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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폐쇄 1호' 수원역 집창촌 상업지구 개발

'자진폐쇄 1호' 수원역 집창촌 상업지구 개발

수원시 재정비 추진 2년 결실
市, 개별 협의·보상 설득끝에
31일 60년만에 역사속으로
전국 첫 자진철거 합의 성과

"역세권 상업·업무지구 추진"

지홍구 기자

입력 : 2021.05.30 16:54:28

사진설명-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일대에 일부 노후 건물을 철거한 구역을 따라 5m 높이 천막이 쳐져 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31일 자진 폐쇄된다. [지홍구 기자]

지난 26일 오후 수원역 성매매 업소 집결지.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역이 코앞이지만 좁은 도로에 노후 건물 등 슬럼화가 진행돼 주변과 단절된 모습이 역력했다. 반경 300m 내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AK플라자,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숙박시설과 4800여 가구의 수원 고등지구와 대비되며 마치 '섬'처럼 고립된 느낌이었다.

집창촌 주 출입구 3곳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고 입구마다 '5월 31일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2만2000㎡ 규모의 집창촌은 어수선했다. 지장물 철거를 위해 세운 5m 높이의 황색 천막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고, 저층 노후 건물은 상당수가 철거돼 공터로 변해 있었다. 어수선함 때문인지 성매매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유은철 수원시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 팀장은 "단절된 상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길이 163m, 폭 6m 도로 공사를 진행 중인데 도로 구간에 포함된 19개 업소의 폐쇄를 시작으로 현재 100여 개 업소 중 40여 개만이 남아 있다"면서 "5월 말 모두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와 함께 경기도 3대 집창촌으로 불리던 수원역 집창촌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1960년대 조성된 이후 60년 만이다. 특히 전국 집창촌 30여 곳 가운데 '자진 폐쇄 1호'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원시가 2019년 1월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을 만들어 집창촌 폐쇄를 추진한 지 2년여 만에 자진 폐쇄란 결실을 맺자 주변 주민 등은 일제히 반가움을 표했다. 수원역 주변에서 만난 이 모씨(56)는 "동네 분위기를 개선해줘 고맙고 수원시와 경찰,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창촌 인근 숙박업소 관계자는 "집창촌 폐쇄가 진행되면서 월 100여 명이었던 외국인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면서 "손님이 줄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원역세권이기 때문에 집창촌 폐쇄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2층 건물을 매입해 일부 공간을 성매매 업소에 임대했다는 박 모씨(70)는 중장비를 동원해 불법건축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박씨는 "폐쇄에 동의한 만큼 동네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역 성매매 집창촌이 자진 폐쇄에 이른 건 당사자들의 양보와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애초 수원역 집창촌은 도시환경예정정비구역으로, 그 인근은 도시재생구역으로 묶여 재개발 사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해당 구역이 비행안전 제5구역으로 지정돼 높이 45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자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토지소유주의 동의(3분의 2)를 받기도 어려웠다.

결국 수원시는 강제 수용이 가능한 도시시설개선사업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하는 대신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을 만들어 집창촌 관계자 설득에 나섰다. 건물주에게는 이주보상비 외에 건물 외벽값, 영업주에게는 건물 인테리어 비용을 반환하는 식으로 보상했다. 성매매 종사자에게는 이주비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등을 제공하고, 임시 주거시설을 알선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집창촌이 폐쇄되고 나면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 수원역의 중심 상업·업무지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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