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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디도스에 생명체 기능 멈춘 상태 박근혜, 대선 포기 수준의 기득권 내려

"한나라당, 디도스에 생명체 기능 멈춘 상태 박근혜, 대선 포기 수준의 기득권 내려놔야"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 권우성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차떼기 못지않게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대표는 불감증에 빠져 있다.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를 직접 비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 지도부 사퇴 등 한나라당 쇄신 문제를 놓고 홍준표 대표와 날을 세워왔던 원 최고위원을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당으로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도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질 의사도 없고 전개될 사태에 대해 예측 능력도 없다"며 "한나라당은 아픔을 느끼는 자각 증세가 없는, 생명체의 기능 자체가 마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은 물론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하겠단 정도의 희생 전제해야"

원 최고위원은 재창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당 쇄신에 대한 논의가 대리인이 이끄는 박근혜당이냐, 박근혜가 전면에 나선 박근혜당이냐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재창당은 한나라당 현역 의원 전원이 불출마하겠다는 정도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당내 계파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외부 인사가 들어오더라도 들러리밖에 안되는데 누가 참여하겠느냐"며 "한나라당 내에서는 건강한 보수정당의 길을 새롭게 가려는 사람들, 또 중도진보 쪽에서도 건강한 보수정당 내 진보의 한 축을 맡겠다는 사람들, 새로운 전문가 집단을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당을 위한 '자기 희생'을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자기방어적인 자세로 지지율 1위를 즐겨왔는데 그 지지율은 한나라당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포위망이었다"며 "박 전 대표가 '내가 대선 출마 포기할 테니 안철수 영입해 오자', '대선 주자 지위를 포기하고 멘토 역할로 빠질 수 있다'는 정도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그렇게 한다면 재창당하는 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안철수 교수가 내년 총대선에서 직접 뛰어들든 아니든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할 텐데, 한나라당으로서는 (안철수 교수가) 야권의 손을 들어주는 게 치명적"이라며 "안 교수는 건강한 보수 정당과도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인물인데 밀어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계가 안철수 교수를 폄하하는 것은 박 전 대표에게 상처날까봐 죽이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7·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계의 지원을 얻어 당권에 도전한 것에 대해 "건강한 보수정당이 대한민국을 버티는 기둥이 돼야 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당 변화를 외쳐왔고 당 대표를 맡아 개혁하기 위해 권력과 타협을 한 것"이라며 "단순히 권력을 누리기 위해 타협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뒤끝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홍준표 대표, 불감증에 빠져 있어... 대표 자격 없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 권우성

-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큰 파문을 몰고 왔는데.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와 국가 질서의 가장 토대가 되는 선거에 대한 테러라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차떼기' 못지않게 심각하다."

-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번 일이 당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개 의원 비서의 단독 행위라고 하는데 최 의원은 한나라당의 홍보책임자였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최 의원의 수족과도 같은 수행비서가 한 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또 경찰 조사에서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 나도 의혹을 해소시킬 압도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한 더 큰 국민적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만약 당과의 연관성이 나오면 그걸로 끝인 것이고. 때문에 이번 사건은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당은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홍 대표는 불감증에 빠져 있다.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 당으로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질 의사도 없고 전개될 사태에 대해 예측 능력도 없다. 지도부 기능 자체가 마비됐다. 당 의원들 중에서도 이런 일이 터졌는데도 자기는 텃밭에 공천 받아 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은 아픔을 느끼는 자각 증세가 없는, 생명체의 기능 자체가 마비된 상태다.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은 물론,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는 게 불가피하다."

-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당 쇄신 방안으로 재창당을 거론해 왔는데.

"현재 한나라당이라는 그릇에는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묻어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박근혜 전 대표가 남산에 선거운동을 갔는데 20~30대 여성들이 스타를 보는 것처럼 좋아하고 사진 찍고 그러더라.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박근혜는 한나라당이잖아'라고 하면서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울시장 선거 운동을 했던 한 현역 의원은 나경원 후보 명함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니 3명 중 1명은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나라당이라는 틀 안에서는 박근혜 아닌 누구를 가져다 놓아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자기 명함에서 한나라당을 지운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이라는 그릇 안에 어떤 정책이나 인물을 담아도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른바 메신저 거부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박근혜 전 대표, 대선 포기 수준의 자기 희생해야"

- 박근혜 전 대표 쪽은 재창당에 부정적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할 분이 아니다. 잘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완전히 한 몸처럼 돼있기 때문에 탈당해도, 출당을 시켜도 국민들은 대선을 위한 쇼라고 볼 뿐이다.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 피해를 받았고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일부 각을 세워서 국민들이 자신들과 이 대통령을 차별화해서 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엄청난 착각이다. 국민들에게는 그냥 똑같은 낡은 정치의 집합체로 보인다. 눈가림용 리모델링이 아니라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 히지만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교체 51%로 받아들인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3달 전 조사인데 안철수 등장 이전과 이후는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 '이명박 여집합' 중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철수 교수가 나타나 점점 잠식하고 있다. 그게 지지율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안철수'가 사라지더라도 빼앗긴 지분을 되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른 안철수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MB와 한나라당에 묶여있는 구정치의 수혜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변화에 주저하고 있는 것은 위험 부담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친박 핵심들이 홍준표 대표 외 대안이 없고 박 전 대표가 총선 전에 나서서 상처 입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박 전 대표로서는 큰 정치적 승부수를 놓치고 있다. 지금의 박근혜로는 안된다. 대변인격, 비서실장격 운운하는 폐쇄적 구조로는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담아낼 수 없다. 정치는 생물인데 박제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보나.

"안철수 교수는 아웃복싱을 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 보고 인파이팅을 하라고 하느냐는 반박이 있었다. 비교가 틀렸다. 박 전 대표는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을 하는 사람이고 안철수 교수는 아직 데뷔도 안한 사람이다. 그런데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자기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로 지지율 1위를 즐겨왔는데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포위망이다. 그 포위망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영향력 큰 사람일수록 큰 희생이 필요하다."

- 재창당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 전원이 불출마하겠다는 정도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금의 당내 계파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외부 인사가 들어오더라도 들러리밖에 안되는데 누가 참여하겠나. 박 전 대표도 대선 주자 지위를 포기하고 멘토 역할로 빠질 수 있다는 정도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재창당하는 당은 이 대통령과 함께 갈 필요가 없다."

- 박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나.

"'내가 대선 출마 포기할 테니 안철수 영입해 오자', '안철수 영입해오면 경쟁하겠다'는 수준은 돼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좋은 정치 자산이지만 족쇄가 된 기득권을 깨야 한다. 또 계파해체 선언도 해야한다. 한나라당의 정치지도자이면서 왜 친박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만 다니나. 박 전 대표를 둘러싼 폐쇄적 구조도 깨야 한다. 왜 의원총회는 나오지 않으면서 국회 계단에서 이야기하나. 공천에 있어서도 내 이름을 팔지 말라고 해야 한다."


여당 의원실 직원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배후에는 한나라당이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맹공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4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원희룡 최고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 재창당한 당에는 어떤 인물들이 포함돼야 하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건강한 보수정당의 길을 새롭게 가려는 사람들, 또 중도진보 쪽에서도 건강한 보수정당 내 진보의 한 축을 맡겠다는 사람들, 새로운 전문가 집단을 아울러야 한다. 보수와 중도좌파가 긴장을 이루면서도 생산적 공존이 가능한 당이 돼야한다. 인물로는 보수쪽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총리, 박세일 교수 중도진보쪽에서는 안철수 교수 정도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 정도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대선 후보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 재창당에 대한 당내 동력은 충분하다고 보나.

"재창당을 추동할 세력을 어떻게 결집할 것인가가 고민점이다. 당 안팎에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지난달 29일 쇄신 연찬회에서 홍준표 체제, 박근혜당으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발언이 꽤 많이 나왔다. 말만 뱉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움직임이 계속 커질 것이다. 당 쇄신이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것으로 어림없다는 문제의식 가진 사람들이 다수 있다. 당 쇄신에 대한 논의가 대리인이 이끄는 박근혜당이냐, 아니면 박근혜가 전면에 나선 박근혜당이냐로 끝나서는 안된다. "

"당론 따라 한미FTA 찬성했다는 박근혜, '이명박편이구나' 각인"

-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많이 해왔는데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박 전 대표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당론 때문에 찬성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미FTA에 반대하는 국민이 50%인데 이들에게 '박근혜는 이명박편이고 역시 한나라당이구나라고 각인시켰다. FTA에 찬성하더라도 자기 논리로 했어야 한다. 반대 세력에 대해서도 복지국가로 가려면 수출을 더 많이 해야하고 사후에 문제가 나타나면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해결하겠다, 피해산업 대책도 책임지고 마련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비정규직 대책 예산 많이 집어넣으라고만 한다. 국회는 법안과 예산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그건 기본이고 자기를 던져서 갈등 현장에서 민심을 흡수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것은 지었어야 한다. 그래야 MB의 대안으로 설 수 있다. 그게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 '안철수 대통령' 발언이 당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는데.

"자기 전문성으로 성공했으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위로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과 공적 헌신을 보여주고, 진보에 열려있고 소통할 수 있는 아아콘이 안철수라는 인물이다. 안철수 개인을 깎아내리거나 혹은 영입하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안철수 정신으로 무장하면 뭐가 두렵겠나.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안 교수가 직접 뛰어들든, 아니면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할 텐데 야권의 손을 들어주는 게 치명적이다. 안 교수는 건강한 보수 정당과도 손을 잡고 갈 수 있는데 밀쳐내서는 안된다. 친박계가 안철수 교수를 폄하하는 것은 박 전 대표에게 상처날까봐 죽이기를 하는 것이다."

- 박세일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신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 왜 박세일 교수가 주도해야하나. 중도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박 교수는 중도가 아니다. 수도 이전 문제에 반대했고 북한 붕괴론에 가까운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소위 민주화 운동 세대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하는 분이다. 굉장히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우파의 이념을 가지고 사상투쟁을 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중도통합이 되나. 진보를 인정하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타협이 가능해야 중도통합이 된다. 깃발은 중도통합을 들었는데 몸통은 너무 오른쪽으로 가 있고 배타적이다. 그래서 동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입당 후 한나라당 내에서 펼쳐온 쇄신 노력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건강한 보수정당이 대한민국을 버티는 기둥이 돼야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당의 한계도 있었고 제 능력의 부족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당의 변화를 위해 문제제기도 해보고 사무총장이나 당 대표를 맡아서 개혁하기 위해 권력과 타협도 해봤다. 저로서는 단순히 권력을 누리기 위해 타협한 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뒤끝이 좋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몸통은 보수여야 하지만 개방성과 진취성을 가지고 진보의 주장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