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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이재명式 사이다 발언, 이젠 경기도 점령에 족쇄로

[김종구 칼럼] 이재명式 사이다 발언, 이젠 경기도 점령에 족쇄로

김종구 주필 1964kjk@naver.com

입력 2022. 01. 26 오후 8: 45

‘계곡 정비’·‘기관 이전’ 등 추진

강공 일변도 내몰아 상대에 恨

大選 안방 경기도서 발목 잡아

상인이 흥분해서 말한다. ‘도민 응어리 풀어주려고 온 거 아니예요?’ 이재명 지사가 웃으면서 답한다. ‘풀어 줄려고 온 거 아닙니다.’ 2019년 어느 날. 이 지사가 계곡 상인들과 대화 중이다. 정비하면 쫓겨 날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토론에 직접 나선 이 지사다. 상인 대표의 말이 도를 넘는다. 이 지사의 답변도 아슬아슬하다. 끝내 이 지사는 굽히지 않는다. 훗날 이날 영상이 떴다. ‘이재명, 핵 사이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남양주와의 논쟁이 있었다. ‘최초’를 두고 벌인 갈등이다. 계곡 정비는 남양주의 특색 사업이었다. 환경부에서 상을 탔다. 당 내 우수 사례로도 뽑혔다. 그런데 언론은 경기도 치적으로 보도했다. 남양주 공무원들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붙였다. ‘경기도가 최초라니요’. 실명 숨긴 소심한 표현이었다. 이걸 경기도가 감사로 쑤셨다. 8급 여직원을 찾아냈다. ‘댓글의 윗선을 대라’며 윽박질렀다.

그럴 필요 없었다. 계곡 정비는 옳았다. 그렇다고 윽박지름까지 옳진 않다. 이 지사가 던진 사이다 발언이 그 상인· 남양주 공무원엔 평생 갈 모욕이 됐다.

시민 대표가 여러 말을 한다. ‘정치 계산 결정’ ‘명분 쌓기 토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항의다. 말이 토론이지 차라리 훈계다. 이 지사의 독무대다. 대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 후 상황은 시위로 격화됐다. 도청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정치인 소환 요구까지 했다. 이날 토론 영상도 이 지사 행정의 상징으로 돌았다. 이 지사의 말이 제목으로 뽑혔다. ‘(화난다고) 멱살은 잡지 마시고’.

공공 기관 이전 발표가 사달이었다. 세 번째 이전 발표였다. 수원에 있는 기관들이 포함됐다. 15개 기관 중 12개가 그랬다. 수원시민이 화낼만 했다. 기관들이 몰린 광교 지역은 더했다. 하지만 괜히 한 토론이었다. 이 지사는 단호했다. 더 이상의 토론은 없었다. 한 개도 철회하지 않았다. 이 지사의 완승이었고, 수원시민의 완패였다. 그 기관들은 지금도 이전되고 있다.

그럴 필요 있었나. 기관 이전의 논리는 있다. 그렇더라도 수원시민은 피해자다. 이 지사 혼자 독주하던 그날 토론이 그 대표와 듣는 시민엔 평생 갈 모욕이었다.

이제 그가 대통령 후보다. 판세가 좀 불리한 거 같다.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드물다. 남은 시간이라야 41일 정도다. 뭘 시작하기엔 팍팍하다. 그래선가. 그가 돌아왔다. 아래쪽 일정을 싹 다 버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가 자란 곳이다. 대통령 후보로 키워준 곳이다. 인구가 1천300만명이다. 판을 뒤엎고도 남을 표밭이다. 그에겐 분명히 회복의 땅일 수 있다. 무릎 꿇고, 평펑 울고, 호소한다.

그런데 주위가 썰렁하다. 사람이 없다. 도지사였던 곳 만나 싶다. 앞서 전국을 돌았다. 부산 젊음의 거리도 갔고, 충청·전라도 시장도 누볐다. 많이들 왔었다. 경상도도 갔었다. 그때도 지금보다는 많았다. 이동 유세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너무 없다. ‘모라토리엄 선언’에 동의하던 시민들. ‘지역화폐 도입’에 환호하던 상인들. 그들의 일부만 나와줘도 나을 텐데….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던 지지자들은 또 어딨나.

바람 찬 거리에 홀로 있다. 사이다 발언은 여전한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 사람 많아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며 구설수다. 그에게 닥친 평생의 모욕일런지 모른다.

그날 동영상의 한 부분을 보고 있다. 그가 말한다. “정치에서는 적을 만들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어요. 칭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열 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 한 명이 아주 나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 열 명의 우호적인 사람들을 넘어서요.” 이렇게 잘 알면서. 그는 왜 말로 적을 만들었을까. 그의 사이다 한 마디가 누군가엔 한(恨)이 됨을 왜 몰랐을까. 지금 그 한이 곳곳에서 응어리져 갈길 바쁜 그를 붙잡고 있다.

어디선 어색함으로, 어디선 싸늘함으로, 어디선 적대감으로.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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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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