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유일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찾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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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수원 권선구 세류2동 안점순(85)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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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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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최대의 설을 앞둔 20일 오전 수원 유일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권선구 세류2동의 반지하주택. 입구부터 컴컴했다. 문을 열자 자그마한 거실도 불이 끄져 있었다. 인기척을 했다.
“할머니, 할머니 계세요.”
“예. 누구여...” 할머니는 겨우 일어나셨다.
“저 왔습니다.”
“아이구, 뭐하러 왔어.”
올해 여든 다섯이시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더욱 수척해보였다. 요즘 들어 배도 아프고 밥맛이 없이 기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잇몸마저 할머니를 도와주지 않아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제시대 때 황해도 개성의 장단면 고랑포에서 태어나 열 살이 되기전에 포부상을하는 아버지를 따라 목포며, 남도 일대를 따라다닌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었다. 방 한켠에는 이름모를 수 종류의 약이 쌓여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그야말로 약으로 겨우 지탱하고 계시는 중이다.
“정대협에서 할머니 드리라고 고기며, 떡국, 멸치를 가지고 왔어요. 이거 드시라구요. 몸이 안좋아보이시는 데? 할머니, 배가 아프시면 병원을 가셔야죠. 지금 갑시다” ▲ 수원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계시는 안점순 일본군'위안부'할머니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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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가, 괜찮아”
“요즘, 누가 찾아와요”
“세류2동장님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 자유뭐 연맹에서도 왔다 갔고...” “으, 그리고 동장님이 26일 동으로 나오래, 시장님이 주민과의 대화를 한 대나”
“동장님이 참 신경을 써주어서 고맙네요”
늘 할머니를 챙기는 김세현 세류2동장도 최근에 홍삼을 들고 할머니를 문안인사차 방문한 적이 있다. 홍삼이 텔레비전 옆에 놓여있었다.
“사회복지사는 자주 와요?”
“아냐, 내가 안불러”
“아니, 전화해서 안마도 해달라고 하고, 반찬이며 청소도 해달라고 하시죠”
“아냐, 내가 안불러.. 나 괜찮아”
▲ 방 한켠에는 이름모를 수 종류의 약이 쌓여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그야말로 약으로 겨우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 수원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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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머니는 밥심이 없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1년반전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 거실에서 넘치는 비와 함께 살기도 했다. 그뒤 수원시에서 역류방지시설을 설치해 지난 여름에는 비가 넘치지 않았다고.
“할머니, 좋은 세상을 보셔야 되니까 밥을 꼭 드시고, 햇빛도 쬐시고, 산책도 하셔야 해요”
“물에 밥 말아먹고 있어...”
할머니를 뒤로 하고 세류2동에 들러 할머니를 대신해 동장께 고마움을 전했다.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사는 할머니를 보살펴 주시어 고맙다고.
동장은 “아니 당연히 해야 될 일인데 무슨 말씀을 하냐”며 사진찍는것도 고사했다. 그러나 수줍어하는 동장을 향해 인증샷을 남겼다.
일본은 지금껏 할머니들에게 단 한 번도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할머니들을 형상화한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비’ 마저도 철거해달라고 철면피처럼 요구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역사가 바로 세워지기를 바라면서...세류2동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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