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폐소생술은 옆 사람이 해야 산다/1천300만 도민이 다 교육 대상자다
승인 2022-11-08 20:33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 상당수는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 소방소 구급대원이나 경찰이 아닌 옆에 있던 시민의 역할이었다. 그걸 하지 못했고,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말한다. 슬픔을 누르고 차분히 볼 부분이 있다.
정작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곳은 대규모 밀집 현장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이뤄지는 일상 생활에서 더욱 절실하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 근거를 보여주는 심정지 사망자 실태 자료가 있다.
하루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명이다. 하루 평균 심정지 사망자 수는 120명이다. 흔한 것으로 알려진 교통사고 사망보다 10배 이상 많다. 심정지가 발생하는 곳도 조사됐는데 집이 가장 많았다. 구급차가 출동해 도착하는 평균 시간은 7~10분이다. 심정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분을 훨씬 넘는다. 이론적으로는 소방대원이 아무리 빨리 와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생명 보호의 키는 심정지 환자의 가족 등 주변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참사 이후 지자체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구리시의회는 심폐소생술 교육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권봉수 의장이 개정안 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로 심폐소생술 교육·캠페인이 중요해진 만큼 시 홍보물품 등을 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해 응급처치 교육을 장려하고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개정한 사항이다.” 다른 시·군에서도 대동소이한 심폐소생술 교육 강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의 방안도 있다. 교육 대상을 시민으로 확대해 가기로 했다. 시민들을 자주 접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을 교육 대상으로 삼았다. 대중교통 종사자, 지역 방범대원, 대리운전 종사자, 청소 노동자 등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교육 대상을 일반 시민의 영역으로까지 넓게 상정했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진일보된 사고의 전환이라고 본다.
지금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있다. 소방서가 직접 실시하는 현장 교육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9월까지 실시한 교육 대상자만 23만8천300명이다. 교육 장소는 지역 행사장, 경로당, 학교, 등산로 등이다. 각급 소방서나 의용대원들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의 심폐소생술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쳐다만 본다. 그 적나라한 증명이 이태원 참사 현장이었다.
교육 대상을 바꾸자. 전 도민을 교육해보자. 때마침 도의회에서 관련 지적이 나왔다. 박옥분 의원(민주당·수원2)이 “도민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가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제언에 적극 동의한다. 도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내 집에서 쓰러진 내 가족을 살려낼 방법을 모든 도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1천300만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심폐소생술 능력자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로 바꿔야 한다.
행정조직을 이용해도 되고, 주민 자치 기구를 이용해도 되고, 첨단 인터넷망(網)을 이용해도 된다. 의지만 있으면 방법과 길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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