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과 맘에 담았던 과장님 자녀모습 하나하나 풀어드릴게요- (염태영 전 경기 수원특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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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2년 03월 03일(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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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김영추(1959∼2011)
고 김영추 과장님, 저는 얼마 전 12년간 몸담았던 수원시장이란 공직에서 사임했습니다. 퇴임식장에서, 우리 직원들이 만든 헌정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12년간 여러 영예의 날들에 대한 영상 기록을 보면서 감회에 잠겼습니다. 그러다 영상 중 당신의 딸이 제게 보낸 메시지를 접하고서 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난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벌써 11년 전이군요. 제가 시장에 처음 취임하고, 일 년이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우리 시 간부 공무원들과 1박 2일 워크숍을 가게 됐습니다. 시장인 저와 과장(사무관)급 이상의 간부들이 우리 시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긴밀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워크숍 둘째 날, 좀 덥긴 했지만 맑고 청량한 날로 기억합니다. 아침 식사 후 100여 명의 간부 공직자들과 함께 속리산 문장대 등반에 나섰습니다. 7분 능선쯤 도달했을 때였을까요? 제 뒤편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김 과장 왜 이래!” 하는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사고가 났음을 직감했습니다.
구조헬기가 출동하고 한 시간 만에 충북 청주의 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과장님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나셨습니다. 영안실에서 당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가족에게 저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후, 저는 속으로 과장님께 약속드렸지요. ‘당신의 가족을 잘 살펴드리겠다’고요.
돌이켜 보면, 저와 과장님과의 인연은 제가 시장이 되기 전부터였습니다. 제가 20여 년 전, 시민환경운동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시민단체와 함께 연례적으로 주관하는 주민자치센터 콘테스트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과장님은 수원시 영통2동장으로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주민자치 활동 성과를 설명하셨습니다. 그때 주민 대표분들과 온 정성을 기울여 발표 준비를 하시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통2동은 대통령상(대상)을 받았지요. 제가 처음 수원시장이 된 2010년, 과장님께 어려운 과제를 드렸던 기억이 나는데요. 하루가 멀다고 정부 부처를 발로 뛰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저는 참 든든했습니다.
과장님, 당신의 자녀들은 너무도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저는 과장님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자녀들이 커가는 소중한 순간들을 제 눈에 담았습니다. 따님은 과장님처럼 반듯한 공직자가 되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식장 신부 입장을 할 때도, 귀여운 아기의 엄마가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도 너무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아드님은 늠름하게 군대를 다녀온 후, 원하던 교사가 되었습니다. 지난 설 명절에도 자그마한 선물을 보내면서, 이것이 아마 시장으로 하는 마지막 인사라고 따님께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신 없이 흐른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회상했습니다. 고마웠다고, 아버지 같았다고 했습니다. 함께 울었습니다. 저도 과장님의 자녀들처럼 마른하늘 날벼락처럼 제 부모님을 하루아침에 여의었습니다. 그래서 그 상실감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상실감을 메꾸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과장님, 그곳은 어떤가요? 저도 이제 60을 넘겼습니다. 언젠가는 과장님을 만나러 가겠지요. 그때 제가 제 눈과 맘에 담았던 따님과 아드님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하나하나 풀어드리겠습니다. 비록 과장님과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보다 길었던 그 이후의 시간을 같이 웃으며 오래오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과장님.
염태영 전 경기 수원특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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