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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이 만난사람(2)]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유영 연무정급식소 회장

[김충영이 만난사람(2)]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유영 연무정급식소 회장

기자명김충영 논설위원 입력 2024.08.10 06:10 수정 2024.08.11 17:57

- “처음부터 봉사자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한발 한발 내딛다 보니 지금”

- 연무정급식소 설립 12년째 봉사...매주 취약계층 100명에 1주일분 조리·배달

<대담=김충영 논설위원>

이유영 연무정급식소 회장. (사진=수원일보)

“오늘날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이 연무정급식소를 설립해 봉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하는 일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지 몰랐지요.”

이유영 연무정급식소 회장(72)이 급식소를 설립해 봉사한지 올해로 12년째다. 연무정급식소는 매주 화요일 취약계층 100명에게 1주일분의 5가지 반찬을 조리해 배달하고 있다. 이곳에 이 회장이 10년 넘게 기부한 금액은 1억원 이상을 넘어 지난 2022년 ‘아너소사이어티’ 신규 회원이 됐다. 아너소사이어티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경기사랑의 열매)가 나눔액 1억원 이상인 사람에 부여하는 제도로 이 회장은 2867번째 회원이 됐다.

이 회장은 1952년 용인시 수지면 풍덕천리에서 3남 2녀의 맏이로 태어났지만 1살 때 수원시 매향동으로 이사해 살았다. 신풍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서중학교를 거쳐 경기공업전문학교 토목과를 졸업했다. 첫 번째 들어간 직장은 도화지질주식회사였다. 그가 한 일은 토목설계에 앞서 시설물이 들어설 자리의 지하 토질구조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도화지질에서 20년을 근무한 후 퇴사, 유구엔지니어링을 창업해 30여년간 운영했다. 그동안 인천공항지질조사, 가덕도 부산신항 지질조사, 울릉도 신항지질조사 등 주로 항만공사장의 지질조사를 담당했다.

이유영 회장은 “공사를 하기 전 땅 속의 지질을 조사하는 일이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내세우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찮은 일은 아니었다. 지질조사를 대충하면 시설물이 들어선 후 기초가 부실해져 건축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없다. 정직하게 일하는 그의 평판이 알려진 후 일감이 몰려들면서 30여 년 동안 큰 무리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국궁과의 만남은 집이 연무정(창룡문 안에 있는 국궁장)인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국궁을 하고 있어 1999년부터 자연스럽게 국궁을 접하게 됐다. 2008년쯤 되자 회사일도 줄어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는데 이 때 회원들의 강력한 천거로 연무정 사두 겸 회장으로 취임했다.

연무정 회장을 맡은 후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영통사회복지관 도시락 배달봉사를 했다.

영통사회복지관에서 봉사하던 어느 날 연무정에서 국궁을 배우러 왔던 이응자(현 연무정급식소 대표)씨가 인사를 했는데, 이 때가 평생 동지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이 회장은 회고했다.

이 회장과 이응자 씨는 배달보다는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봉사를 하는 것이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에 영통사회복지관에 주방봉사를 신청했지만 주방이 비좁아 불가능했다.

이 회장은 이응자 씨에게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설립해 운영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고 이 씨도 같은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매향동(팔달구청 자리)에 5평짜리 점포를 세를 얻어 급식봉사를 시작했고 급식소 이름도 연무정 출신이니 ‘연무정급식소’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연무정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무정 회원 여러 명도 참여하게 됐다.

연무정급식소를 처음 시작할 때는 10인분의 반찬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점포가 비좁아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집으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서 세 들어 사는 방을 내보내고 리모델링을 해야 했는데 무엇보다 가족의 동의를 얻는 일이 우선이었다. 가족들은 이 회장의 뜻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리모델링을 마치고 연무정급식소 간판을 내걸었다.

이런 저런 어려운 과정과 시간이 지나면서 연무정급식소는 조금씩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운영비는 설립자인 이유영 회장이 매월 110만원을 부담하고, 딸과 사위가 40만원, 동생이 30만원, 친구 두 명이 35만원을 기부하고 있고, 이응자 대표가 20만원과 기타 활동비를 부담하고, 일반회원 42명이 기부 해줘 운영을 이어올 수 있었다.

수급자 선정은 행궁동과 인계동, 우만동사무소에 의뢰해 취약계층을 추천받고 있다. 조리봉사에 현재 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매산초등학교 동문회 봉사모습. 매월 첫주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수원일보)

처음부터 급식소를 함께 한 6명이 매주 참여하고 있고 △첫째 주는 매산초등학교 동문회 양형석 봉사회장 외 20여명 △둘째 주는, 특수임무유공자회 경기지부 이한용 지부장 외 15명 △셋째 주는, 수원 인계동 주민센터 통장협의회 이지현 회장 외 15명 △넷째 주는, 국제로터리3750지구 수원피죤로터리 클럽 김진경 회장 외 10여명 △다섯째 주는 수원여자고등학교 총동문회 청포도회 송경란 회장 외 20여명 등 총 90여명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봉사는 행궁동, 인계동, 우만동사무소에서 50여 명분을 담당해주고, 통계청 봉사대에서 10여명, 나머지는 초창기 연무정 출신인 이유영, 공창겸, 신재경 씨 등이 담당하고 있다.

‘매향동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대파를 연무정급식소에 기부하기 위해 대파를 다듬고 있다. (사진=수원일보)

다음은 이유영 회장과의 일문일답.

▲연무정급식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기억은?

- 해보지 않은 일이었기에 모든 것이 어려웠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한 달에 300만~350만원이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반찬을 조리할 봉사자를 구하는 일, 세 번째는 도시락을 배급 받을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 네 번째는 준비한 반찬 도시락 100인분을 빠르게 배달하는 일 등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 그동안 운영해오던 ‘유구엔지니어링’은 지난 2018년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 2018년에 물려주고 물러난 상태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에는 연무정급식소에서 회원들과 함께 조리도 하고 배달도 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평일에는 충주시에 조그만 밭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농사일을 하며 지낸다.

▲관계당국과 봉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까지는 회원들의 참여로 자발적으로 운영해왔는데, 바람이 있다면 건물이 협소해 조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조리장 면적이 30여 평 정도가 되어야 작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관계 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고 싶다.

연무정급식소가 12년을 이어 오는 동안 함께 해주시는 봉사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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