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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 주요 관심사업 등 종합/-은하수마을과 주변

[현장르포] 홍등 끄고 포차 개업… 집창촌 업종전환 확산

[현장르포] 홍등 끄고 포차 개업… 집창촌 업종전환 확산

기자명 박다예·박용규 입력 2021.05.30 21:08 수정 2021.05.30 22:22

몇몇 불켠 유리방 호객행위 여전, 오가는 인적 드물고 대부분 행인
수원시, 업종전환 유도 적극 추진… 일부 업주들, 문닫고 밥장사 시작
여성종사자들 잇단 자활지원 신청

# 지난 29일 밤 9시 30분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인 은하수마을. 경찰차 한 대가 진입하자 홍등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리창 안 여성들은 고개를 내밀어 문밖 상황을 엿봤다. 집창촌 자진폐쇄를 앞두고 지난 번 압수수색이나 경찰버스 출동 등 또다시 큰일이 날까 노파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유흥가에선 일상적인 취객끼리의 시비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손님을 기다렸다. 대로변에서 이어지는 ‘메인’ 거리는 화려했지만, 정작 발 들이는 손님은 몇 없었다.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안쪽 골목엔 여기저기 ‘업소 폐쇄’ 종잇장이 붙어 있었다.

# 같은 시간 은하수마을 출입구에서 화서역 방향의 길 건너 차려진 포차는 개업을 축하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오픈 둘째 날이었다. 집창촌 업주가 차린 가게였다. 그는 업소 폐쇄 일자를 받아놓고도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급하게 돈을 끌어 권리금 없는 허름한 곳에 업종을 바꿔 새 일터를 차렸다. 포차 주인 A씨는 "할 줄 아는 게 밥이랑 장사뿐이 없어 가게를 차렸다"면서도 "허름한 이 가게가 나 같은 업주들한테 새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29일 밤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114-3 일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은하수마을’의 유리방에 불이 켜져 있다. 박다예기자

수원시 등에 따르면 팔달구 매산로1가 114-3 일대 형성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2만2천662㎡)에 들어선 성매매 업소는 2019년 기준 113개, 관련 업주와 여성 종업원은 각각 70여 명과 250여 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현재 종사 종업원은 100명 이내로 파악된다.

집창촌 자진폐쇄를 이틀 앞둔 가운데 이날 은하수마을에서 불 켜진 일명 ‘유리방’은 35곳,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은 45명 안팎이었다. 이곳을 둘러보는 이들은 차림새도, 피부색도 제각각이었다. 이제 막 20대 들어선 듯한 앳된 청년부터 서류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중년, 떼로 몰려온 외국인 등은 저마다 유리방 속을 훑었다. 구경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인지 가격은 물어도 방 안으로 발을 들이는 이들은 몇 안됐다.

장사하는 가게에선 "놀다가", "잘해줄게"라는 등 호객이 있었지만, 오가는 이들이 적어 적막이 이어졌다. 무너질 듯한 건축물에 홍등을 켜고 가만히 앉은 중년 여성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냈다.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114-3 일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은하수마을’의 한 업소에 자진폐쇄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박다예기자

수원시는 이곳에 새로운 거점도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주와 종업원 사이 성매매 고리의 핵심인 업주들을 설득해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지난달부터 포차 개업을 준비한 A씨의 경우가 좋은 예다. 무허가 등 불법건축물의 추인허가로 용도변경을 통한 소규모 단위 자체 개발도 권유한다.

시는 슬럼화 방지 목적으로 기존 메인 도로에 맞닿은 곳에 거점공간을 조성한다. 4개 필지를 매입했고, 다음 달 시의회 의결을 앞둔 32억 원의 추경예산과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5억 원을 들여 5개 필지를 추가 매입한다. 시의원, 수원시정연구원,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이 모인 협의체는 건축·도시공간·도시재생 등 전문지식을 구상안을 만든다.

29일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114-3 일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은하수마을’의 ‘메인’으로 불리는 거리. 한 업소에 ‘업종 전환’ 알림이 붙어 있다. 박다예기자

여성 종업원을 위한 자활지원사업 신청도 밀려들고 있다. 지난 3월 19건이었던 현장 상담소 상담 실적은 이달 들어 7.4배 늘어난 140건으로 급증했다. 상담 대상자는 같은 기간 9명에서 51명으로 5.7배 늘었다. 개인사를 알리길 꺼리는 여성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탈성매매를 권유한 결과, 지난 25일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위원회’를 거쳐 20명이 지원대상자로 선정돼 생계·주거지원·직업훈련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예산은 기존 9천400만 원에 추경으로 4억4천만 원이 더해질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자진폐쇄 기한 이후 이 일대가 우범지역이 되지 않도록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늘리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전했다.

박다예·박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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