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 카카오톡경제학
기자명 장기민 입력 2021.09.16 20:12
백화점 내 푸드코트에 가면 메뉴를 고르는데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소문난 유명 맛집을 방문하면 자리에 앉는 순간, 몇 인분을 주문하겠느냐는 질문부터 받게 된다. 대부분의 맛집은 푸드코트처럼 많은 메뉴를 준비하지 않고, 정말 자신 있는 메뉴 딱 하나만을 집중해서 만들고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푸드코트를 방문하여 꼼꼼히 메뉴를 선정 했을 때보다 한 종류의 음식밖에 먹을 수 없는 소문난 맛 집에 대해 더 큰 만족도를 보이곤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생각의 다양성 속에서 고민하기보다 답을 먼저 내리고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는 편을 더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걸 선택하게 된다. 바로 ‘나 빼고 다 쓴다’는 설명자체가 선택의 고민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는 초창기 시절 등장한 카카오톡은 문자전송의 무료화를 선도하며 마케팅을 펼쳤다. 앱 출시 직후 초창기 카카오톡은 가입자가 얼마 없어서 내가 가입한다고 해도 아무와도 소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대중화 되며 사용자가 1천 만 명, 2천 만 명을 넘기기 시작하자 한건 당 20원의 이용료를 지불 해야만 하는 문자(SMS)의 사용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일찍이 국내 메신저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은 카카오내비, 카카오게임즈 등을 인수하며 메신저를 넘어 거의 모든 서비스를 장악하는 카카오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국내 인터넷 포털의 조상격인 다음(DAUM)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다음·카카오(DAUM·Kakao)’라는 회사가 만들어 졌지만, 국민들이 카카오라는 이름에 오히려 더 열광한다는 걸 깨달은 경영진은 회사명을 단일한 이름인 ‘카카오(Kakao)’로 통합·변경하게 된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던 다음이 적자 생존하던 카카오를 인수하여 다음카카오를 만든 것인데, 합병된 회사의 이름이 카카오가 되다니! 만약 이 둘의 인수합병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본다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카카오와 비슷한 시기 등장한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LINE)은 카카오톡에 손님을 모두 빼앗겨 버린 상태에서 국내시장에 쉽사리 안착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라인은 국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일본, 태국 등 해외시장의 국민 메신저로 등극하게 된다. 오직 대한민국 국민들만 카카오톡을 쓰고 있을 뿐 대한민국 주변 국가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만든 라인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홍대입구역에 가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카카오 프렌즈샵이, 다른 한쪽에는 라인 프렌즈샵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카카오 프렌즈샵에는 국내 관광객들만 북적일 뿐 해외 손님들은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라인 프렌즈샵에는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득하며 우리나라 사람은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다. 두 개의 상점 모두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메신저의 기프트샵임에도 불구 한쪽은 우리나라 사람만, 반대쪽은 외국사람만 찾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 또한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카카오톡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체제하에 지내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일까 2020년 6월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총 23조를 돌파하여 국내 최대 재벌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 넘게 되었다.
이제 카카오는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런 모습이라면 국민들은 카카오의 사업 확장을 더 기대하게 될 것이다. 먼 훗날 카카오건설, 카카오전자와 같은 회사가 생겨난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외국인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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