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가 1일 대규모 복지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정치공학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국민들이 참 피곤해진다”고 밝혔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완패 후 당내에서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가 커지는 것을 두고 ‘정책 행보가 대안’이라며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세미나를 열고 고용·복지의 5대 원칙을 제시했다. 국회의원만 40여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비정규직은 600만명을 넘어서고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영세 자영업자는 불황으로 하루하루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게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핵심 연결고리가 고용·복지이고 그 틀을 잘 짜는 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될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강당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앞)가 1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연 고용복지 정책 세미나에서 청중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박 전 대표는 고용·복지의 5대 원칙으로 근로무능력자의 정부 책임, 구직 지원 대책의 실질화, 근로자의 최소생활 보장, 복지와 고용정책의 연계 강화, 수용자 맞춤형 고용·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세미나는 지도부 책임론, 인적쇄신 등 요구가 분출하지만 정책행보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박 전 대표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이날 “박 전 대표가 ‘이렇게 하자’고 하면 당이 움직이는데 그것을 왜 침묵하느냐”(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박 전 대표도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려는 역할을 하실 때”(정태근 의원)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국민들이 참 피곤해진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시급한데 정치란 그런 걸 해결하는 데 최우선을 둬야지 자기네들끼리 정치 어쩌고 하면, 국민을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게 아닌 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68)은 MBC 라디오에 나와 “(당 쇄신방안은) 정책”이라며 “20대가 불안해하고 30대가 좌절감을 느끼고 40대가 분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름지기 그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당 전면에 나서기보다 현장방문과 복지를 중심으로 정책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친박계는 관측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의총에서 불법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장에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 한명숙, 야권통합 주력 등 정치행보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67)가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가 야권통합이나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표직 출마를 놓고 어떤 착점을 할지 주목된다.
한 전 총리는 지난 9월19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두 번에 걸친 검찰의 부당한 기소, 연이은 재판으로 삶의 소중한 부분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정치인으로서 가졌던 꿈과 포부도 유보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2월부터 두 건의 재판으로 1년10개월간 묶였던 ‘정치적 족쇄’가 풀렸다. 이제 ‘유보된 꿈과 포부’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 수사를 이겨낸 그는 적잖은 정치적 자산과 에너지를 품은 셈이다.
한 전 총리는 무죄 판결 후 첫 행보로 1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찾았다. 그는 “참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민주당이 든든히 지켜줬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한 전 총리는 먼저 야권통합에서 역할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야권통합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당 소속이기에 비공개 소통을 해왔다. 지향하는 게 정당연합이니까 꾸준히 행보했고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 무죄 선고 후엔 “통합과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선 친노무현계의 ‘맏누이’ 격이자 민주당 상임고문인 그는 친노 인사가 주축인 야권통합추진기구 ‘혁신과통합’과 민주당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차기 전당대회 구도도 그의 출마 여부에 따라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전 총리는 당권 도전 질문에 “그런 얘기 듣고는 있다. 현재는 딱히 그런 문제에 대해 결정한 바도 없고 그 문제에 대해 말씀드릴 건 없다”고 답했다.
한 측근은 “전당대회가 ‘통합 전대’일지, ‘단독 전대’일지 등 성격과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주변에서 당권 도전을 권유하는 사람이 많고 한 전 총리의 출마 결심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도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친노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경쟁하는 그림이 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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