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사회 이슈 및 시사, 기고 등 종합

[1] 가족만이 짊어지는 '장애돌봄 책임'… "국가·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2] 현실의 낭떠러지에서… 아이를 포기한 엄마들/ [3] [토론합시다] 매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국가·지..

[1] 가족만이 짊어지는 '장애돌봄 책임'… "국가·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2] 현실의 낭떠러지에서… 아이를 포기한 엄마들/ [3] [토론합시다] 매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국가·지역사회 돌봄으로 막아야

******************************************************************

 

[1] 가족만이 짊어지는 '장애돌봄 책임'… "국가·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발행일 2022-03-07 제7면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하루에 발달장애인 2명이 돌봄 부담을 짊어진 엄마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극(3월4일자 5면 보도=[뉴스분석] '엄마 손에 숨진' 수원 장안구 8살 발달장애아동)이 벌어지자, 가족에게만 전가된 현행 발달장애인 돌봄 책임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적극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매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반복되어 왔다"며 "그 모든 죽음의 원인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정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한 두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하곤 한다"며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봉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반지하 자택에 머물던 A(41)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같은 날 시흥시 신천동에선 B(54)씨가 20대 발달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A씨와 B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홀로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평생케어 종합대책'

특성 고려 안 돼 '실질 도움 미비'

'국가책임제' 패러다임 전환 목청

문재인 정부는 24만여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발생하는 이 같은 비극을 막고자 지난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영유아기·학령기·청장년기·중노년기 등 생애주기 별로 세분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가족들은 정부의 종합대책이 가져온 변화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설계 탓에 실질적인 돌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의 정도나 특성에 따라 지원 강도를 달리해야 하는데, 유사한 활동 지원 서비스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 모두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며 "국가책임제는 선언적 구호에 가깝지만, 핵심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이 돌봄 책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

 

[2] 현실의 낭떠러지에서… 아이를 포기한 엄마들

'장애자녀 살해' 친모 잇단 구속

발행일 2022-03-07 제7면

신지영·이시은·이자현기자 sjy@kyeongin.com

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한 친모가 잇따라 구속됐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5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일 시흥의 자택에서 딸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튿날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갑상선암 말기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수원의 자택에서 발달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40대 친모 B씨가 구속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 때문에 아들을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흥 작은 화원 운영하던 A씨

갑상선암 선고 '생활고' 겪어

구속된 A씨와 숨진 B씨 자녀에 대해 이웃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줬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인천에서 작은 화원을 운영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찾은 A씨의 화원 문고리에는 미처 내지 못한 지난 2월 전기요금통지서가 둥글게 말린 채 꽂혀 있었다. 주변 이웃은 A씨를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일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한 이웃은 "(A씨가)비쩍 마른 사람이었는데 더운 날씨에도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했다. 암이 있으면 그렇게 일하면 안 되는데, 마른 사람이 혼자서 설치 일까지 다 처리하고 지독하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온도조절에 관리비가 많이 드는 화원의 특성상 A씨는 화원 운영에서 상당한 손해를 봤을거라는 게 이웃들의 관측이다. 이웃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화원 문을 여는 일이 드물었고 지난 2월 10일쯤 '왜 화원을 안 여냐'고 안부 전화를 했는데 "많이 아파서 못 나간다"고 답했다고 한다.

화원 수입이 끊기면서 모녀는 딸이 장애기관에서 벌어오는 수입 한 달에 90만원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보인다. 황망한 사건을 겪은 뒤 A씨 가족들은 곧장 집을 이사했다.

A씨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지난 3일 경찰에 자수했다.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 그가 딸에게 남긴 유서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수원 9살 '발달장애아동' C군

등교도 한 번 못해보고 생 마감

한편, B씨에 의해 숨진 발달장애 아동 C군에 대해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자택 인근 이웃들은 "9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왜소했다. 흰 강아지를 지켜보곤 했다"고 설명했다. 1년 전쯤 이곳으로 이사 온 C군 가족이 살던 집은 조원동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반 지하 주택이다.

골목 바깥에 미용실이 있는데 C군은 오후 느지막이 엄마가 모는 유모차를 타고 나와 미용실에서 키우는 흰 강아지를 지켜보곤 했다고 한다. 미용실 이웃은 "체구가 작아서 한 세살이나 네살쯤 된다고 생각했지 아이가 9살(만 8세)이나 됐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C군은 2일부터 자택과 아이 걸음으로 불과 2~3분 내외밖에 걸리지 않는 초등학교에 다닐 예정이었다. 예비 소집일까지 참석한 C군은 결국 한 번도 등교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신지영·이시은·이자현기자 sjy@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

 

[3] [토론합시다] 매년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국가·지역사회 돌봄으로 막아야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필요

발행일 2022-03-07 제14면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교실에서 시작하는 새학기는 늘 설렘과 함께합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생애 최초로 학교에 갔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첫 등굣길을 기억하시나요. 몰랐던 세상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불안과 새학기의 설렘이 공존했을 것입니다.

2022학년도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불행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만 8살 발달장애 아동이 숨진 것입니다.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이 아이를 숨지게 한 건, 놀랍게도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학생들이 읽는 지면에 이토록 끔찍한 강력사건을 올리는 이유는, 이 사건의 이면에 우리가 꼭 짚어야 할 현실이 숨어 있어서입니다.

피해 아동은 수원시 장안구 반지하 주택에 거주했습니다. 1년 전 이곳으로 이주한 가족의 구성원은 어머니와 아동 단 두 명이었습니다. 이웃들은 아이를 '도저히 9살로 볼 수 없는 왜소한 체구에 오후 느지막이 집을 나와 흰 강아지를 지켜보던 친구'로 기억합니다.

피해 아동이 살았던 반 지하방이 자리 잡은 골목 앞에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기르는 하얀 강아지가 투명한 문밖으로 모습을 보이곤 했죠. 너무나 왜소해서 어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외출을 했던 아이는 귀여운 듯 신기한 듯 강아지를 지켜보곤 했답니다. 쑥스러운지 들어오진 못하고 밖에서 지켜봤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고 엄마의 돌봄에만 의존했습니다. 입학 이전에 유치원이나 기타 교육기관에 다닌 적이 없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교육당국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은 특수학급이 아니라 일반 학급 진학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비록 학교에 장애인으로 파악되진 않았지만 이들 가족에게 국가의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어머니는 생계·주거급여와 장애아동수당을 더해 매달 16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원받아 왔습니다.

그랬던 그들에게 비극이 닥쳤고 보호자에서 가해자가 된 어머니는 경찰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진술했습니다. 비극이 벌어진 같은 날 시흥시 신천동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50대 여성이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딸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엄마에 의해 8세 아동 숨지는 사건

반지하 주택 거주·또래보다 '왜소'

특수학급 아닌 일반학급 진학 예정

경찰조사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런 일이 동시에 벌어지자 전문가들은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냅니다.

이나리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은 "지적발달 장애인 돌봄의 전체적인 부담이 보호자에게만 주어지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본다"며 "돌봄이 길어지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심적으로 취약해지는 순간이 오면 아무리 단단한 가족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가족에게만 전가된 현행 발달장애인 돌봄 책임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적극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매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반복되어 왔다"며 "그 모든 죽음의 원인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한 두 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하곤 한다"며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봉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24만여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발생하는 이 같은 비극을 막고자 지난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영유아기·학령기·청장년기·중노년기 등 생애주기 별로 세분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지만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가족들은 정부의 종합대책이 가져온 변화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날 20대 지적장애 딸 살인사건도

기초수급자에겐 벅찼던 자녀 양육

발달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설계 탓에 실질적인 돌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의 정도나 특성에 따라 지원 강도를 달리 해야 하는데, 유사한 활동 지원 서비스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 모두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며 "국가책임제는 선언적 구호에 가깝지만, 핵심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이 돌봄 책임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난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에게는 재난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비극으로 느껴집니다.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도 그러할지 모릅니다. 가해자가 된 보호자의 범죄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입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겐 더 힘들었을 자녀 양육의 무게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