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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유혹 ‘NPL 부동산’ 투자 주의보

고수익 유혹 ‘NPL 부동산’ 투자 주의보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03:00

10억 투자 했다가 4억 건지는 등 위험자산 기반 투자로 피해 속출

“등기부로 확인 어려운 위험 많아 소액투자라 해도 신중한 접근을” 회사원 조모 씨(43)는 연 수익률 10%를 보장한다는 부실채권(NPL) 기반 부동산 투자상품 소개를 듣고 솔깃했다. 경매로 넘어간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에 투자한다는 상품이었다. 감정가가 45억 원으로 경매가 진행되면 은행이 설정한 25억 원의 담보금과 투자금 10억 원을 제외하고, 10억 원가량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500만 원의 목돈을 투자한 조 씨를 비롯해 200여 명의 소액투자자들이 10억 원을 투자했다.

실제로 투자 후 9개월간 매달 이자 명목으로 4만∼5만 원의 수익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초 낙찰가 43억 원에 경매가 진행되자 투자업체의 설명이 달라졌다. 파악하지 못한 선순위 채권 10여억 원이 해당 상가에 설정돼 있어 수익은커녕 원금 가운데 4억여 원만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투자자 70여 명은 최근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었지만 투자업체는 연락두절이다.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NPL 등 위험자산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NPL 부동산이란 은행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을 뜻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해 부동산 담보가 설정돼 있더라도 연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을 자산관리회사 등지에 내다판다. 자산관리회사는 경매를 통해 부동산에 설정된 담보보다 낙찰가가 높으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일부 연체이자도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어 관련 시장이 형성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NPL 유동화 시장은 연간 3조∼4조 원가량 규모다.

문제는 NPL 부동산이 경매를 거치더라도 낙찰률이 떨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복잡한 채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연체율 상승과 이로 인한 부실채권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금채권이나 세금 체납액 등은 금융기관의 근저당보다 우선순위를 가지는데 이 같은 내용은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며 “NPL은 소액투자라 해도 위험성이 커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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