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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수원현미경(109)] ‘생태교통 수원 2013’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사였다- 김충영 논설위원 / 도시계획학 박사

[김충영 수원현미경(109)] ‘생태교통 수원 2013’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사였다- 김충영 논설위원 / 도시계획학 박사

기자명김충영 논설위원 입력 2023.04.17 05:30

‘생태교통수원 2013' 개막식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생태교통 2013’의 첫 번째 목적은 석유고갈 시대를 대비, 1개월간 차 없는 삶을 살아보자는 행사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낙후된 구도심을 되살려야 한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수원화성은 전 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227년간 누대에 걸쳐 만들어진 세계문화유산이다.

1997년 12월 6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수원화성은 중앙의 기관은 물론 경기도나 수원시민 모두 수원화성의 복원정비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했다.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2013년까지 많은 예산을 들여 화성주변을 탈바꿈시켰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16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나 내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관광 인프라도 부족해 관광산업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수원시는 그동안 화성복원과 주변정비에 매진했다. 관광객 유치 준비는 주민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는 마을에서 숙박, 음식점 등 관광시설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염태영 시장은 '전임 심재덕 시장과 김용서 시장이 일군 기반을 활용해 어떻게든 화성 안 행궁동을 살려 내라'는 명제를 부여받았다. 염 시장은 환경운동가답게 환경사업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2011년 이클레이(ICLEI,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방정부) 사무총장이자 생태교통연맹 총재인 짐머만(Konrad Otto-Zimmerman)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짐머만은 훗날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보행, 자전거, 수레와 같은 무동력 이동수단, 대중교통수단, 친환경 전기 동력수단, 그리고 이들 사이의 연계를 포함하는 환경적·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지역교통체계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생태교통이라고 주창했다.

짐머만은 이클레이에서 함께 활동하는 염태영 시장에게 수원에서 한 달간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생태교통 행사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염 시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사업은 참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행사였기 때문에 세계 여느 환경도시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염 시장은 평소 장안문에서 팔달문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차 없는 거리를 상상했지만 그것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차 없는 행사를 하는 것은 심각한 고민사항이었다.

창원 생태교통 총회에서 ‘생태교통수원 2013’을 수락 연설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짐머만의 제의는 2011년 10월 창원시에서 개최된 ‘생태교통 총회’가 끝나기 전에 대답을 해야 했다. 염 시장은 심각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알았습니다. 우리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을 해버렸다. 염 시장은 2022년 6월 1일 발간된 수원학기획총서3 “염태영의 고백, 휴먼시티 수원에서 있었던 일”에서 ‘이제야 고백하는 일이지만 사실 그 승낙은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제1회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이렇게 시작됐다.

필자는 2011년 12월 31일 팔달구청장에서 수원시 환경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자 ‘생태교통수원 2013’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2년 1월에는 이클레이 사무총장이 내한해 수원시와 이클레이 1차 실무진 워크숍 실시로 ‘생태교통수원 2013’ 준비사업이 시작됐다.

생태교통마을 기반시설 공사장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클레이 측은 ‘생태교통수원 2013’을 2013년 5월에 개최를 요구했다. 5월 개최는 준비기간이 너무 부족했다. 2012년에는 각종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했고, 2013년에는 기반공사와 각종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했기에 2013년 9월 개최를 주장했다. 이는 생태교통의 이름을 빌어 행궁동을 살려낼 중요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주무 담당부서 설치, 시정조정위원회와 학술용역 심의회 개최, 생태교통 사무국 설치, 생태교통시범지역 선정, 생태교통 공동추진 단체 협약(수원시, 이클레이, 유엔헤비타트),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생태교통 시범사업 투융자 심의, 시범지역 가구설문조사, 생태교통 시범사업 지원 및 조성을 위한 조례제정, 생태교통 시범지역 기반조성공사 실시설계 추진, 수원시 생태교통 추진단 개소, 생태교통 주민추진단 발족, 차 없는 날 운영, 사업지역 기반시설 조성공사 추진, 조직위원회 출범 및 홍보대사 위촉, 시민 서포터즈 운영, 행정서포터지 운영, e-서포터즈 운영, 시민 자원봉사단 발족, 국제회의장 및 전시·체험장 구축 등을 끝내야 9월 행사 개최가 가능했다.

‘생태교통 수원 2013’ 반대 시위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더욱 중요한 사항은 생태교통사업을 시행하는 행궁동의 신풍·장안동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 행궁동 주민들은 이제까지 화성으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생태교통 시범사업에 대해 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피해를 많이 본 행궁동에서 시행한다고 함은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원시는 행궁동 주민들을 설득했다. 지금까지 세계문화유산 화성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봐왔으나 여러분들이 한 달간 불편한 ‘생태교통수원 2013’축제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행궁동은 다시 되살아 날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의 꾸리찌바 등 앞서간 환경도시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도시들도 낙후된 도시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면서 환경도시로 발전했음을 설득했다.

생태교통 자원봉사자 발대식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사업 준비 초기부터 행궁동 주민들의 정확한 의견을 듣기위해 폭넓은 설문을 실시했다. '생태교통 주민추진단'을 발족하고 '생태교통 추진단'을 행궁동에 개설했다. 시민 서포트단을 운영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차 없는 거리행사를 진행해 시민들로 하여금 생태교통의 불편함을 적응하게 했다.

'생태교통수원 2013' 거리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렇게 준비한 끝에 드디어 ‘생태교통수원 2013’은 2013년 9월 1일 아침, 차 없는 거리 행사로 개시됐다. 2200세대 4300여명이 살고 있는 신풍, 장안동 주민의 1500여대 자동차가 모두 사라지고 넓고 깨끗한 공간이 생기자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아이들이었다. 자동차에 떠밀려 뛰지도 못했던 아이들의 신발에 날개가 달렸다. 자동차에 익숙한 어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주민들은 ‘세계최초의 무모한 도전’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내부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궁동의 변화를 느끼러 찾아왔다. 6대륙 37개국 93개 도시에서 590여명의 국내외 환경·도시계획·교통 부문 관계자가 찾아왔다.

‘생태교통수원 2013’ 행사가 있었던 9월 한 달간 행궁동(신풍, 장안동)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00만9000명에 이르렀다. 느릿느릿 동네 길을 산책하던 이들은 다양한 풍경과 마주했다.

이런 풍경은 ‘생태교통수원 2013’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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