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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공약 비교] ② 부동산 정책...李 ‘국토보유세 추진’ vs 尹 ‘종부세 완화’

[대선 후보 공약 비교] ② 부동산 정책...李 ‘국토보유세 추진’ vs 尹 ‘종부세 완화’

이재명·윤석열, 똑같이 ‘5년간 총 250만호 공급’ 약속했지만

李는 장기임대·토지임대부분양 ‘기본주택’으로 공공 100만호

尹은 ‘재건축·재개발’로 민간 200만호가 중심

李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

尹 “고가·다주택 보유자가 범죄자인가”

박정엽 기자

입력 2021.12.12 06: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임기내 목표 공급량이 250만호라는 공통점이 있다. 1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임기내 목표 공급 규모만 같을 뿐, 양측의 공급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는 철학의 차이 때문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의 ‘사용가치’를 중심에 둔 공약을 내세웠다. 공공임대주택 중심 주택 공급과 보유세 강화다. 윤 후보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라는 점을 주목한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로 민간 공급을 늘리고, 보유세 완화를 약속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 공간(앤드스페이스)에서 무주택자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하며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말씀에 모든 답이 있다.”

“집은 돈 벌기 위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사는 곳(Living)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3일 부동산 관련 정책 공약 발표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 정책 기조를 계승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과하기도 했지만, 이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단 점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 후보는 임기내 약속한 공급 물량 250만호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의 장기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전용 85㎡ 기준 월 60만원)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역세권 등 좋은 입지와 고품질과 충분한 면적이 기존 장기공공임대주택과 차이점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물만 소유하고, 토지분은 임차료를 내는 식이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호 중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얼마나 공급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현재 전체 주택의 5% 미만인 장기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공공주택을 관리할 전담기관을 별도로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LH 등 주택건설기관은 부채비율 때문에 공공주택을 일정물량 이상 보유하기 어렵고 이것이 장기임대주택 비율이 늘지 않는 원인의 하나”라며 “지자체 등에 분산되어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일괄 관리하기 위해 장기공공임대주택 건설·공급기관과 별도인 관리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세제 측면에서 ‘국토보유세’ 또는 ‘토지이익배당’이라고 불러온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의 보유세 확대를 공약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기수요와 공포수요 억제가 필요하다”는 현 정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0.17%에 불과한 ‘실효 보유세’를 1% 선까지 점차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한다. 단 종부세와 달리 건물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고가주택이라도 토지를 제외한 건물은 국토보유세 대상에서 빠진다. 국토보유세는 같은 1주택자라도 공동주택 등 토지 면적이 적은 사람이 부담하는 세액은 줄어드는 구조다. 단, 이 후보는 토지분 종부세나 재산세가 국토보유세와 이중과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존 종부세와 재산세도 유지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국토보유세의 세율이나 세수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수 규모는 약 30조원 정도로 구상하고 있다.

이 후보의 ‘투기 수요 억제’라는 기조는 부동산감독원 설치 등의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이 후보는 부동산 거래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부동산 범죄’의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를 방문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

윤 후보는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면제를 비롯해 종부세 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윤 후보는 현 정부 임기 동안 묶여 있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풀어 공급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 하겠다’는 전제가 없으니 가능한 공급 수단이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 지난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신도시 같은 곳의 경우 기존 주택에 대한 재건축 수요가 많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풀면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250만호 가운데 200만호는 규제를 풀고 세제를 완화해 시장에 물건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관련 규제의 세 축인 안전진단 강화, 민간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변화가 예상되는 발언이다.

윤 후보 공약의 250만호 중 나머지 30만호는 ‘청년 원가 주택’으로 목돈 없는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시세보다 싼 원가에 주택을 분양하고 30년 이상 장기 저리로 소요 자금의 80%까지 금융 지원을 해준다는 구상이다. 원가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 5년 이상 거주했다면, 국가에 되팔아 시세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윤 후보가 약속한 임기내 공급량 250만호 가운데 나머지 50만호중 공공성이 강한 성격의 유형은 20만호 규모의 ‘역세권 첫 집 주택’이다. 그마저도 택지만 공공이 소유하면서, 건물은 수분양자가 소유하는 ‘토지임대부형’ 분양주택이라 기존의 공공임대주택과는 거리가 있다.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 측면에서 “국민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우선 공시가격 인상 속도를 낮춰 보유세가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또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도 추진한다. 윤 후보는 “내년 이맘때에는 국민 여러분께서 더 이상 종부세 폭탄 맞을까봐 걱정 안 하셔도 되게 하겠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아직 ‘맛보기’ 수준이다. 공급 방안의 경우, 이 후보의 ‘기본주택’이나 윤 후보의 ‘청년 원가 주택’, ‘역세권 첫 집 주택’에 필요한 재원이나 부지 등이 아직 상세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세제 개편안의 경우,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도입이나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는 지자체 재정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구체적인 이행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의 철학을 소개하는 수준이지 각 공약의 정합성을 따지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