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 "파산 회사 愛社로 회생시킨 묵직함으로 愛鄕 정치 실현"
기자명 김만구 기자 입력 2022.01.26 02:27 수정 2022.01.26 10:04
"정치 격변기다. 여야 대선 구도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 인물상이 변했는데, 묵직한 정치인이 그것이다."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은 29세 때 수원 ㈜퍼시픽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6선을 하며 약 20여년 간 노조활동을 했다. 1992년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부도위기에 맞은 회사를 직접 경영해 회생시켰다. 2010년에는 민주당 도의원 비례 4번을 받은 후 내리 3선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에서 태어나 한 달 이상 수원을 떠난 적이 없다. 어느 누구보다 수원에 대한 애정이 깊다. 12년 의정과 묵직했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애향(愛鄕) 정치를 실현하겠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더민주, 수원7). 제공=경기도의회.
-한국노총 수원지부 의장을 지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학에서 고명진 중앙침례고회 목사님에게 배워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패스했다.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곧바로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29세부터 노조활동을 했다. 1991년도에 위원장이 됐다. 원래는 앞장서는 게 체질적으로 안 맞았다. 사실 노조위원장은 떠밀리다시피 했다. 당시 전임 위원장은 무조건 해고(解雇)가 되는 시대였다. 대의원 정도만 맡으면서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런데 왜 맡게됐나?
“위원장 선출한다고 강당에 500명 모였는데, 나 없는 사이에 투표를 했다. “나는 절대 위원장 안 한다.”며 회의장을 나왔는데 선출됐다. 당선 수락해 달라고 해서 ‘뭔 얘기냐? 황당하다’고 했다.”
-신임을 얻었나보다.
“노조 활동 2년 만에 그것도 29세에 위원장이 됐으니, 리더쉽은 있다고 조합원들이 판단한 것 같다. 친화력이 있고. 축구를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고 그런 걸 좋아했다. 강성은 아니었지만 불의를 못 참는 기질도 있었고... 회사는 나보다 더 강성인 사람은 해고하고, 조합원들은 어용(御用)이나 무른 사람은 인정을 하지 않았으니까.”
장 의장이 위원장을 맡을 당시 회사는 파산위기였다. 장 의장은 노조와 단결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맡기 싫은 위원장에다 도산위기까지 고통스러웠겠다.
“전 위원장이 되게 강성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금인상 단체협약 등 어떤 요구를 해도 회사가 안 들어줬다. 회사가 어려워 월급 지급이 지연됐고 상여금도 못 줬고, 회사도 부도 위기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폭발한 거다. 나는 위원장 수락조건으로 ‘지금 사정이 이런데 나 자신 없다. 그 대신 내가 양심을 기초로 협상에 임해, 최대한 이득을 갖고 와서 여러분들한테 발표할 테니까 전권을 맡겨준다면 하고, 나를 괜히 앞세워놓고 또 브레이크 걸고 할 것 같으면 안 맡겠다’고하니까 다들 수긍했다”
-어떻게 회사를 회생시켰나?
“당시 부채가 700억 원이고 자산은 500억 원이었다. 사채 등을 끌어다 쓴 대표는 목숨을 끊었고 회사는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당시 퇴직금 우선변제권이 있었다. ‘얼마인지 총무부장 다 파악해 봐.’ 하니까 3년치가 55억이었다. ‘이거 공증받아놔.’하고 직원들에게 ‘당신 것 확보해서 회사 살릴까요?’ 하니 ‘살려봅시다. 믿어봅시다.”의견이 일치됐다. 우리 회사는 삼성, 금성, 대우 등 가전 대기업에 납품했는데, 우리가 부도나면 이 기업들은 부품이 10배 이상 비싼 일본이나 독일에서 사와야 했다. 그래서 이들 기업 자금을 최대한 끌어다가 사원 월급주고 24시간 풀가동했다. 회생시켜놨더니 부도직전 상속 안 받겠다던 대표 아들이 다시 나타나 돌려달라고 사정해 노조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아들인데다 내 것도 아닌데라며 노조원을 설득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더민주, 수원7)이 (주)퍼스픽 노조위원장 시절 찍은 사진. 제공=경기도의회.
장 의장은 “한노총 경기지부장을 맡을 수 있었는데도 양보했다”고 했다. 당시 SK케미칼 박남식 위원장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며 도와달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수원 김진표 국회의원의 정치 입문 권유로 도의회에 입성했다. 장 의장은 재선(再選)후 ’공공건축물 기계설비 분리발주 조례‘를 발의했을 때가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 건설협회는 발주규모가 줄고, 전문건설협회는 입찰기회가 늘어, 양 진영간 이해관계가 양립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차로 분란이 불보듯 뻔했는데 굳이 조례를 발의한 이유는?
“그게 옳았다고 판단했다. 종합건설이 사업을 수주해도 결국 전문건설에 하청하고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했다. 분리발주시 공정단가도 저렴해지는 장점이 있었다.”
-대형건설사들이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생각해 강하게 반대했을 텐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정치권의 압력도 있었겠다.
“그럴수록 더 들끓더라고. 처음에 내 입장 봐서 비밀투표하자고 했는데 상임위에서 부결이 났다. 상임위원들도 건설사 꼬임에 넘어간 것이었다. 하도 약이 올라 혼자 기자회견 했다. 기자회견문을 밤새 혼자 세 장을 내가 썼다.”
이 조례는 이듬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결국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가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다. 결국 이 조례는 자동 폐기됐다.
분리발주 조례를 기화로 장 의장은 임기동안 주로 노동분야와 관련된 정책에 힘을 쏟았다. 택시 근로자 쉼터도 도의 예산을 지원을 받아 처음 2016년 수원에 4곳을 시작으로 용인시, 남양주시, 파주시 등 14개 시군에 15개소를 건립했다. 생활임금 시행도 장 의장이 건설교통위원장을 맡을 당시 주도해 실현됐다. 2014년 광역 지자체 최초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고, 생활임금제 시행 첫해인 2015년 시간당 6,810원을 어던 임금을 2022년 1만1,141원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최저임금 9,160원보다 1,981원이 많다.
공공건축물 기계설비분리발주조례 부결직후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더민주, 수원7)이 밤새 작성한 기자회견문. 제공=경기도의회.
-도의원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은 무엇이었나?
“수원역 환승센터 건립비 100억원을 경기도에서 지원받았다. 지자체의 교통시설은 통상 국가와 市예산으로 건립하는데 도비를 지원받은 첫 사례였다.”
-시군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다른 지역 의원들이 반대했을 텐데.
“도비 지원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내부 지침이 없었다. 그래서 부천 송내역하고 오산 환승센터 사업비 지원도 끼워넣었다. 각각 20억 원씩. 수원은 100억 원을 받았다.”
-화제를 바꿔보자. 통상 3선을 하면 정치 목표를 수정한다. 수원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지.
“출마에 마음을 굳혔다.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원시장에 나가려면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재명 대선후보의 당락이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정치 역학 관계상 이 후보와의 관계가 돈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통분모는 같았다. 이 후보가 도지사 시설 민주당 대표단하고 협의했는데, 의장단은 패싱한 적이 있었다. 당내에서도 자동으로 편이 갈라져 중심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이 전 지사와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한때 의견이 불일치해 약간 갈등이 있었을 뿐이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오는 6월 지방선거는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는지?
“후보 간 단일화가 변수다. 또 다른 변수가 몇 개 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게 참(알 수 없다).... 지금 봐서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하던 대로 정책 일관적으로 하고 정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선점해서 추진해 나간다면 대선 승리는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덧붙이자면 윤 후보는 검찰에만 평생 몸을 담아 급조된 후보라는 느낌이 든다. 수사하고 기소하고 집어넣는 역할들만 하지 않았나. 생산적이거나 미래 지향적인 부분이 부족할 것 같다. 이 후보는 굉장히 깨알 공약들을 많이 내고 있다. 이게 국민의 눈높이와 맞다고 본다. 과거에는 대형 이슈가 쟁점화되고 노선과 이념 간의 갈등들이 많았다. 지금은 정책을 쉽게 들여다 보는 SNS 시대가 됐고,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국민들은 ‘나한테 필요한 제도가 뭘까, 이 사람한테 뽑으면 뭐가 좋을까’ 찾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장현국 의장.
-왜 수원시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애향심이라고 할까. 한 달 이상을 수원 외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수원에서 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직장 다니고 정치 생활도 여기서 했다. 일주일만 어디 갔다가도 수원에 딱 도착하면 안도감을 느킨다.”
-수원시의 현안은 무엇인가?
“수원시에는 삼성전자 본사 그것도 연구동 하나밖에 없다. 다른 기업의 연구시설 등도 유치할 수 있는데 안되고 있다. 발전에 제약이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서수원 R&D 사이언스 파크조성사업도 8년 동안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군공항 이전사업도 마찬가지다.”
-3선 염태영 시장도 못했는데 가능하겠나?
“12년의 경기도를 다 아우르는 의정활동, 파산위기의 회사를 살렸던 협상력과 추진력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장 의장의 정치철학은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다. 말에 대한 신의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과실을 맺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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