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부동산의 적들-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 사장])
입력 : 2022.05.06 00:04:01
필자에게 지난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원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들겠다. 수십 번 대책에도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해 전 국민을 '부동산 스트레스' 한계점까지 내몬 정책 오류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싸우는 대상, 즉 '적'을 잘못 설정한 데 있다고 본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싸우려 했던 것이다. 좋은 동네에 있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기초적 욕구 중 하나다. 서울 강남 집값이 타 지역보다 비싼 이유는 집이 실제로 타 지역보다 잘 지어져서가 아니다. 선망하는 동네로 옮겨가고 싶은 욕망이 근저에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자기가 원하는 동네로 집을 옮겨 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수많은 정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실수요 주택 구매층을 좌절시켰다.
두 번째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초적인 시장법칙과 싸우려 했다. 수요가 공급을 폭발적으로 앞서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까지 다년간 더해지면 비단 여기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였다고 할지라도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구조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시장을 무시한다는 전문가들과 야당의 공격이 있자, 현 정부는 처음에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소리를 하다가 나중에는 공급 부족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 다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다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려면 양도세를 과도하게 높이는 방향성이 아니라 오히려 한시적으로 정상 양도세보다 세율을 낮춰주는 유인책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다주택 소유자들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정당하게 향유할 수 있는 매매차익을 불로소득 취급했으니 정책이 먹힐 리 없었다.
세 번째는 가상의 악질적인 투기꾼과 싸우고 있었던 점이다. 투기 수요는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하에 있는 모든 유형의 시장에서 일정 부분 존재한다. 극소수의 투기꾼과 대다수의 정상적 주택 소유자를 구별하지 못하면 해당 정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책 목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보유세, 양도세, 거래세 세 가지를 모두 단기간에 이처럼 폭발적으로 올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보유세가 높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법으로 우리나라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과세평가액을 해마다 2% 이상 못 올리게 하고 있다. 양도세도 특별히 부동산만 다른 자산군과 차별화해 최대 82.5%까지 중과세하는 경우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보기 어려운 입법례다. 취득세 중과 사례로 든 싱가포르도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특성상 신규 주택 취득 시 15% 취득세를 물리지만, 그 대신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자체를 아예 면제하는 방식으로 퇴로를 열어주고 있다. 문재인정부 방식의 전방위적 과세는 정상적 주택 소유자들을 투기꾼에 편승해서 이익을 보려는 잠재 공범으로 인식할 때만 가능하다.
이제 출범하는 새 정부는 현시대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감에 있어 가상의 적, 즉 정책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전임 정부가 범했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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