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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도 풀어도 아파트값 결국 올라, 규제 줄여 신축 늘려야

묶어도 풀어도 아파트값 결국 올라, 규제 줄여 신축 늘려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12.25 00:20

업데이트 2021.12.25 01:09

[SPECIAL REPORT]

탄력받는 재개발·재건축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는 100%에 육박하는 서울시 아파트 가격의 급등이 말해준다. 문 정부 초반 진행되었던 서울만의 독주는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 규제의 부작용으로, 2019년 말부터 경기도로 넘어서는 급속한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5년 43만 가구에서 2020년 26만 가구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해답이 ‘똘똘한 한 채’가 모여 있는 서울에 충분한 주택 공급 확대를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김포 한강신도시 4개 규모 신축 무산

문제의 시작을 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기부터다. 이때부터 정부는 서울시에 누적된 주택 수요를 무시하고 정비사업을 부인하는 선택을 했다. 그런 이념적 선택의 중요한 이정표가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393개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이로 인해 26만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 건설이 물 건너갔다. 26만 가구는 김포 한강신도시 4개 규모다. 그동안 서울 도심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연평균 8만 가구 정도를 공급해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운 10년간 50만 가구, 연평균 5만 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연간 총 주택 인·허가 물량이 12만~15만 가구,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6만~9만 가구에 달했던 시절도 있다. 이런 시절을 되새기면 박 전 시장이 재임했던 10년간 서울시의 주택공급이 얼마나 위축됐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에 신규 주택공급은 얼마나 필요할까. 서울시 인구는 2009년 1014만 명으로 두 번째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 960만 명으로 축소됐다. 주민등록 세대수 역시 2010년 422만 세대에 이른 후 하향 횡보하다 최근에야 약간씩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 입주 물량이 위축되었던 박 전 시장 시기 서울시 인구는 축소됐다. 이는 서울시의 인구 감소가 당연히 감내해야 할 현상이 아님을 암시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인구 축소가 발생하고 있는 일본 도쿄 대도시권에서도 중심도시인 도쿄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필요한 신규 주택 수로 가구 분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서울시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신규 주택 수를 산정해볼 수 있다. 연간 11만~12만 가구에 달한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신규 주택 준공 물량에 비해 30%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공급 물량은 서울시가 행정적 마찰을 덜어내고, 안전진단 제도와 같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의 완화가 이루진다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장에는 공급 확대를 위한 시장 압력이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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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의 주택 공급 순증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가 참석한 최근 세미나에서도 과거 진행된 재개발사업의 평균적인 가구수 순증효과가 10%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수치는 분석이 필요하다. 소유 단위 주택 수로 산정하면 재개발 전후의 주택 수는 현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나 재개발 구역의 일반 단독주택 상당수가 다가구주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거주가구 수 정보가 필요하나 취득하기 어려운 자료라는 점이다. 대안으로 이용하는 소유자 수와 세입자 수의 합은 최소한 소유자가 모두 해당 구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세입자 수도 독립적인 거주공간의 수를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는 과대평가된 허수다.

건립 가구수가 원주민 가구수보다 극히 적다고 기록된 몇 개 재개발구역을 선택해 주택 멸실이 발생하는 착공 이전 연도 통계청 집계 가구수와 준공 이후 연도 가구수 변화를 살펴보자. 예컨대 순증효과가 마이너스 32%를 기록한 행당6구역의 경우 재개발 이전 집계 거주 가구수는 서울시 정비사업 자료 수치의 58%에 불과했다. 따라서 보정된 해당 재개발사업의 순증효과는 마이너스가 아닌 17% 증가로 봐야 한다.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만 재개발사업 역시 예상보다 많은 주택 순증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건축이 주변 집값 올리는 증거 없어”

정비사업이 진행될 기대가 높아지는 해당 구역 내 주택가격의 상승은 수용이 불가피한 합리적인 현상이다. 그런 개발에 대한 기대가 자산가치에 반영되지 않으면 재건축이나 재개발 행위 자체가 발생할 수 없다. 이보다는 해당 구역 주택의 가격 상승이 주변 구역 외 재고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문제다. 관련된 학술적인 연구는 정비사업 주택가격 상승이 주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부담금 등 재건축 시도를 낮추는 정책적 선택들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선 역효과가 나타났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둔화됐지만 주변의 신축 아파트들이 오히려 희소가치가 증가해 가격 급등을 반복했다는 현상이다. 결국 미래 신규 아파트 가격의 현재가치 성격인 재건축아파트가격도 다시 끌어올리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 복잡한 관계를 무시하더라도 묶어도 오르고 풀어도 오른다면 풀어서 몇 년 뒤 신축 아파트의 공급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정비사업의 진행은 해당 주택들의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허들을 뛰어넘어야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수도권 전체의 주택시장 안정을 얻어낼 수 있다. 머지않아 도래할 도시축소기를 고려해야 한다. 도심 외곽의 무분별한 택지개발보다는 도심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간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도시·지역계획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동산분석학회 부회장, 한국주택학회 부회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 부동산 임대시장의 새로운 해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