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1위 버스회사는 어떻게 김봉현 먹잇감 됐나?
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메일보내기
2020-05-10 06:00
수원여객 소유권 뺏기 위해 내부에 침투한 김봉현 일당 회삿돈 유출에 노조 지부장 선출까지 차질 '이중고'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그의 일당이 수원여객운수(주)를 차지하기 위해 횡령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여객 강탈 사건의 핵심 '김모 전 재무이사'
계획의 중심에는 김봉현 회장의 공범으로 알려진 수원여객 김모 전 재무이사가 있었다. 그는 과거 한 증권사에 근무할 당시 수원여객을 인수하려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스트라이커)의 대출 승인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는 내부 사정으로 대출 승인이 나지 않았다. 곧바로 김 전 재무이사는 스트라이커에 라임을 소개했고, 270억원 대출을 받아 냈다.
스트라이커는 대출금으로 지난 2018년 4월 수원여객을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된다.
이때부터 김 전 재무이사는 라임을 이용해 수원여객에 대한 스트라이커의 소유권을 뺏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우선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김 전 재무이사는 스트라이커측에 자신을 수원여객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임해 줄 것을 요청한다. 대주주인 스트라이커측은 같은 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김 전 재무이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수원여객의 재무 담당 최고 위치에 앉게 된 김 전 재무이사는 자신들의 범행을 철저하게 은폐하기 위해 전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며 자신의 측근이었던 김모씨를 감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수원여객 재정과 관련한 전권을 쥐게 된 김 전 재무이사는 본격적으로 검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김봉현 일당 목적 회삿돈보다 소유권 가능성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일러스트=연합뉴스)
2018년 12월 김 전 재무이사는 대학 선후배 사이인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소개로 알게 된 김봉현 회장을 이종필 부사장에게 소개한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30억원의 웃돈을 주고 이 전 부사장과 수원여객의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전 재무이사와 김 회장은 스트라이커가 보유하지 못한 나머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 등 4개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에 돈을 빌려주거나 전환사채를 인수할 것처럼 허위의 서류를 만들어 총 161억원을 횡령했다.
이후 두 달 뒤인 2019년 1월, 라임은 갑자기 스트라이커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317업원을 갚으라는 내용의 한이익상실(EOD·만기 전 대출금 회수)을 통보했다. 스트라이커가 이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보고 근질권 행사로 수원여객의 지분을 빼앗아 소유권을 강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스트라이커가 317억원 모두를 상환해 버리면서 김 전 재무이사와 김 회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궁지에 몰리게 된 김 전 재무이사는 해외로 도주했다. 김 회장은 도주생활을 이어오다 지난달 23일 검거됐다.
◇자금 유출에 노조 내홍까지‥흔들리는 1위
1962년 설립된 수원여객은 540여대의 버스를 보유한 수원시내 여객운송 점유율 1위의 사업자다.
명성에 걸맞게 국민 전체가 힘들었던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도 월급 한번 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횡령 사건으로 회사 자금이 대량 유출된 데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승객이 줄면서 매 분기마다 지급하던 상여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횡령 사건이 붉어진 2019년 4월 임기를 남겨둔 노동조합 지부장마저 돌연 사퇴해 사측을 견제할 동력을 잃게 됐다.
1년 넘게 지부장 선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후보자들 끼리 허위사실 유포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부지부장이 지부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여객 노조 관계자는 "횡령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사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부장 선거를 이번 달 안에 마무리하고 사측의 입장과 대책을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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