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가구 발굴했지만, 2%만 착공 가능... '빛 좋은 개살구' 2·4대책
입력2022.02.03 04:30수정2022.02.03 10:04
1년 만에 신규 주택 50.3만호 발굴
지구지정 물량은 1만 가구에 불과
차기 정부서 정책 수정 뒤따를 듯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아파트 전경.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등 대도시권에 80만 가구를 짓겠다고 공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향후 2년 내 그나마 '착공'이라도 가능한 물량은 1만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새아파트가 들어설 후보 지역만 대거 선정했을 뿐, 실제 공사 진행을 위한 '주민 동의'를 얻은 곳은, 선정 지역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정된 지역중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곳도 많아, 실제 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차기 정부가 곧 출범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1년 만에 신규 주택 50.3만 가구 발굴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4대책은 공공 주도로 서울에 30만 가구 등 전국 도심에 80만 가구를 짓는 주택공급 계획이다.
권리 관계가 복잡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주택 개발 사업을 공공이 주도해 건축기간을 단축하고, 공공택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기지역에 새집을 대거 지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신규 주택 50만3,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후보지역 186곳을 발굴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자료를 내고 "대책 발표 1년도 안 돼 2025년까지 목표치(83만 가구)의 60%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며 자평했다.
착공 가능 물량은 1만 가구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후보지는 신규 주택이 들어설 예비 지역을 지정했다는 뜻이지, 실제 첫 삽을 뜨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간에 후보지가 철회되면 해당 물량도 사라진다.
우선 정부가 발굴한 신규 주택 50만3,000가구 중 전세와 같은 단기주택 6만 가구를 빼면 실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예비 분양 물량은 44만 가구 수준이다. 이 중 정부는 역세권 등을 공공이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가장 많은 76곳(10만 가구)의 후보지를 발굴했는데, 현재까지 지구지정 요건인 주민의 3분의 2 동의를 얻은 곳은 26곳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 강북구 삼양역 북측 지역처럼 재산권 제한 등을 이유로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지역이 잇따르고 있어, 적지 않은 지역이 후보지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이 민간을 대신해 재개발 사업 시행부터 분양까지 하는 '공공정비 사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사업은 35곳(3만7,000가구)의 후보지가 지정됐지만, 주민의 3분의 2 동의를 얻어 시행자 지정까지 마친 곳은 7곳밖에 없다.
전국의 15곳을 공공택지로 지정해 2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택지 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 방침에도 현재 지구지정까지 마친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지구지정 후보지로 거론됐던 광명·시흥(7만 가구), 광주산정(1만3,000가구) 등 일부 지역에선 주민 반발로 주민 공청회 단계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이익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는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농지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전체 개발이익이 약 19조2천억 원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결국 현재 주민 동의를 얻어 사업 가시화 단계(지구지정)까지 이른 곳은 전체 후보지 186곳 중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택한 서울 증산, 연신내역 등 7곳으로 1만 가구(전체의 2%)에 불과하다. 이 역시 앞으로 후속절차(토지 보상) 등을 거쳐야 하는데, 실제 착공은 빨라야 2년 뒤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1만 가구 공급이라고 하지만 기존 원주민이 다시 들어와 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 규모는 3,000가구 수준"이라며 "정부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 정책 계승 장담 못 해"
2·4대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는 5월 새정부가 출범하는 데다, 공공주도 공급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지난 1년간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미 적잖은 지역에서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차기 정부가 이 정책을 계승할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서울 역세권 등은 인구밀도가 높아 동의를 받아야 할 대상자가 상당히 많은데 민간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협상의 과정을 공공이 과연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시장을 너무 희망적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업 당시 사전예약 접수하는 모습. 홍인기 기자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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