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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人’ 닮은 새 청사서 미래 100년 준비… ‘열린 의사당’ 지향 [지방기획]

사람 ‘人’ 닮은 새 청사서 미래 100년 준비… ‘열린 의사당’ 지향 [지방기획]

입력 : 2022-02-24 01:00:00 수정 : 2022-02-23 21:07:12

 

광교 시대 연 경기도의회
29년 수원 팔달산 청사 시대 마무리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로 개청
독일의회 벤치마킹 본회의장 눈길
천장 유리돔 통해 내려다볼 수 있어
상임위·본회의 인터넷으로 생중계
인사권 독립… 직원 복지 등 향상 기여


경기도의회광교 신청사 전경. 경기도의회 제공
#1. 지난 1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 본회의장. 이날 열린 제357회 임시회 2차 회의에선 ‘경기도 민자도로 유지·관리 및 실시협약 변경 등에 관한 조례안’ 등 40개 안건이 처리됐다. 이날 처리된 민자도로 관련 조례안은 도지사가 민자도로 운영을 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지난해 통행료 무료화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일산대교 사태를 계기로, 사업자에게 실시협약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140여명의 의원은 흥분된 표정으로 신청사 이전 이후 첫 의사일정을 차분히 마무리했다.
#2. 지난 7일 마련된 ‘광교 신청사 이전 개청식’은 다채로운 행사들로 채워졌다.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도의원들은 신청사의 비전을 ‘소통과 화합의 새천년 경기도의회’라고 소개한 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도청, 도교육청과의 소통과 화합을 다지는 디딤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직전 도의회 청사 소재지인 수원 팔달구 효원로에서의 30년 발자취를 되짚고, 광교 시대의 새출발을 기념했다. 타임캡슐 봉인식에선 달항아리 모양의 조형물에 의원들 철학이 담긴 소지품들이 봉인됐다. 의원들은 착용 중이던 의회 배지와 연설문집, 우수위원회 상패, 앨범 등을 잇달아 담았다. 타임캡슐은 100년 뒤인 2122년 2월7일 개봉된다.
◆팔달산 시대 끝내고 ‘광교 시대’ 개막
경기도의회가 29년간의 수원 팔달산 청사 시대를 마무리하고 광교 신청사 시대를 활짝 열었다. 광교 신청사는 지하 4층∼지상 12층(연면적 3만3000㎡) 규모로, 돌출된 천장 유리 돔과 외벽 등을 통해 ‘열린 의사당’을 표방했다.
23일 도의회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개발 초기 밑그림을 그린 신청사는 착공 4년 만인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운영시스템 안정화 등 이전 작업은 신청사 건립을 주도했던 이계삼 사무처장이 총괄했다. 총무담당관실과 의사담당관실, 입법정책담당관실 등 사무처 7개 부서와 13개 전문위원실, 13개 상임위원회실, 의원실 등이 이사를 끝내고 지난달 24일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이후 처음으로 도연수 예산정책담당관 등 4급 서기관 6명에 대한 인사가 이뤄졌다.
새 둥지를 튼 광교 청사는 팔달산 청사(1만4000㎡)보다 2.4배가량 커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람 인(人)자를 닮아 애민정신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의장실과 상임위원장실을 포함해 재적의원 141명에게 개인 의원실이 배정됐다. 평균 면적은 30㎡로, 경북도의회(27㎡), 충남도의회(26㎡), 서울시의회(25㎡)보다 조금 넓다. 300여명의 사무처 직원들을 위한 업무공간 역시 늘었다. 새 청사는 교섭단체나 의원정수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회의 공간을 1.5배 확충하고 예비공간을 마련했다. 기존 청사에 없던 의회 식당(100석)과 건강관리실·탁구장·운동실 등 체력단련실, 휴게실도 들어섰다.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 본회의장. 경기도의회 제공
가장 큰 특징은 독일의회의 개방감을 벤치마킹한 본회의장이다. 4층 야외광장으로 돌출된 천장 유리 돔과 2, 3층 유리 외벽이 인상적이다. 유리 돔과 외벽은 국내 지방의회 청사 중 처음 적용된 것이다. 의회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의사당의 랜드마크인 천장 유리 돔은 사람들이 올라가 돔을 통해 본회의장을 내려보도록 튼튼하게 설계됐다.
실제 지난 7일과 11일 열린 본회의 때는 복도를 오가던 방문객들이 유리창 넘어 탁자와 의자에 앉아 도의원들의 조례 의결 모습을 지켜봤다. 최근 도의회를 방문한 박정민(47·수원 영통구 원천동)씨는 “마치 집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듯이 유리창 너머로 탁자에 앉아 편하게 지역사회의 정치활동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종이 없는 스마트 의회
다음달부터는 도의회 상임위원회 회의 및 본회의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상임위와 본회의장에는 이미 종이 없는 스마트 의회가 도입됐다. 이전엔 본회의장만 컴퓨터로 회의 자료들이 올라오는 방식이었는데 ‘의정 정보화 시스템’ 완성으로 13개 상임위 회의실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모든 자료를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스마트 의회는 도민들에게도 혜택이다. 스마트폰으로 의회 포털을 클릭하면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항을 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표정은 물론 속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계삼 도의회 사무처장은 “권위주의에서 탈피해 소통과 화합을 꾀했다”고 자평했다.
1층 로비는 의정기념관, 본회의장 축소체험실, 의정지원정보센터, 소통갤러리 등을 갖춘 ‘경기마루’(1689㎡)로 꾸며져 다음달 개방된다. 경기마루는 ‘재미있는 지방의회’를 꾀하는 복합문화시설로, 누구나 별도 출입증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개청 초기에는 청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광교 신청사는 도의회 사상 네 번째 청사다. 1956년 서울 종로구 경기도청 안에 초대청사를 개원한 뒤 1991년 수원 문화예술회관, 1993년 팔달산 청사를 거쳤다. 제2대 의회 개원 직후인 1961년에는 5·16군사정변으로 강제 해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도의회는 지난달 ‘인사권 독립 선포식’을 열고 경기도와 인사 운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별도 인사위원회를 꾸려 사무처 직원들의 승진·전보 인사를 시행 중이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의장의 고유사무에 인사 행정이 더해지고 의회직이 새 직렬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도의회는 최근 인사권 독립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도의회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안’과 ‘도의회 시험 운영수당 지급 조례안’ 등을 의결했다. 다음달 22~31일에는 제358회 임시회를 열어 도정과 교육행정에 관한 조례안 등을 심의한다.
장현국 도의회 의장은 광교 신청사에서 경기도가 직면한 여러 현안을 충실히 살피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장 의장은 “경기지사와 경기교육감을 민의를 향해 달리는 말에 비유한다면 도의원은 도민이 탄 마차를 모는 마부에 해당한다”며 “(팔달산보다) 낮아진 광교 청사에서 도민을 떠받들겠다”고 말했다.

◆ 이계삼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주민·학생들에 의사당 개방 풀뿌리 민주주의 귀감 될 것”
 
“두 차례 도의회의 권고가 고비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계삼(사진)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은 광교 신청사 시대를 연 주역으로 꼽힌다. 도의회 이전뿐 아니라 도청, 도교육청, 산하 기관들이 광교로 집합하는 경기융합타운의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도의회 개청에 이어 도청과 도교육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광교 청사로 옮긴다.
 
이 사무처장은 광교 신청사와 관련해 “가슴이 설레고 꿈이 이뤄진 기분”이라며 “진정으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데는 끊임없는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고시 출신의 첫 도의회 사무처장이다. 1995년 공직을 시작해 경기도시공사 광교사업본부장, 경기도 광교개발사업단장, 건설본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이번 청사 이전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 게 바로 이 사무처장이다. 그는 2007년 김문수 지사 시절에는 광교신도시 개발을 위한 광교개발사업단장을 맡았고, 2015년 남경필 지사 때는 건설본부장으로 신청사 건립 재원 문제를 해결했다.
 
청사 이전은 1990년대 초반 청사 증개축 논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후 경제 위기와 호화 청사 논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 사무처장은 “1967년 광화문에서 수원으로 도청을 옮길 때 직원 수는 159명에 불과했는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1000명을 넘어섰다”며 “건물이 오래되고 공간이 좁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전이 재추진됐지만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때 청사 이전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며 당시 팔달산 청사 자리에 건물을 다시 짓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발주만 남은 상황에서 도의회는 경기도에 “비전을 갖고 더 넓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이전을 권고했다. 이후 이전 부지까지 마련했지만 도청·도의회 이전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쳤다. 도의회는 2015년 재차 집행부에 광교로 이전을 권고했고, 도가 이를 수용해 복합개발방식으로 신청사 건립재원을 마련토록 했다.
 
이 사무처장은 “도청은 올 5월에, 도교육청은 내년 상반기에 합류한다”며 “3개 기관이 모두 모이면 국기 게양대 등을 통합하자는 논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상시 의사당이 주민과 학생에게 공개돼 민주주의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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