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경제.부동산의 칸 ../-부동산(기타

소상공인에 무릎꿇은 배민…“다음은 직방?”

소상공인에 무릎꿇은 배민…“다음은 직방?”

배민 1일자로 가격정책 철회 공식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주요 스타트업 ‘위기론’

21대 국회 소상공인 출신 의원 입성 시작

소상공인 反하는 가격 정책 변경 사실상 ‘불가’

박호현 기자

2020-05-05 09:00:23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형 스타트업들의 향후 사업 전략에 위기가 올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다 소상공인과 정치권의 거센 반발로 정책을 철회했는데 비슷하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들도 이 같은 ‘리스크’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최대 부동산 앱 스타트업 직방은 최근 공시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4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년 만에 41억원 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년 100억원 안팎 매출 성장세와 안정적인 이익을 보이던 직방이 매출·이익 정체를 보인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향후 비대면 분양 마케팅과 아파트 분야 신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지난해 적자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인력 확충과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한 마케팅비 증가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사업 분야인 아파트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핵심 매출원인 중개사무소 광고비가 올해 실적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광고비나 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것이 실적 개선에 가장 빠른 길인데 최근 배달의민족 사례처럼 이 같은 정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기존 광고비 체계를 정률제 수수료로 가격정책을 바꿨다가 역풍을 맞았다. 소상공인들과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새로운 수수료 체계의 뜻을 접었다.

수익 구조가 비슷한 직방도 향후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직방에 광고비로 내는 금액은 50만원 안팎”이라며 “직방뿐 아니라 다방 등 여러 부동산 플랫폼에 광고비를 내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노출이 안 돼 수익이 하락하고 광고를 늘리면 비용 증가로 이익이 줄어들어 사실상 중개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협회는 직방과 꾸준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5년엔 네이버나 직방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항하는 부동산 앱 ‘한방’을 출시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협회는 한방을 키우기 위해 경쟁 플랫폼 매물 등록을 거부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시정명령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위에 시정명령을 받아 당장 대형 플랫폼들에 대항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과 소상공인의 최근 갈등은 다시 직방과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1대 국회에선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원내로 진입하고 벤처, 스타트업을 대변하던 웹젠 전 대표인 김병관 의원이 낙선하며 상대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스타트업 중에서 배민, 직방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매우 많다”며 “배달, 부동산, 인테리어 중개 시장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 성장세가 빠른데 이 분야 스타트업들도 향후 더 몸집이 커지면 이해관계자 반발 역풍에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MSWX6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