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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대통령도 자기가 뭘 하는지 도무지 몰라"- (정상환 국제대 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이심전심] "대통령도 자기가 뭘 하는지 도무지 몰라"- (정상환 국제대 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기자명 정상환 입력 2021.07.27 20:59

뜨거운 날, 가벼운 책읽기를 시도했으나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열두살, 대통령 선거에 나가다’ (美 댄 거트먼, 1996년)라는 동화책을 읽었다. 나름 베스트셀러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 추천하여 그 인기가 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이 눈에 띤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며 추잡, 음모, 난잡, 분열 등등, 열하(熱夏)에 짜증만 더하다 순수한 어린이들의 대통령 도전기가 흥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가 순진하다는 기대는 어른들을 뛰어 넘는 정치 감각과 탁월한 전략(?)에 뜨악해 졌다. 역시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물론 작가가 어린이를 등장인물로 세상을 지적한 날카로운(?) 풍자라 여기면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후보들에게는 승리를 위한 현실적 전략을, 유권자에게는 어떻게 속아 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괜히 어설프게 표절하느니 차라리 직접 인용하며 대통령 선거에 대해 내게 주는 시사점을 얻고자 했다.

시사점 1 : 준비되었다는 말에 매번 실망하지 말자!

"대통령도 자기가 뭘 하는지 도무지 몰라."

"사람들은 똑똑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야. 자기들을 살맛나게 해 줄 대통령을 원하는 거라고. 똑똑한 대통령을 원했다면 아인슈타인이 뽑혔지."

시사점 2 : 편 가르기에서 과감히 한발자국 떨어지자. 역시 선거는 편 가르기다. 이념별, 세대별, 지역별, 소득별, 남녀별...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어 내지만 나는 냉철해야 한다.

"지난 천 년 동안 어른들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왔잖아요. 이제 우리 같은 아이들이 나설 때가 된 거죠."

시사점 3 : 언론에서 공정과 신뢰를 기대하지 말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론곡필(假論曲筆)이 춤을 추지 않는가?

"저 밖에 있는 친구들은 절대 네 친구가 아니야.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티끌이라도 얻어내려 할 거야. 신문이나 잡지에 팔려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시청률을 높이려고, 웹사이트 조회수를 높이려고 말이야. 다 돈 벌려고 그러는 거지... 조심해라 아무도 믿지 마라."

시사점 4 : 아직도 정치인의 약속을 믿는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현혹되지 말자.

"손님은 항상 옳아. 그게 장사의 첫 번째 원칙이란다. 우리는 손님이 원하는 걸 제공해야 해.

손님이 진짜 쓰레기 같은 물건을 고집하면요? 그건 그 사람이 감당 할 문제지."

"이건 그저 선거 공약일 뿐이야 정말로 시행할 필요는 없어."

"정치의 첫 번째 법칙이 뭔 줄 알아? 바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거야."

시사점 5 : 디지털 세상, 사이버 정치의 시대에 휩쓸리지 말자.

"이제는 컴퓨터, 소셜 미디어, 이미지 메이커, 언론 전문가와 광고의 세상이라고. 선거는 샴푸를 파는 거랑 비슷해."

"공장을 방문하고 길거리 연설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난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 있는 곳, 즉 컴퓨터 앞에서 선거 운동을 벌였다. 이 무기의 장점은 내 지지자들이 이미 사이버 상에서 내 대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시사점 6 : 원하는 것 보다는 필요한 것에 주목하자.

"(tv토론) 넌 그냥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대중이 좋아하는 쪽으로 대답할 문장을 하나씩 외우기만하면 돼. 일반적인 미국인이면 네 생각에 동의하고 너한테 표를 던질 거야."

"(후보에게) 야 너에게 의견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냐?"

사실 이 책의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이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숨겨 둔다.

이 주인공(저드슨 문)은 당선되었을까? 뜨거운 여름, 일독을 권한다. 더위를 잊을 것이다.

해당 출판사와 관계가 없으며 절대 뒷광고가 아님을 밝힌다.

정상환 국제대 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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