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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사전청약 본격 시작…주목할 곳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본격 시작…주목할 곳은?

 

입력2021.09.02 07:02 수정2021.09.02 07:02

1차 사전 청약에 실수요자 몰려…1~2년 뒤 본청약 때 분양가 결정

[스페셜 리포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 지구. /이승재 기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이라고 얘기하며 3기 신도시를 기다리라고 하더니 분양가가 높아진 시세대로 진행하려고 한다. ‘영끌’해서 집 사지 말라던 정부가 대출 규제까지 강화해 집도 못 사는 형편에 토지 건설 원가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던 정책 취지에서 벗어나 현재 부동산 시세대로 분양한다. 부동산 잡겠다고 믿고 기다리던 실수요자만 절망감에 빠졌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정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과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키겠다며 3기 신도시 분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주변 시세의 60~80%에 공급하는 일반 청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실수요자의 분통만 터지고 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하남 교산 예상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11년 만에 부활한 사전 청약

사전 청약은 착공 시점에 진행하는 본청약 1~2년 전 청약을 미리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사전 청약을 추진하는 것은 2009년 보금자리주택 분양 당시 이후 11년 만이다. 2020년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사전 청약 부활을 예고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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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가 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며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자 이를 사전 청약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다. 패닉 바잉(공황 구매) 등으로 대표되는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기 위해 빠른 주택 공급이 필요한데, 실제 착공·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청약 시기를 앞당겨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 청약은 깊은 상처를 남긴 바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보상 지연 등으로 사전 청약이 끝난 후 본청약이 예정대로 실시되지 않아서다. 사전 청약 이후 1~2년 안에 본청약이 진행될 것이란 계획과 달리 3~4년씩 늦어진 사업장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2009~2010년 사전 청약 당첨자 1만3398명 중 실제 계약자는 5512명(41%)에 그쳤다.

본청약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도 전혀 없었다. 내 집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에 전·월세 난민으로 전전하던 무주택자들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사전 청약을 전면 폐지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실패한 사전 청약제를 난데없이 부활시켰다. 국토교통부는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사전 청약제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사전 청약 후 본청약이 1~2년 후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분양가를 시세의 60~80%로 책정하면 입주자들은 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금융권이 전세 자금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주택 담보 대출 등도 옥죄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실수요자는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의 공급 확대와 사전 청약 적용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 입주는 일러야 5년 이후 가능하다”며 “부동산 시장 불안 장기화를 끝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 불안감 커지는 3기 신도시

정부는 2018년 9·13 대책 발표 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수급 균형을 통한 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였다.

남양주 왕숙 1·2와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등을 3기 신도시로 발표했다. 이어 ‘수도권 30만 호 공급 대책’으로 과천 과천지구와 안산 장상, 용인 구성, 안산 신길2, 수원당수2 등도 지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목표와 다르게 3기 신도시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요동을 쳤다. 남양주의 왕숙 인근의 A 공인중개사는 “3기 신도시로 집값이 예전보다 많이 올랐고 더욱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하남 교산에 있는 B 공인중개사도 “신도시 지정 이후부터 서울 거주자 등의 매수 문의가 늘더니 지하철 5호선 연장 구간인 ‘하남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잠실까지 30분, 강남까지 5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해져 집값 상승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 잡기’는 벌집만 쑤신 모양새가 됐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어느덧 서울 외곽권 수준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사전 청약이 진행된 지역의 분양가도 덩달아 뛰었다.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의 분양가를 시세 60~80%로 책정했다. 올해 7월 사전 청약을 통해 △

인천 계양 1050가구 △남양주 진접2 1535가구 △성남 복정1 1026가구 △의왕 청계2 304가구 △위례 418가구 등 5개 지구 4333가구가 공급됐다.

주변 시세에 따른 추정 분양가는 인천 계양의 경우 공공 분양 전용 59㎡(512가구)는 3억5000만~3억7000만원, 전용 74㎡(169가구)는 4억4000만~4억6000만원에 책정됐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55㎡(341가구)는 3억4000만~3억6000만원에 공급된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는 공공 분양 전용 59㎡(532가구)가 3억4000만~3억6000만원, 전용 74㎡(178가구)가 4억~4억2000만원이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55㎡(439가구)는 3억1000만~3억3000만원에 책정됐다.

성남 복정1지구에서는 공공 분양 전용 51㎡(174가구)가 5억8000만~6억원, 전용 59㎡(409가구)가 6억8000만~7억원에 나온다.

의왕 청계2지구에서는 신혼희망타운 전용 55㎡(304가구)가 4억800만~5억원에 공급되고 위례 신혼희망타운 전용 55㎡(418가구)의 분양가는 5억7000만~5억9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단, 사전 청약 특성상 인근 아파트 값이 오르면 실제 분양가는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 공급될 수 있다.

실패한 정책에도 ‘울며 겨자 먹기’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도 실수요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신청했다.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되는 물량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3기 신도시 토지를 매입할 때는 2018~2019년 가격으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실수요자는 매입 가격 기준으로 분양가가 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분양가는 현시점으로 산정됐다. 공공 분양 주택은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적정한 토지·건설 원가로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상은 달랐다.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 시세로 분양가를 책정해 공공 분양 주택의 목적이 퇴색해 버렸다.

3기 신도시 중 첫 사전 청약이 시작된 5곳(4333가구)에는 9만379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1.7 대 1을 기록했다. 공공 분양 주택은 28.1 대 1(특별 공급 15.7 대 1, 일반 공급 88.3 대 1), 신혼희망타운 13.7 대 1 등이었다.

높은 경쟁률 만큼 사전 청약 대상 공공 택지의 집값 상승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 계양의 8월 셋째 주 아파트 값 상승률은 0.44%로 전주(0.4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성남 복정1이 자리한 성남 수정의 상승률은 0.25%에서 0.31%로, 남양주 진접2지구가 있는 남양주시의 상승률 역시 0.50%에서 0.53%로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사전 청약 결과가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청약을 ‘희망 고문’이라고 판단한다. 경쟁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청약 당첨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이라도 매수해야 한다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늘 집값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개발·발전이 확실시되는 3기 신도시 지역에 매수 문의와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10~12월, 인기 지역 2만8000가구 사전 청약

첫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21.7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당첨 가능성이 낮아진 실수요자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10~12월 추가 사전 청약을 진행한다.

10월 1만 호, 11월 4000호, 12월 1만4000호 등 세 차례에 걸쳐 2만8000호가 사전 청약을 받는다. 주요 공급 물량은 10월 남양주 왕숙2(1400가구), 11월 하남 교산(1000가구), 12월 고양 창릉(1700가구) 등이다.

첫 사전 청약보다 공급 물량은 6.5배 많지만 3기 신도시 중에서도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지역들이다. 이에 따라 1차 사전 청약보다 높은 경쟁률과 비싼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올해 7월 13~27일 자사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1377명을 상대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인기가 높은 지역은 하남 교산(23.4%)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양 창릉(20.6%)과 광명 시흥(19.0%), 남양주 왕숙(18.7%), 과천 과천(16.3%), 인천 계양(14.8%) 순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8·4 공급 대책이 발표된 직후 직방이 3기 신도시 청약 의사 선호도를 조사할 당시에도 하남 교산(25.4%)의 비율은 가장 높았다.

직방은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지역에 사전 청약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사전 청약은 1~2년 후인 본청약 때 분양가가 확정돼 분양가 변동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실수요자 중 절반이 사전 청약 공고시 기본 정보 외에 제공했으면 하는 정보로 ‘확정 분양가(50.0%)’를 꼽았다. 직방의 분석처럼 본청약 때 분양가가 정해져 가격 변동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다음으로 본청약 시기와 입주 예정월 등 청약 일정(24.4%), 주변 지역 정보 및 기반 시설 계획 정보(11.3%) 등을 택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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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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