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모처럼 입을 뗐다. 그는 1일 판교 안철수연구소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창당이라든지 강남 출마설 등 여러가지 설이 많은데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전혀 그럴 생각도 없고 조금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내에서 떠돌고 예측됐던 정치참여 수순과 방식을 딱 잘라 부인한 것이다.

안 원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언행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 나라의 정당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집권 경험을 논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안 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곧바로 유력한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다. 출마하면 당선이 유력했던 서울시장 자리를 선뜻 양보한 자체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였고, 여기에 여론의 지지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비등하거나 앞서기도 했다. 돌발 상황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여야 모두를 거부하는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등장에 이렇듯 소란을 부리니 그 몰골이 가엾기까지 하다.

정당들의 참담한 행태와는 별개로 안 원장 또한 애매한 행보를 보인 점은 잘못이다.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면서부터 그의 모든 언행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섰다. 그는 사심없이 1천500억원의 재산을 기부한다고 했지만, 모든 매체가 대권 수순으로 해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신당창당설과 강남출마설을 딱 잘라 부인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문제는 여전히 그의 행보를 정치영역에 두고 해석하는 무리들이 많다는 점이다. 안 원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는 식의 해석 말이다.

안 원장이 정치권 참여와 관련된 주변의 논란을 잠재우려면,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지형이 안정될 수 있고 , 국민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안 원장이 오늘 이후로 또다시 침묵하면, 대선 출마를 위한 고도심리적 전략이라는 오해가 커지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정치권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정말 국가경영의 뜻이 있다면, 그 뜻을 밝히는 데 시기와 형편을 가려서는 안 된다. 또 그럴 생각이 없다면 빨리 그로부터 비롯된 정치적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