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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병세권'이 대세… 지자체 너도나도 대형병원 유치전

이젠 '병세권'이 대세… 지자체 너도나도 대형병원 유치전

입력2022.03.09 04:30

고령화·코로나 탓 종합병원 선호 높아

과천 수원 파주 송도 등서 속속 안착

주민들 병원 설치 요구 커 유치전 치열

부지 특혜 논란·지역 불균형 등 잡음도

학군이나 역세권 못지않은 부동산 변수, 요즘 뜨는 병세권(病勢圈)을 아시나요?

대형 종합병원 인접 주거단지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대형 병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고령화 심화와 연이은 전염병 사태 탓에 대형 병원을 주거지 가까이 끌어와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거세지만,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유치에 나서며 특혜 논란이나 지역 불균형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가 2026년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짓기로 한 송도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인천시 제공

잇따르는 대형병원 유치 공약

8일 한국일보가 부산 인천 울산 경기 경남 등 지자체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이들 광역단체 또는 상당수 소속 기초단체들이 최근 종합병원의 지역 내 유치를 확정하거나 유치를 위한 협약 등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경기 과천시는 지난달 24일 고려대 및 의료원과 ‘고려대 과천병원(가칭)’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과천도시공사 소유 부지에 병상 800개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 강남권과 가깝고, 바이오·제약사가 입주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과도 인접해 입지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수원시도 올해 초 덕산의료재단과 협약을 맺고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서수원권에 병상 700개 규모의 종합병원을 짓기로 했다. 파주시도 아주대병원과 비슷한 협약을 체결했고, 인천시는 이미 송도세브란스병원(2026년 개원 목표)과 서울아산병원 청라(2027년 목표) 건립을 추진 중이다.

병원 유치에 지원 아끼지 않는 지자체

지자체들은 대형병원 유치를 위해 법령이나 인허가 관련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종합병원이 필수 의료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용적률 완화와 용도지역 변경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들이 종합병원 유치에 나선 가장 주요한 이유는 지역 주민의 열망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은 다른 어느 인프라보다 선호도가 높은데, 종합병원 접근성이 삶의 질이나 부동산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원시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행정구역에서도 대형병원 가까운 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몸값이 높다”고 했다.

2020년 7월 서부경남 공공의료 시설 확충을 위한 제4차 도민토론회에서 김경수(왼쪽 세 번째) 지사와 참석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관심을 받은 공공병원 확충 움직임도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부산시는 부족한 공공의료 시설 확충을 위해 금정구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을 추진 중이고, 울산시는 2025년까지 북구 창평동 4만㎡ 부지에 22개 진료과와 500병상을 갖춘 울산의료원을 짓기로 했다. 만성 적자를 이유로 2013년 폐업한 진주의료원도 8년 만에 부활 절차를 밟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진주의료원 폐업 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거창 확진자가 양산까지 이송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경남 중부나 동부에 비해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서부의 의료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료원 전경. 제주도 제공

무분별한 '병원 핌피' 부작용도

하지만 여러 지자체들이 각종 혜택을 아끼지 않으며 종합병원을 끌어오려는 경쟁탓에 특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인천시는 송도세브란스병원 측과 조성원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헐값 매각 계약을 빚어 특혜 시비를 빚었고, 결국 협약 체결 후 16년 만인 올해 12월에야 병원 착공에 들어간다. 청라의료복합타운도 당초 차병원그룹과 2014년 협약을 맺었으나 특혜시비 때문에 공모방식을 바꿔,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지자체들이 전국적인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자기 지역에만 병원을 끌어가려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역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7개 진료과목)이나 일반종합병원(300병상 이상, 9개 진료과목)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는데, 지자체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500병상 이상, 20개 진료과목, 과목별 전문의)만 유치하려는 현상이 반복된다.

상급종합병원(지난해 3월 기준)은 서울 14곳, 인천 3곳, 경기 5곳, 강원 2곳, 대전 1곳, 충남 2곳, 충북 1곳, 광주 1곳, 전남 2곳, 전북 2곳, 대구 5곳, 부산 3곳, 울산 1곳, 경남 3곳 등 모두 43곳이다. 상급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는 경북은 대구와의 불균형이 크다며 일반종합병원 규모의 동국대 경주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은 권역에서 환자가 진료 후 외부로 어느 정도 가느냐 등 복잡한 기준이 있다”며 “권역별로 환자 수용을 감안해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의 진료역량, 상급종합병원 역할 여부, 치료 실력 등 종합적 기준을 판단해 복지부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유치하고 싶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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