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생활형 숙박시설에 질서와 안녕을 - (김경돈 변호사)

생활형 숙박시설 즉 ‘생숙’은 쉽게 말해 생활이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숙박용 호텔과 주거형 오피스텔이 합쳐진 개념으로,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숙박시설을 통칭한다.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취사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닥난방도 가능하다. 또 시설이 상당히 깔끔하고 가구, 가전, 기본적인 취사도구 등이 갖춰진 ‘풀옵션’이다. 하지만 생활형이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숙박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거용도로는 쓸 수 없다.
‘생숙’은 주거시설로 분류되지도 않아서 여러 규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가성비가 좋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령 넓은 면적의 주차장을 설치하는 규제가 있는 건축물보다 적은 면적의 주차장을 설치하는 규제가 있는 건축물의 건축비가 더 적게 들 것임은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또한 부동산 규제 대상을 판단하는 보유 주택수에 포함되지도 않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데다 대출이 쉽고 좋은 입지에 건설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생숙의 매력 때문에, 또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분양회사의 홍보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자 하였던 사람들은 부푼 마음으로 생활형 숙박시설의 분양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정부 역시 2021년 4월 이전까지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주거목적으로 전용되는 행위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으니 분양자들은 생숙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2021년 4월 정부는 돌연 생숙을 주거목적으로 사실상 전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도록 하였고, 아니면 원래의 용도대로 숙박업 등록을 하여 숙박업 용도로 사용하게끔 하며 이를 어길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생숙은 수분양자들에게는 애물단지로, 금융권에서는 위험물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혼란이 발생하였다.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였고 금융권은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장참여자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2024년 10월에 생숙의 퇴로가 열렸다. 정부가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요건을 완화하는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지원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활숙박시설은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으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허용하고, 주차장은 내부 주차공간의 확장이 어려운 경우 각 여건에 따라 주차기준 완화 등 다양한 대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 등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지원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경우 오피스텔 전용출입구 설치를 면제할 수 있고, 전용면적 산정 시 벽 안쪽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적용하지 않되, 관련 사항을 건축물대장에 명기하도록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개정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찬반이 나뉘고 있기는 하지만 사견으로는 옳은 결정으로 보인다. 그간 규제해오지 않았던 생숙에 시행령을 개정해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꽤 긴 시간 생숙을 규제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생긴 시장의 신뢰도 보호가치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퇴로가 마련되었다 해서 질서 있는 퇴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세분화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순히 변경조건을 구비할 수 있는지 여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여러 이해관계인들을 하나로 통합해내는 과정일 것인데 그 과정은 마치 산모가 출산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산파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지자체에서도 생숙 전담 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니 조력을 받는 것도 좋겠다. 모쪼록 생숙에 연관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힘과 뜻을 한데 모아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질서와 안녕에 터 잡게 되길 바란다.
김경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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