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영 수원현미경(133)] 김동욱 교수 “수원화성은 나의 시작이자 마침표”- 김충영 논설위원 / 도시계획학 박사
기자명김충영 논설위원 입력 2024.03.04 06:00
화성행궁 복원현장에서 김동욱 교수. (사진=김동욱 교수)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배경에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노력이 있었는데 이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민선1기 심재덕 수원시장이다.
그에 앞서 심 시장에게 수원화성의 세계문화유산 가치를 이론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김동욱 교수이다.
김 교수는 1974년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했다가 우리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퇴사했다.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한 후 아직 복원작업이 시작되지도 않은 수원화성에 관심을 갖고 틈틈이 수원화성을 답사하면서 ‘화성성역의궤’ 영인본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석사학위 취득 후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생 교류 프로그램에 의해 와세다대학 연구생이 되었다. 1978년 와세다대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이 무렵 고려대 사학과 강만길 교수가 일본 와세다대학에 교환교수로 왔다. 강 교수로부터 ‘화성성역의궤’ 읽기 지도를 받게 되면서 한층 수원화성에 심취했다.
1980년 일본건축학회 춘·추계 학술발표에서 ‘수원화성연구’를 주제로 4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82년 귀국 후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수원화성과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1982년 ‘화성성역의궤 연구서설’ 논문 발표를 시작으로 1983년 ‘수원성곽 벽돌의 활용에 대하여’, ‘수원화성행궁의 복원을 위한 기초적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1989년엔 수원화성(빛깔있는 책) 시리즈에 그가 집필한 ‘수원화성’이 출판됨으로써 수원화성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1989년 화성행궁터에 있던 ‘경기도립 수원의료원’의 신축 계획이 발표됐다. 낙후된 병원을 헐고 그 자리에 현대화된 병원을 짓겠다는 것이다. 화성행궁 복원을 추진 중이던 심재덕 당시 수원문화원장은 향토사학자인 이승언씨에게 화성행궁에 관한 자료 발굴을 요청했다.
이승언씨는 1989년 5월 말 서울대 규장각에 ‘화성행궁도’가 있음을 심재덕 문화원장에게 알림으로써, '화성행궁 복원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현판식. (사진=해우재)
당시 행궁복원 추진위원회에는 수원의 문화계, 유지 등 각계를 대표하는 81명이 선정됐는데 학계 전문가로는 김동욱 교수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김 교수는 화성행궁복원 추진위원회 활동을 계기로 더 한층 수원화성의 연구 및 다양한 일에 참여하게 된다.
1994년에는 수원화성축성에 사용된 자재운반기구 연구, 수원화성의 축성과 도시건설의 의의를 ‘수원화성축성 200주년기념사업회’ 총회에서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화성축성 200주년 기념사업에 즈음하여 ‘18세기 건축사상과 실천-수원성’의 책자를 발간, 기념사업에 일조하기도 했다.
화성행궁 복원기공식. (사진=수원시)
1995년부터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자격으로 화성행궁복원 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고증과 공사 진행 과정을 자문했다. 그의 노력으로 2003년 화성행궁 1단계 복원사업은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김 교수는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1996년 3월 문화재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곽과 궁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궁궐은 창덕궁으로, 성곽으로는 광주의 남한산성과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원화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 교수는 수원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수원화성의 문화적 가치와 우수성, 특히 기록문화의 정수인 ‘화성성역의궤’의 가치를 설명하여 수원화성이 1997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수는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자문을 하는 등 많은 역할을 했다. 1997년 3월에는 세계문화유산 위원회에서 현장실사가 있었는데, 실사담당자는 국제기념물유적협회(ICOMOS)에 소속된 스리랑카의 실바(Nimal De Silva)교수였다. 그가 수원화성을 실사하기 위해 수원을 방문했을 때 수원화성의 우수성과 가치를 설명한 사람이 김동욱 교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현장 실사모습. 김동욱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당시 실사단 실바교수가 수원화성이 복원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자 ‘화성성역의궤’가 있어 설계도에 입각해 복원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유산회의 위원들이 수원화성은 원형이 아니라는 것을 문제 삼자, 심재덕 시장이 직접 프랑스 파리에 ‘화성성역의궤’를 가지고 가서 설명했다. 심재덕 시장의 열정에 힘입어 수원화성의 가치가 높게 평가됐고 결국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동욱 교수는 수원화성에 매료되어 한 평생 수원화성과 함께 했다. 김 교수는 한국건축역사학회,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건축 관련 문화재의 연구와 자문을 했으며, 수원화성과 관련해서는 연구논문 40여편과 ‘수원화성(빛깔있는 책)’, ‘한국건축공장사 연구’, ‘18세기 건축사상과 실천-수원성’, ‘실학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과 공저로 ‘18세기 신도시와 20세기 신도시’, ‘화령전의 제례의식과 건축특성에 관한 연구’, ‘화성성역의궤 용어집’, ‘합리적인 의례공간 수원 화령전’ 등을 저술했다.
현재는 18세기 수원화성 건설기술이 조선후기 영건환경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집필중이다.
김동욱 교수는, “수원화성과의 인연은 행복한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도반이면서 마르지 않는 샘”, “수원화성은 김동욱의 시작이자 마침”이라고 술회했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