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공항 ‘혁신’ 참고서] 1-1. 치열한 공론화…‘환경 갈등’ 한계를 넘다
- 김현우 기자
- 승인 2024.06.16 13:06
- 수정 2024.06.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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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서 계류 중인 여객기 위로 제3 활주로 예정부지가 눈에 보이고 있다. 총 3680m 길이로, 미래에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무려 26년 동안 추진된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확장사업의 ‘공론화’가 성공사례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주적 정책 결정 등의 방식으로 각종 우려를 최소화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철저한 단계 속에서 사업은 복잡한 갈등 구도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고,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인천일보는 지난 4월, 오스트리아 현지 취재에서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공항의 공론화 역사와 특이점 등을 전격 해부했다.
▲‘합의’ 이후 10년 더 진행된 공론화
빈 국제공항은 1998년 제3 활주로 건설계획 공표 이후 불거진 갈등을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공론화를 통해 해결한 바 있다. 54개에 달하는 이해관계자 그룹이 기나긴 토론과 조정을 거쳐 가능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정합의도 있었다. 예를 들어 야간비행 감축, 소음방지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환원 기금 조성 등이 있다.
하지만 2개 활주로에 더해 제3 활주로를 놓는 문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요구가 있었다. 실제 타 국가처럼 온실가스 배출 등 부작용을 거론하는 환경단체가 존재했고, 2017년 2월 연방행정법원이 이를 근거로 ‘불승인’ 판결을 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공항 운영사 측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개발 계획안을 재차 구성하는 등 나섰다. 찬‧반 동향과 함께 모든 프로젝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온‧오프라인상에서 공유했다. 대표적으로 ‘대기오염물질 정보 게시판’에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이산화황(SO2), 미세먼지(PM10) 등 배출량을 미래 수치까지 담아 상세히 공표했다.
그 결과 비행으로 인한 소음방지에 적합한 위치로 활주로가 조정됐다. 다양한 친환경 대책도 수립됐다. 예를 들어 제3 활주로 폐수는 별도 하수 시스템에서 수집된다. 여기서 오염물질이 섞인 폐수는 해당 시설에서 처리되고, 그렇지 않은 정상적인 하수는 다뉴브강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또 야생 동‧식물 서식지도 광범위하게 조성하기로 했다. ‘자연에 가까운 생태환경’을 목표로 1:3 비율의 대체 공간을 고려한다. 즉, 1㎡의 산림이 제거되면 3㎡가 새로 만들어진다.
정밀접근계기비행 기술인 ‘CAT III’를 도입할 방침이다. 주로 안전에 밀접한 기술이지만, 탄소 배출 및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소음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 빈 공항이 공개한 제3활주로 설계도. /제공=빈 국제공항
▲법원 판결‧주민 여론 뒤바꿔
빈 국제공항은 당국에 항공기 소음, 대기 오염, 생태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총 39개의 전문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각 보고서는 제3 활주로 건설로 인해 예상되는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공론화 덕에 주민 여론도 호의적으로 전환됐다. 이에 힘입어 2017년 6월 대법원은 “소음과 탄소 배출 계산이 잘못 검토됐다”는 취지로 연방행정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냈다. 이후 2019년 3월 연방행정법원은 빈 국제공항의 유럽형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EIA)와 제3 활주로 계획을 승인했다.
빈 국제공항 제3 활주로는 총 3680m 길이로, 기존 2개 활주로와 남쪽 2400m 떨어진 장소에 예정돼있다. 공항 운영사 측은 오스트리아의 경제‧산업‧관광‧노동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 중이다.
공항 관계자는 “여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향후 이‧착륙 횟수도 증가하게 된다. 미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주민의 권리와 환경 보호의 가치를 추구하며 프로젝트를 구현해나가고 있으며, 갈등 관리와 조정은 일시적이 아닌 언제나 뒷받침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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