득표력이 뛰어난 정치인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뚫고 한나라당의 선전을 이끈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아마추어다. 선거에 나서본 적도 없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문재인 이사장이 큰 꿈을 꾸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의 엄정한 검증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가 부산의 한 지역구에 출마해 ‘친노벨트’를 이끌어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야권 후보는 문 이사장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는 권력의지가 원래 부족한 유약한 이미지의 정치인이다. 든든한 조직과 자금이 있는 한나라당이 정치초년생에게 호락호락 텃밭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 문 이사장이 죽기 살기로 하지 않는 이상 부산에서도 쉽게 세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산지역 민심이 악화돼 문 이사장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경우 10석 이상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여기에는 ‘박근혜 변수’가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산은 지난 총선 때 친박연대 바람이 거셌던 곳으로 반 이명박 정서가 박근혜 바람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부산·경남은 지난 지방선거 때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경남지사 자리를 빼앗길 정도로 민심이 악화돼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전략적으로 집중 공략할 경우 그 여파가 고스란히 문재인 열풍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박 전 대표의 저력은 막강한 대중성에서 나온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정치인의 유력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대중연설 능력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중요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문 이사장의 연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톤 높낮이가 없어서 대중연설이 아니라 강의를 듣는 느낌이더라. 문 이사장은 솔직히 연설의 힘이 느껴지지 않아 대중적으로 어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도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익힌 연설 기술과 대중적 스킨십 노하우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이 선거 국면에서 급하게 배운 스킬로 박 전 대표의 대중성을 따라잡기는 버거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3김 시대가 가면서 정치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그중 하나가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에 대한 재평가다. 대중은 더 이상 카리스마 넘치는 대중연설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어눌하게 말해도 그것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솔직함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이사장의 모노톤 연설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타고난 카리스마와 권력의지, 득표력, 대중성 등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 대권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그 어느 하나라도 박 전 대표에 비해 나을 게 없다. 어쩌면 그가 믿는 것은 대중이 만들어 준 길을 운명처럼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친구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박근혜 대타론’ 솔솔

반박진영 ‘박세일 카드’ 만지작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내 ‘반박’ 세력이 자체의 동력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대항할 대권주자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한나라당 밖에서 대권주자를 만든 뒤 ‘박근혜 대항마’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박세일 전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최근 보수층의 한 인사를 만났는데 ‘박근혜가 이렇게 독주하다가 경선 전에 돌발변수로 갑자기 낙마할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강한 예비주자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라고 말하더라. 이런 얘기까지 나온 배경이 최근 친이계의 김문수 경기도 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너무 의식해 각자도생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으려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친박계 일각에서도 ‘대타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솔직히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대선주자는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당내인사보다는 외부에서 반박후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라고 예상한다.

최근 박세일 전 의원은 선진통일연합을 만들어 반박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 인사들을 대거 합류시킨 바 있다. 이 모임은 향후 박근혜 대항마를 내세울 전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친이계 일부가 탈당할 경우 그들을 흡수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박근혜 전 대표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친이계 중심의 신당 창당 전진기지로도 쓰일 수 있다. 몇몇 보수단체에서는 이 과정에서 박세일 전 의원이 직접 대권도전 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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