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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명에서 공고·상고 뗀다, 특성화고로 학생수 감소 돌파

교명에서 공고·상고 뗀다, 특성화고로 학생수 감소 돌파

3월, 경기도 5개 특성화고 교명 개칭…학과 개편도 28개교
  • 입력 : 2023. 02.25(토) 16:53
수원/정재형 기자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전경.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수원/정재형 기자]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특성화고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급변하는 산업 흐름과 경향에 맞춰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공고’나 ‘상고’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던 교명을 바꾸고 학과를 개편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2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개학과 함께 5개 특성화고가 교명을 바꾼다. 또 28개 학교는 학과 개편과 학급 수를 조정한다.
이름이 바뀌는 학교는 ▲평촌공업고(새 교명 평촌과학기술고) ▲경기세무고(적성융합고) ▲남양주공업고(남양주고) ▲성남금융고(분당아람고) ▲삼일상고(삼일고) 등 총 5곳이다.
교명을 바꾸려면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등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한 뒤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교육청 특성화고 지정·운영위원회 등 행정절차를 통해 교명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번거롭고 까다롭다.
특히 학교구성원들 사이에서 기존 이름을 고수하자는 목소리가 높으면 이를 변경할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에도 특성화고가 이름을 바꾸려는 데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국가 주도로 무너진 나라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상공업이 발전했다.
당시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공고’, ‘상고’가 잇따라 문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학과 운영도 공업과 상업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990~2000년대를 거쳐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산업구조가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산업계에도 융·복합 바람이 불고 각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또 서비스 직종이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우선으로 학사를 운영해야 하는 특성화고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형편이 됐다.
전통적으로 부르던 ‘공고’, ‘상고’라는 학교 이름이 학사 운영에 있어 크게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학부모와 학생들이 인문계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 속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공고’, ‘상고’와 같은 옛 이름은 매년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는 데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3월부터 ‘남양주고’로 교명을 개명하는 ‘남양주공업고’는 지난해 7월 2023학년도 전기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을 내면서 5개 학과 9개 학급 216명 학생 선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스마트건설과 ▲건축인테리어과 ▲스마트전기전자과 ▲스마트소프트웨어과 등 4개 학과는 공업고 특성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반면 새롭게 신설된 뷰티미용과는 헤어, 메이크업, 피부, 네일 등 뷰티산업 수요 증가에 따라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지역사회에서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개설한 학과다.
평촌과학기술고 역시 2023학년도 전기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을 보면 ▲전자기계과 ▲스마트전자과 ▲스마트전기과 등 전통적으로 공업고 성격을 보여주는 학과가 배치됐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예술계고 성향을 띄는 ‘아트앤디자인과’다. 학교 측은 해당 학과를 졸업 후 진로와 관련해 컴퓨터그래픽과 시각디자인, 기업체 디자인실·광고기획, 제품디자인 CAD 설계, 인테리어 등 분야로 취업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개교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삼일상고도 올해 3월부터 교명에서 '상고'를 떼고 '삼일고'로 새 출발에 나선다. 1903년 삼일학당으로 처음 문을 연 이 학교는 1946년 삼일중학교 승격 인가를 받은 뒤 1955년 삼일상업고등학교 설치 인가를 얻었다.
이후 1968년 삼일실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꿨다가 1988년 삼일상고와 삼일공고로 다시 분리 인가를 받았다. 이번에 삼일상고는 올해 3월 삼일고로 이름을 개명하게 됐다.
삼일고의 2023학년도 전기학교 신입생 입학전형에 따르면 이 학교는 ▲ERP스마트경영과 ▲플랫폼비즈니스경영과 ▲IT메이커스경영과 ▲외식경영과 등 4개 학과에 대한 학생을 모집했다.
이처럼 특성화고는 공업과 상업을 비롯한 산업 분야 전반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장 구조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버리기 위해 교명 개명과 학과 개편 등에 나서고 있다.
다만, 특성화고의 이같은 교명 변경이 자칫 인문계고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내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공업계 말고 다른 산업계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 수요가 있다”며 “하지만 ‘공고’나 ‘상고’라는 학교 이름을 쓰면 그러한 수요를 반영해 신설한 학과의 정체성이 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고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부정적인 이미지라도 바꿔보려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교명 변경”이라며 “그동안 특성화고에 농업·공업·상업 등 계열이 존재했는데 산업계 추세가 융합이 되면서 학교 운영도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명 변경을 신청한다고 무조건 허락해주는 것은 아니다. 제2부교육감이 위원장으로 있는 심의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수원/정재형 기자 jjk1122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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