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자치·분권 강화 국정운영 패러다임 돼야… 실천과제 고민 중"
기자명 이금미 입력 2021.07.11 20:06 수정 2021.07.11 20:45
‘신발끈 고쳐 맨다’는 말이 있다. 지난 11년 수원시장으로서 동분서주한 염태영 시장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안으로는 시민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애를 쓰는가 하면 밖으로는 수원시의 위상을 높이고, 자치분권을 이루고자 숨 가쁘게 달려온 민선 첫 3선 수원시장이다. 얼마 전 야구 해설가로 유명한 허구연씨는 "내가 만나 본 지자체장 중 언행이 100% 일치한 유일한 시장"이라며 추켜세운 바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수원시가 kt 10구단을 유치하면서 맺었다. ‘3선 제한’에 마지막 임기 1년가량을 남겨 둔 상태라 염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를 두고 경기도지사 출마설 등 말도 많다. 염 시장은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치와 분권의 강화가 새로운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를 실현할 가장 적합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내년 ‘수원특례시’가 출범한다. 특례시는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임기 중 이를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여 주기도 했다. 수원시민으로서 가지는 특례시의 가치는 무엇인가
"특례시가 지방자치의 꽃이라면, 그 꽃을 피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시민이다. 수원특례시 시민으로서 수원특례시의 역사를 내가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특례시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특례시라는 이름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지위와 권한은 결국 우리 시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나 도시 인프라를 차별 없이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면 특례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더 큰 도시로서의 성장 밑거름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재정 문제 등은 특례시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광역자치단체와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광역자치단체에 바라는 것은
"지난해 특례시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부터 특례시를 대도시에 대한 일종의 특혜로 생각하는 등 부정적 견해와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특례시는 광역의 권한을 뺏거나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광역의 부담을 덜어주고 협조자의 역할을 하는 자치분권의 새로운 모델이며, 다양한 형태의 지방자치단체 모습의 시작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보충성의 원칙에 기반한 사무배분의 기본원칙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 기초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무는 기초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례시는 다른 기초지자체와 비교해 인구와 행정수요가 많고, 역량이 있으니 4개 특례시가 요구하는 특례사무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토해 특례시가 할 수 있도록 권한 부여를 해줘야 한다. 특히, 수원특례시에 걸맞은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재정분권이다. 특례시 권한 확보와 2단계 재정분권을 위해 광역지자체도 함께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집권여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모든 기초단체, 특히 수원시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여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나야 했다. 짧았던 만큼 강렬하기도 했다. 7개월 동안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며 무엇을 이뤘나
"가장 큰 성과로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있을 것이다. 32년 동안 국회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에 이룬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 현장에서는 상당히 큰 쟁점이지만 상대적으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사안이어서 늘 뒷전이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1년이 넘도록 논의 한 번 못해보고 무산됐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제정한 ‘필수노동자 지원조례’를 소개해 민주당이 ‘필수노동자 보호지원법안’을 발의, 본회의에서 의결되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방정부가 선도적으로 추진한 정책사업을 전국화한 ‘Small Betting, Scale Up’ 사례에 해당한다.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정부들의 바람인 2단계 재정분권 논의가 부처 간 이해 충돌로 소강상태에 빠져있던 것을 당 차원에서 재점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 막바지 조율 작업 중이다. 애초 원안을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국정과제에 근접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한창일 때, 피해 맞춤형 집중지원 형태로 가야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고, 지급 대상에서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이 빠진 것을 다시 포함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 시장이 선출된다.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들이 10여 명이다. 그중에는 오래전부터 활동을 함께하고, 시정정책 등을 공유해 온 이들도 있다. 또 자칭‘리틀 염태영’이라고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차기 시장은 어떤 인물이 뽑혔으면 하나
"기본적으로 ‘도시에 대해 감수성’을 갖춘 분이셨으면 좋겠다. 수원시는 인구 125만의 거대도시다. 그만큼 현안도 많고 하나하나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것들이다. 그러한 현안들을 주어진 조건의 틀 안에서 관습적으로 접근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도시 문제를 행정의 틀로써 접근하는 것이 아닌,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을 말한다. 알량한 법령에 갇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특히 미약하기 그지없는 기초정부의 권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안될 게 뭐야!’하는 생각으로 법령의 틀을 넘어서는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론 도발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사람’을 잊지 않는 감수성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차기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곧 임기 중 풀지 못할 난제라고도 볼 수 있다. 수원은 몇몇 대기업과 시민들의 소비에 의존한 세수 불균형을 안고 있다.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공간은 부족해 혐오시설 등을 두고 민민 갈등도 이어진다. 소비도시에서 벗어나 생산도시로 나아가야만 지속가능한 시정을 펼칠 수 있을 텐데
"지난 11년을 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대목 중 하나는 수원, 화성, 오산 행정통합 실패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행정구역 통합 시도에 3개 도시 모두 출발 당시에는 시민 찬성율이 50%를 넘었었다. 하지만 해를 넘기며 통합논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지역에서 파열음이 들리며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3개 도시 행정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지적하신 대로 수원시뿐만 아니라 오산, 화성 모두 그 자체로 자족도시로 성장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의 역량으로 넘어설 수 없는 도시 면적, 산업 분포, 자연 생태계의 한계를 3개 도시가 뭉치면 해결할 수 있다.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이 굳이 제각각의 행정체계로 나뉘어 있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행복권을 가로막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의 저항도 큰 걸림돌이다. 같은 도시생활권역 내에 있는 중소도시들은 뭉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자치의 영역은 동이나 읍면 단위로 더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행정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1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업적과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 일은
"최근에 수원역 앞 집창촌이 완전히 폐쇄됐다. 10여 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어서 정말로 기쁘고, 어떠한 물리적 충돌 없이 당사자 간 협의의 결과로 이뤄진 것이어서 자랑스럽다. 아쉬운 점이라면 앞서 말한 3개 시 행정통합 무산이 있고 한 가지를 더 들자면 ‘트램’ 도입 불발이다. 트램은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시, 어딜 가도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시의 교통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교통수단이다.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이라 ‘탄소중립’ 방향에도 잘 맞는다. 수원에서 성공하면 전국화는 한결 수월해지는 것이었는데, 정책 결정자들이 이를 간과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금미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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