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수원 중진작가들의 중후한 멋을 만나다…수원시립미술관 ‘먼 산을 머금고’
기자명 김유진 입력 2022.08.07 18:46
이선열 作 '의상대풍경' 사진=김유진기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벽면을 가득 채운 산수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원 교육현장에서 후학 양성과 창작활동을 병행해 온 이선열(1952~)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장은 이 작가의 작품 외에도 수원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가 박영복(1952~), 권용택(1953~)의 작품이 관객들을 유혹한다.
수원 출신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다음 달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수원에서 청장년기를 보내고 현재는 출향해 활동하는 세 원로작가들을 조명한다. 박영복, 이선열, 권용택 작가는 1960년대 미술교사들에 의해 기초 데생 수업을 받으며 화가의 꿈을 키운 세대다. 세 작가는 1978년 수원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경기청년미술인회(경기청년미술작가회) 결성을 위해 의기투합을 한 바 있다.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맞는 작품은 이선열 작가의 작품들이다. 이 작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도자 패널과 청색 안료를 혼용해 만들었다. 하얀 패널 위에 섬세하고도 강단 있는 선으로 채워진 작품은 마치 포르투갈의 아줄레주(주석, 유약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 만든 포르투갈식 타일)를 연상하게 했다. 이어진 실경산수화는 이 작가가 오랜 시간 여행을 통해 마주한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화폭에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걸음을 옮기면 박영복 작가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시골에서 밤의 풍경을 구경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박 작가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작품들이지만, 오히려 따뜻하고 정감이 있다. 작가는 달빛이 비친 산을 시적인 색채로 표현해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을 표현한다.
권용택 作 '평창강'. 사진=김유진기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권용택 작가의 작품들을 말할 수 있다. 권 작가는 돌 위에 산과 물, 하늘을 그린다. 울퉁불퉁한 돌 위에 새겨진 그림들은 실제 산을 작게 만들어 미술관 안으로 가져온 것 처럼 보였다. 작가는 ‘백두대간(2022)’ 등 돌 그림을 통해 자연 생태계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가시화한다.
한편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9일부터 11월 6일까지 소장품 교류기획전 ‘우리가 마주한 찰나’를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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