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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불가 실화냐"…반강제 청약포기 속출[매부리레터]

"중도금 대출 불가 실화냐"…반강제 청약포기 속출[매부리레터]

광교신도시 마지막 로또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분양가 9억 이내 소형평수도

중도금 대출 안돼

100% 현금부자만 로또 기회

이선희

입력 : 2021.09.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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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리레터] "중도금 대출이 아예 안 될 줄 알았다면 기다리지도 않았을 텐데, 완전히 뒤통수 세게 맞은 기분이네요."

주부 김 모씨는 최근 공개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모집공고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청약인데 분양가 9억원 이하 중소형 평형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는 소식에 청약을 '반강제적으로' 포기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월급 쪼개 저축하며 청약만 기다려온 무주택자 중에 분양가 8억원을 대출 없이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면서 "부자들만 더욱 부자가 되는 청약제도"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잔금 대출에 이어 중도금 대출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청약을 준비해온 실수요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반강제적으로 청약 포기하는 상황이 왔다"고 푸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수원 광교신도시 마지막 '로또' 분양으로 기대를 모은 곳입니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과 연결된 초역세권 아파트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한 데다, 공공택지 분양으로 수도권 거주자면 신청할 수 있어 많은 실수요자가 청약을 준비했습니다. 총 211가구에 전용 60㎡, 69㎡, 84㎡로 구성돼 있습니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5억~6억원 저렴하게 나왔습니다. 60㎡ 7억원, 69㎡ 8억2000만원, 84㎡ 9억8500만원입니다. 인근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가 14억~16억원(KB시세)인 것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5억~6억원 저렴합니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 60㎡, 69㎡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는 점입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안 돼 중도금 대출이 안 됩니다. 통상 9억원 이내는 시행사·시공사들이 HUG 분양보증을 받으면 은행과 협약을 맺고 중도금 집단 대출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사업주체 측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므로 분양자들은 자력으로 분양가를 납부해야 한다"면서 "중도금 대출 알선이 사업주체의 의무는 아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분양상담사는 "200가구 규모 작은 분양이어서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을 분양자들이 자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약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 불가' 사례가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확산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면서 중도금 집단 대출도 제한한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신혼희망타운도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달 화성봉담2지구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잔여가구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 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B씨는 "공공분양을 대출 없이 100% 현금 내고 분양받을 수 있는 서민이 얼마나 있겠냐"면서 "저 안내문을 보고 청약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청약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이제는 대출 없이 자력으로 청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가량은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애초에 중도금 대출이 안 되고, 입주 때는 시세 15억원을 초과해 잔금대출을 못 받고 자력으로 잔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수도권 9억원 이내 청약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실수요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중도금 대출 자체를 막아버리는 곳이 나오면서 돈 없으면 청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회사원 C씨는 "이렇게 대출 없이 100% 현금으로 청약받게 할거면 아예 로또 청약을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버는 기회만 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오는 13일 특별공급, 14일 1순위 청약을 받습니다. 전 평형 전용 85㎡ 이내로 100% 가점제입니다. 대규모 공공택지 분양이므로, 수원시·용인시 거주자 30%, 경기도 20%, 수도권 50% 순으로 우선 공급됩니다. 전매제한 기간은 8년이며, 3년간 실거주 의무가 있습니다. 전세를 놓을 수 없습니다. 전용 84㎡는 현재도 KB시세 기준 15억원이 초과되므로 잔금 때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입주는 2024년 8월 예정입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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