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수원예총 회장 | 낯설지만 선거의 해에 늘 등장하는 단어가 매니페스토(manifesto)다. 공언, 선언이란 뜻이다. 후보자의 선심성정책이나 얼토당토않은 실현 불가능한 정책 남발을 막고 당선되어 공약을 잘 실현하였는가를 감시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18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도 고작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공약이 ‘빈 공자 공약(空約)’으로 그치는 듯하다. 결국, 헛소리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한 꼴이라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완료율이 40.3%에 그쳤다. 실망스런 결과다. 그밖에 정상추진 28.5%, 일부추진 23.1%, 보류·폐기 6.4%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 51명 가운데 공약 이행정보를 제출한 40명의 공약 878건을 분석한 결과다. ‘매니페스토’는 최선의 공약실천운동이랄 수 있다. 그만큼 매니페스토의 평가자료는 유권자에겐 무엇보다 소중할 수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수원은 1명만이 20건에 걸친 공약사항에 대한 이행정보가 공개되었고 3명은 공약이행정보를 매니페스토본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수원 국회의원들이 공약완료 건수나 공약 완료율이 도내 의원 중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기는 쉽지 않은 듯 여겨진다. 18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이달 16일까지 열리고 사실상 끝날 듯해서다. 앞으로 실천본부는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고 회신된 내용을 그대로 공개해 정직성에 대한 유권자 검증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국회의원들은 유권자의 기대와 압력의 벽돌로 차곡차곡 쌓여 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라는 걸 잘 느낄 터다. 공약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고, 이행된 내용은 반드시 유권자에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물론 매니페스토본부에 정보공개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거나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성격상 정치적인 구속력은 존재한다. 11명의 미공개 도내의원 가운데 수원은 3명이나 된다는 것은 부끄럽다. 무슨 이유로 미공개되었는지도 밝혀야 옳은 처사다. 의정활동보고서를 통해 유권자에게 공개할 수도 있지만, 매니페스토본부를 통해서 다른 지역 의원들과 비교하여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평가할 수 있도록 공약이행 현황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그렇다. 많은 공약이 한 건도 완료되지 않았다면 4년 동안 3억5천여만원의 엄청난 세비를 받고 의정활동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계획성 없이 오직 당선만을 위해 공약을 제시했다는 것밖에 안 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책비전’이라는 명목 아래 구체적인 재원을 마련할 대책도 없이 공약들이 남발된 탓이다. 소위 ‘포퓰리즘’ 또는 ‘무지개’ 공약을 남발해 공약의 의미가 퇴색되고 정책선거 풍토가 실종된 결과다.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4·11 총선에 나설 예비후보들이 1천500명에 육박해 치열한 공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는 345명이 등록해 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원 역시 4개 선거구에서 그와 비슷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예비후보들이 내거는 공약 역시 구체성이 결여된 장밋빛 공약 냄새가 짙다. 구태를 벗겨 내는 참신하고 현실감이 있으면 좋겠다. 이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만개하는 시대다. 선거공약을 통해 자신을 부각시킬 수단으로 잘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후보자 인물은 바로 그가 제시하는 유권자 구미에 맞는 공약이 최대의 무기다. 그래서 공약개발이 중요하다. 좋은 공약은 유권자의 눈과 귀로 검증된다. 선거를 주도하는 주체가 후보자나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다. 유권자는 단지 투표권만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과정 전반에 걸쳐 정보를 교환하며,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 옥석을 가린다. 공약이 신뢰를 잃으면 유권자는 경계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