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그나 수원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대표] 이주민·이웃 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든다
김보연
승인 2021.10.28 16:52
수정 2021.10.28 16:52
2021.10.29 12면
2002년 중국서 한국 정착 이민자
고국 문화강의·무용공연으로 소통
다문화가정 차별·편견 해소 앞장
소외계층 과일·채소 배달 봉사도
수원지역에서 이주민이라는 한계를 넘어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는 인물이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을 돕고, 고국의 전통문화 예술을 전파하면서 다문화 화합을 이끄는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대표 왕그나(41·여)씨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했어요.”
왕그나 대표가 다문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나선 때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하교한 아들과 마주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것이다. 왕그나 대표는 2002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사는 이주민이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수시로 접해온 그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이주민 자녀와 한국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들겠단 마음을 먹고 아들의 학교로 찾아갔다. 1일 특강으로 중국문화수업을 학생들에게 알리려 했다.
왕그나 대표의 강의 속에 학생들의 편견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때부터 아들의 자신감도 회복돼 갔다. 이때부터 이주민들도 차별 없이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꿈을 마음속에 새겼다.
“문화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잖아요.”
그는 첫 수업 이후 이주민과 한국인 화합의 '시작'은 문화 소통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국의 전통문화를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 이주민들과 함께 중국 전통 무용공연을 땀 흘려 연습했다.
그와 이주민들은 주민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반응은 '대박'이었다.
왕그나씨는 “무용공연은 중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데다가 사람들이 손뼉 치면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전처럼 공연할 수 없게 되자 4월부턴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화합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주민과 홀몸노인을 찾아가 음식을 해주는 등 따듯하게 보살폈다. 과일, 채소 배달 봉사활동 등 궂은일도 마다치 않았다.
“이주민들도 차별 없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자리 잡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왕그나 대표는 자신의 꿈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왕그나씨는 꿈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주여성대표로 출마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꼭 본인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이주여성과 자녀의 권리를 위해 용기를 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사회에서 봉사 활동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김보연 기자 boyeo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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