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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수원의 은마아파트 '영통2구역' 손 뗄까

HDC현산, 수원의 은마아파트 '영통2구역' 손 뗄까

기자명 서동영 기자 입력 2022.03.02 07:17 수정 2022.03.02 10:24

내용요약
40여년 만에 변신하는 수원 최대 재건축 단지
광주 사고 후 HDC현산 시공사 퇴출 요구
이주 앞두고 시공사 재선정시 사업지연 불가피
지분만 유지 관측도...수용 가능성은 미지수

녹이 슨 매탄4단지 안내도 옆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철수를 요구하는 걸개가 걸려있다. / 서동영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박살난 믿음! 현대산업개발은 사업철수로 보답하라!”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대산업갤에 맡길 수 없다!”

아파트 준공 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녹이 슨 단지 안내도. 그 옆에 걸린 플래카드엔 강경한 태도가 묻어나왔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주공4·5단지 주변엔 이 같은 걸개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내용은 비슷했다. 영통2구역(매탄주공4·5단지) 재건축 시공사이자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 철수 요구다.

해당 단지를 둘러보니 마치 1980년대로 되돌아간 듯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주공)라고 쓰여진 단지 안내도, 아파트 건물에 붙은 주공 마크, 색깔이 바래 하얀색에 가까운 아파트 외벽, 파란색 바탕에 흰색 페인트로 쓴 이정표, 아파트 출입구의 깨진 바닥 등 한눈에 봐도 매우 낡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매탄주공5단지 내 아파트 1층 출입구(왼쪽)과 단지 내 이정표. / 서동영 기자

매탄주공 4·5단지는 1985년에 지어진 아파트라 건물과 시설은 낙후됐지만 위치는 수원의 중심부다. 단지 건너편 팔달구 인계동은 수원에서도 번화가로 손꼽히며 수원시청을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이 자리했다. 5단지에 산다는 한 30대 남성은 “십여년 전부터 재건축한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시작된다. 여기가 서울로 치면 강남 은마아파트 아니겠나. 위치가 워낙 좋으니 수원에선 많은 이가 이곳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결국 영통2구역이라는 이름 하에 기존 2440가구를 허물고 4000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조성하게 됐다. 수원에선 가장 큰 규모의 재건축이다. 2017년 설립인가를 받은 영통2구역조합은 같은 해 시공사로 GS건설·HDC현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오는 4월경 관리처분 신청을 통해 인가만 나오면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다.

순항 중인 재건축이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만난 건 지난 1월. 광주 화정동에서 HDC현산이 짓고 있던 아파트가 무너졌다. 조합원들은 HDC현산을 믿지 못하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HDC현산을 믿고 그대로 가자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단지 근처 조합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조 영통2구역 조합장 역시 “조합원들이 워낙 격양된 상태다. 조합 역시 HDC현산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엔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에선 조합과 조합원들이 모여 HDC현산의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매탄주공5단지 안내도 오른쪽 뒤로 옛 대한주택공사 마크가 붙여진 아파트가 보인다. / 서동영 기자

HDC현산 보이콧 움직임은 영통2구역뿐만 아니라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 등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계약 해지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조합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다면 건설사로선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예림 변호사는 “다른 현장에서 생긴 사건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컨소시엄의 경우 현행법에 따라 HDC현산과 시공계약을 해지하면 나머지 건설사인 GS건설과도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즉 다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해 사업 지연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영통2구역은 오는 8월부터 주민 이주를 앞두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다.

HDC현산 관계자는 “조합원 우려는 잘 알고 있다. 안심할 수 있도록 더 튼튼하게 짓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받아들일 경우 다른 현장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만큼 HDC현산으로선 버틸 수밖에 없다. 난데없는 계약 해지 위기에 처한 GS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매탄주공 4·5단지 주차장에 걸린 걸개들. / 서동영 기자

건설업계에선 HDC현산이 공사에서 손을 떼는 대신 지분만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분만 갖고 있으면 공사는 하지 않으면서도 매출 등 수익은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에선 HDC현산이 시공에서 물러나되 지분만 소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단지 내에서 HDC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사용하지 않는다.

영통2구역에서 HDC현산의 지분은 40%다. 하지만 조합에선 이 같은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상조 영통2구역 조합장은 "HDC현산 측에 공사에서 완전히 빠지지 않으면 시공사 계약 해지에 대한 조합원 총회를 열 것이라는 문서를 보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조합과 HDC현산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동영 기자 westeast0@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