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기 라디오방송 첫 출발에 "바른 지역 언론" 한 목소리
기자명 김예리 기자 입력 2022.05.25 16:10
노사 공동기자회견…내년 2월 개국 목표, 9월1일까지 전원 경력 인정 고용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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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방송을 만드는 일이 남았습니다. 경기방송에서 싸운 노하우와 지난 2년의 아픔을 잊지 않고 바른 언론이자 자생력 있는 지역방송, 공공성을 살리는 방송사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주영 언론노조 경인방송지부장)
99.9MHz 경기라디오 새 사업자로 선정된 OBS경인TV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가 함께 새 라디오방송 출발을 선언했다. 지난 2020년 경기방송이 돌연 일방 폐업하면서 구성원들이 해고된 지 2년 만이다.
OBS와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25일 오전 경기 부천 오정동 OBS 스튜디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은 방송통신위원회이 지난 17일 99.9MHz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방송사업자에 OBS를 선정한 직후 열렸다.
▲김학균 OBS 대표이사와 장주영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이 25일 경기라디오 새 방송사업자 선정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학균 OBS 대표이사는 이날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고용승계 방안과 개국 준비 계획을 밝혔다. OBS 측은 “OBS의 라디오 사업자 선정은 오랜 기간 새 라디오방송을 기다려온 경인지역 청취자들, 그리고 옛 경기방송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추진위원회의 노력의 결과”라며 “그런 바람을 이어받아 열린 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지 일 주일 만에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는 첫 이유는, 저희(OBS 구성원)들도 iTV 출신으로 정파 경험이 있다.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이 무척 클 것이라 생각해 공식 기자회견으로 정확히 알린다”고 했다.
▲김학균 OBS경인TV 대표이사. 사진=김예리 기자
OBS는 내년 2월달 라디오 개국을 목표로, 그로부터 6개월 전인 9월1일까지 조합원 12명을 포함한 14명 전원 입사를 마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내달 1일자로 경기방송지부 집행부이자 PD·기자·기술 직군 1인씩을 맡고 있는 3인을 개국 준비단으로 먼저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업 무렵인 2020년 4월부터 현재까지 조합원들의 ‘새로운 99.9MHz 추진위원회’ 활동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원직 복직을 전제하되 직종 변경 희망자에 한해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업 허가증을 받기 위한 조건인 투자자본금 100억의 경우, OBS가 사내유보금으로 20억을 투자하고, 수원에 본사를 둔 건설시행사 DSD삼호와 콘텐츠제작사 iHQ가 각각 40억원을 투자한다. 두 기업은 이번 투자로 OBS 전체 지분구조상 5% 미만 주주가 된다.
장주영 지부장은 “경기방송과 iTV는 같은 (폐업) 경험을 했다. 그래서인지 경기방송 폐업했을 때 언론노조 OBS지부가 가장 먼저 달려와주었다”며 “OBS는 이번에 사업자 선정에 신청한 7개사 중 가장 의지를 갖고 적극 노동자 편에서 고용을 약속했고 지난 2년여 간 경력도 인정하겠다고 공식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장 지부장은 “OBS는 경기 유일의 지상파로 TV와 라디오를 병행하는 종합미디어방송사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은) 라디오방송사에만 종사해왔기에 TV와 합쳐진다는 기대가 크다. 경영자 입장에서 노조는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합리적 협상을 하기 위해 힘껏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OBS가 iTV나 구 경기방송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왜 지상파방송을 지역에 허가했는지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지상파방송의 설립 취지를 잊지 않고 지역 밀착을 강화하고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에서 답을 찾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 방안으로 청취자 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지역 공동체 라디오 7곳과 협업하며, 코로나19 시기 중소기업 소상공인 아픔을 대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새 라디오방송의 공식 명칭은 고민 중이다.
김 대표는 과거 OBS에서 벌어졌던 대주주 소유·경영 분리 원칙 훼손 논란이나 자체 제작 최소화,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 통보 등에 대한 우려에 입장을 묻자 “재허가 과정에서 부과받은 제작비 미집행분 집행 조건은 오는 10월이면 해소된다”며 “앞으로 제작비 투입이 부족해 조건부 허가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7년도에 내홍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앞으로 구조조정할 이유도 없다”며 “(다만) 경기방송 급여 시스템이 OBS보다 높아, 임금 수준을 맞추고 유보금 안에서 급여인상이나 놓친 복지를 감안해 천천히 가자고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지난 3월30일 과천정부청사 앞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천막농성 현장. ⓒ경기방송지부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이 25일 경기라디오 새 방송사업자 선정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경기방송은 지난 2020년 2월 회사 전무이사의 막말·비위 행위에 대한 내부 제보로 사내 개혁 움직임이 일자 폐업을 결정하고 구성원을 정리해고했다. 당시 방통위가 경기방송이 방송법과 상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문제의 전무 배제 등 강력한 재승인 조건을 부과했는데 경기방송은 일방 폐업으로 대응했다. 그해 3월29일 라디오 99.9MHz 송출이 멈췄다.
그해 6~8월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은 새 사업자 선정을 촉구하며 과천청사 앞에서 수요집회와 65일 천막농성을 했다. 방통위 측은 2020년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치겠다고 밝혔으나 해직 기간은 2년을 넘겼고, 올해 3월30일 경기방송지부는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새 사업자 공모는 지난 17일 새 사업자가 결정되면서 끝났다. 지역방송 중 유일하게 라디오방송 사업을 하지 않던 OBS가 이번 사업자에 선정되며 겸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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