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다시 출발선에 선 박근혜
4년4개월여 만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다시 만났다. 2007년 7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 인터뷰를 했고, 이번에는 이상돈·김호기 교수가 진행한 경향신문의 ‘대화’ 자리에 배석해 그의 대선 구상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월 ‘대화’를 시작할 무렵 몇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하게 된다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사양하다가 이번에 응했다. 다시 만난 박 전 대표는 권력 의지가 강해진 모습이었다. 유력한 대권주자에서 ‘여당 속 야당’으로 전락해 지낸 4년여의 세월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정치를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많은 신뢰를 보내주는데 꼭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힘이 된다”고도 했다. 대권 꿈이 국민을 위한 선택이자 국민의 신뢰에 대한 답이라는 자기최면이자 의지 다지기다. 복선을 깔지 않고 핵심을 던지는 게 그의 어법이지만 출사표에 비견할 만한 결기가 느껴졌다. 정책 설계는 두 해 전 봄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밝힌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가 골격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제질서의 공정성 훼손을 바로잡는 일이 그것이라고 했다. 생애맞춤형 복지를 꺼낸 이유이고, 양극화 해소의 길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자)에 견줘서 ‘좌향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단기적으론 경기부양, 장기적으론 성장잠재력 배양 차원에서 감세를 얘기한 것이지만 감세는 상당히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감세보다 규제완화를 의미하는 ‘푸’와 법치를 의미하는 ‘세’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론 두 마리 토끼 잡기이고, 정책적으론 보수의 진보정책 차용이다. 정치적 변신이고 정책적 진화다. 4년 전 그는 입으론 국민을 말하면서도 시선은 라이벌인 이명박 후보를 바라본 측면이 짙었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검증을 잘못해 대선에서 패배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거나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다’는 등 이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역설했다. 박근혜를 설명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때 “사람은 한꺼번에 바뀔 수 없다. 인생의 반은 습관 만드는 데 쓰고 나머지 반은 습관이 만든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는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두 사람 사이에 드리워진 불신의 심연을 소통 부족이나 배려 부재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이러한 원초적 불신이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권력 의지와 비례해 강화된 폐쇄성이다. ‘친박’ 인사들의 호가호위와 폐쇄성을 거론하자 계파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오히려 ‘동지’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데서 온 방어본능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미래권력’의 위치를 누려온 데서 오는 권력화의 이면이라면 달라진다. 친박은 이미 내부에서 권력 투쟁 중이다. 정치든 정책이든 둘로 나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절대적 지지’와 ‘비판적 지지’의 충돌이다. 2년여 전 박 전 대표의 신비주의를 지적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의 침묵은 직무유기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폐쇄성은 침묵보다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불통과 독선·독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오만의 다른 이름이다. 인터뷰 내내 박 전 대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침묵이 길었던 탓일까. 노력에도 불구, 그가 여전히 과거에 묻혀 있는 듯한 인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를 ‘선거의 여왕’이라 일컫고, ‘천막당사의 추억’을 이야기하지만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이런 수식어들은 미래의 박근혜는커녕 현재의 박근혜도 설명할 수 없다. 야당 대표 시절의 행적과 여당 대선주자의 행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세론’도 깨진 터다. 박근혜가 만들려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이명박이 만들어온 나라와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또 진보세력이 만들고자 하는 나라와는 어떻게 다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대변인격’이나 ‘비서실장격’ 인사들이 아닌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다. 이번 인터뷰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김봉선 | 논설위원>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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