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배 / 문화체육부 차장
'내실있는 문화재단을 열망한다'.

지난 1월 2일자로 '수원문화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기존 화성운영재단과 수원화성문화재단이 수원문화재단으로 흡수되고 시청 문화관광과 업무 일부도 수원문화재단으로 넘어왔다. 수원문화재단은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관광 활성화는 물론 문화예술 창작·보급 활동 지원, 수원을 대표하는 축제 개최, 미래지향적 수원학 연구 활동 등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장밋빛 청사진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지금 수원문화재단의 모습은 어떤가. 올 초 기존 수원화성운영재단 직원들을 재발령내긴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계획했던 출범일자를 맞추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름표만 내걸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름표만 바꿔달았을 뿐 아직까지 가시화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문화재단은 정식 사무실은커녕 대표 명함에 넣을 로고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은 아직 리모델링 중으로 한 달여가 더 걸릴 예정이라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수원문화재단의 대표는 이미 지난해 10월 내정됐지만 아직까지 뒷받침해 줄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 실무직원을 모집 중인데 그것도 3월까지 제대로 충원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해 말까지 수원화성운영재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수원문화재단의 이름으로 한 푼의 예산조차 쓸 수 없었으니 준비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졸속행정이란 비난은 면키 어렵다. 굳이 속도만 낼 것이 아니라 한 템포 늦더라도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조금 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벌써 호들갑을 떠냐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장 올 봄부터 각종 문화행사가 진행돼야 한다. 발등에 불 떨어진 이런 상황에서 출범식 날짜조차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올해 큰 행사들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가닥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어떨까. 예측불허의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대한 기본 매뉴얼조차 준비되지 않는다면 우왕좌왕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루빨리 내실있게 수원문화재단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수원시민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당초 의도대로 공연장 운영에 그치는 타 문화재단과는 차별화된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이번 수원문화재단 출범을 계기로 모든 수원시민과 문화인사들은 수준 높은 문화도시 수원을 열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관제성 축제나 행사의 한계를 딛고 시민 스스로가 주인이 되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수원문화재단내에 관광 분야가 중요시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화는 기획사업이 아니다. 문화를 경제 논리로 재단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화려한 이벤트나 수익성 등 눈에 보이는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유형의 가치보다 시민들의 가슴에 오래 각인되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초자치단체 1위라는 110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여느 때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