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칼럼] 국립농업박물관과 농업혁신도시 수원- 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한국사전공)
기자명 김준혁 입력 2021.11.14 16:45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국립농업박물관 건립이 한창입니다.
외관은 완성되었고, 내부 전시구성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립농업박물관 건립 기획 당시 자문에 참여했던 저로서는 박물관 건립에 거는 기대가 참으로 큽니다.
수원에 시립박물관은 3곳이 있고, 사립박물관도 여러 곳이 있지만, 국립박물관은 단 1관도 없어 매우 아쉬웠는데 이번에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되어 그 한(恨)을 풀게 되었습니다.
부디 좋은 전시로 우리 농업의 역사와 농업 개혁을 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국립농업박물관은 왜 수원에 만들어지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수원이 농업 개혁의 혁신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정조는 1800년 6월 1일 아침에 조정에서 특별한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때 정조는 신하들에게 본인이 왜 수원 화성을 건설하고 신도시를 조성하는지 아느냐고 화성유수 서유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때 서유린은 정조의 진짜 의중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정조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화성(華城)을 건설한 진짜 이유는 조선의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농법을 실험하고, 이를 성공시키고, 성공시킨 농법을 조선 전체에 보급하여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함이다"
정조는 국왕으로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혁신 농법을 개발하여 쌀 생산량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논에 물을 안정되게 공급시키는 저수농법과 토지를 비옥하게 하는 퇴비 응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까지 조선은 저수지를 이용한 농법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실험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혁신 지역이 필요했고, 이를 수원으로 선택하였습니다.
1795년 윤 2월 수원에서 개최된 혜경궁 홍씨의 회갑진찬연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 2만 냥 중 1만 냥을 떼어 수원 북쪽에 만석거란 저수지를 만들고, 대유둔이란 국영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토지 없는 백성들이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정조는 이 지역의 이름을 ‘대유(大有)’라고 지었습니다. 대유란 말은 크게 소유한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지어 많은 쌀과 곡류를 소유하여 부유하게 살아간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2가구당 1마리의 소를 대여해주고. 이 소에서 나오는 송아지들은 무상으로 백성들에게 주게 하였습니다. 대유평 혹은 대유둔이라 불린 이 지역에는 소가 가득하게 되었지요. 자연스럽게 소를 기본 재료로 하는 요리가 발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수원 갈비가 유명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석거를 만든 이 해 가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그해 엄청난 가뭄으로 조선 전체가 쌀 생산량이 저조했는데, 수원 북쪽 만석거 일대만 대풍(大豊)을 거두었습니다. 황무지였던 토지를 퇴비로 만들어 옥토로 바꾸는 일도 했지요. 백성들은 저수 농법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거두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수원 여러 곳에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1799년 즉 정조 23년에 만든 축만제, 즉 서호저수지 입니다.
이 두 저수지는 유엔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정도로 세계 농업사에 획기적인 농업유산입니다.
축만제는 2016년에, 만석거는 2017년에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유엔 국제관개배수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농업유산은 우리 수원의 2곳 포함해서 4곳의 유적입니다
이처럼 농업 개혁을 위해 저수지와 국영 농장을 수원에 조성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에도 수원은 농업의 혁신도시가 되었습니다.
씨 없는 수박을 만드신 우장춘 박사와 농업 종자 개량 연구자들이 모두 수원에 건립된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해서 쌀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정부미라고 불린 수원 21호와 수원 23호는 우리 벼 종자의 신기원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수원은 이와 같은 농업 개혁의 역사를 계승해서 새로운 첨단 농업 혁신도시가 될 것입니다.
종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농업바이오벤처기업을 대거 유치해서, 의료 바이오와 첨단 인터넷 기술과 함께 세계의 우뚝 산업이 될 것입니다.
그 일에 국립농업박물관도 수원시민도 함께 할 것입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한국사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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