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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아이파크시티 '사기 분양' 논란…HDC·수원시는 나몰라

수원아이파크시티 '사기 분양' 논란…HDC·수원시는 나몰라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메일보내기

2021-04-03 06:00

 

권선지구 개발, 7천 세대 아파트 분양만 집중

쇼핑몰, 의료시설, 공공기관 부지 '빈 땅' 방치

사업성 고려 '계획 변경' 추진, 주민 거센 반발

'허위 분양' 논란, "기반 조성, 사업성 합의점 관건"

권선지구 내 미개발 부지 항공사진이다. 황무지로 방치된 채 쓰레기 무단투기와 우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 제공

경기도 수원아이파크시티 아파트 사업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이 분양 당시 광고했던 각종 생활 기반시설 조성을 10년 넘게 미루고 있어 '사기 분양'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HDC와 수원시는 개발계획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쇼핑몰·공공시설 대신 '빈 땅'…개발 손 뗀 HDC

2일 수원시와 HDC 등에 따르면 아이파크시티는 지난 2009년부터 분양을 시작해 6천600여 세대가 입주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다.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았던 HDC는 분양 당시 홍보물에 '판매시설·복합상업시설·공공도시기반시설(예정)'이라는 문구를 넣어 광고했다. 각종 생활 편의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입주민들 기대의 근거가 여기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아파트 분양 홍보물.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 제공

하지만 분양한 지 10년 넘게 지났지만 아파트들만 지어졌을 뿐 HDC가 광고했던 기반 시설들은 제대로 지어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개발 용지를 제외한 상업용지‧판매시설용지‧공공시설용지 등이 여전히 '빈 땅'으로 방치된 상태다.

한 입주민은 "대형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조성된다는 광고를 보고 분양받았는데 완전 속았다"며 "몇 년째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땅만 보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HDC "사업성 높여 개발하겠다" vs 입주민 "원래 계획대로"

HDC가 분양을 시작했던 2009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대한 개발을 중단해 버리면서 입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아파트 입주민들은 권선지구 도시개발 신속 이행 등을 촉구하며 수원시청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등지에서 집회를 이어 왔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 제공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해당 부지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조성해 사업성을 높여 개발하겠다는 HDC측의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원시가 받아들이려 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HDC는 대형 쇼핑몰이 예정됐던 상업용지(D1)에 공동주택을, 판매시설용지(F1, F2)에는 오피스텔을 각각 추가하는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안을 지난해 4월 시에 제출했다.

변경안은 지난해 11월 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에서 조건부 수용됐다. 계획 변경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수영장과 실내체육관을 포함한 학교 복합화시설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조건이었다.

또 근린생활시설과 병·의원을 지으려던 땅을 매각하겠다는 계획까지 설명회를 통해 알려지면서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권선지구단위 개발계획 변경안 도면.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 제공

또 다른 입주민 이모(45)씨는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면서까지 수원시가 자신들이 져야할 공공시설 조성 부담을 덜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학교복합시설은 이미 국비 40억원을 지원받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원시가 시 부담금 235억원을 아끼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

이에 입주민들은 원안대로 개발하지 않으면 '사기 분양'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입주민들로 구성된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시가 주민들이 반대하면 잔여 부지 개발이 무산될 수 있다는 식으로 겁박까지 하고 있다"며 "주민이 아닌 사업자를 위한 개발로 가는 것이 과연 지자체의 역할이 맞는 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수원시·HDC "주민 반대면 개발 불가"…입주민 "겁박하나"

하지만 수원시는 이미 2014년 하천, 도로 등 지구단위 개발사업은 모두 준공됐다고 선을 그었다.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기반시설들은 개발을 강제할 수 없는 민간 영역이라는 것이다.

HDC가 사업성 부족으로 개발에 손을 뗀 데다 시가 잔여 부지에 대한 개발을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얘기다.

변경안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대에 시는 이날 입주민 단체에 공문을 보내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해당 부지들에 대한 개발 자체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권선지구 내 사업 반대 민원에 대한 수원시 계획 통보문. 수원시청 제공

수원시 관계자는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에서만 조건부 수용된 것이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주민과 소통하며 최적의 대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 측은 계획했던 상업·편의시설 조성을 매듭짓지 못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기존 계획으로는 인접한 대형 상업시설(이마트, NC백화점 등)과의 경쟁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주상복합 형태의 개발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HDC 관계자는 "주민 반대가 심해 무작정 개발변경을 강행할 수는 없겠지만 개발 주체로서 사업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기존 계획 이행 책임, 변경 시 주민 의견 청취해야"

전문가들은 분양 광고를 믿고 입주한 주민을 위해 예정됐던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게 사업자와 관리·감독을 맡은 지자체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입주민들은 발표됐던 조건과 광고를 접하고 입주했을 것"이라며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고, 이를 위해 지자체가 사업자의 적극적인 개발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계획이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변경될 경우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시행사 의견만 내세울 게 아니라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잔여부지 개발에 대한 방안과 사업성 보완 대책을 논의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박창주 기자 다른 기사 보러가기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