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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삶] 겨울비와 봄비-사이의 미학 - 이해균 화가, 해움미술관 대표

[문화와삶] 겨울비와 봄비-사이의 미학 - 이해균 화가, 해움미술관 대표

이해균

기사입력 2020.02.20 21:51

사이의 미학은 시각적 공간보다 보이지 않는 심상의 간극에서 사유할 수 있다. 물체와 물체사이의 틈과 같은 물리적 사이가 아닌 개념적 공간의 의미가 깊다. 간혹 휴대폰을 충전하려 주변을 돌아보면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아이폰 케이블이 대부분이다. 반면 기성세대가 군집해 있는 곳은 갤럭시 케이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세대 간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심리적 사이의 미학을 조우하게 된다. 이 틈은 표상적 차이를 떠나 정신적 사이가 더 가까운데 산업화 시대를 겪은 기성세대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국가관을 어릴 때부터의 교육 경험으로 중요시 한다. 이에 반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젊은 세대들은 철저한 상품의 질과 효용 가치,그에 따른 시장경제를 우선시 한다. 나에게 필요한 상품의 질이 단순한 국가의 브랜드를 개개인이 의미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축구 한일전을 함께 응원하는 것과 같은 공동의 국가관이 존재하는 것은 사이의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들뢰즈의 차이의 미학은 A와 B 사이의 차별 즉 비례의 등식이 아닌 반비례적 의미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어도 단순한 감각적 다름의 차이는 사이와 다르다. 사이의 미학이란 단순한 형상적 차이가 아닌 미묘한 마음의 틈에서 존재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생충은 금수저와 흙수저의 간극을 주제로 한 사이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올 겨울은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리듬 없이 이어졌다. 소한이 와도 춥지가 않고 대한이 와도 주사 바늘 같은 혹한의 긴장감이 없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던 한해의 끝과 시작이 어제 같은데 벌써 새해 들어 한 달이 지났다. 이월은 신년초의 겨울 일월과 봄이 시작되는 삼월 사이에 있다. 이러한 달과 달의 사이는 다른 여느 달의 사이보다 느낌이 다르다. 겨울과 봄이 바뀌기 시작하는 환절기이기도 하지만 잠시 시간을 재생해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사짓는 사람은 파종 준비를 해야 하고, 각종 스포츠는 개막전 채비를 해야 하고. 학생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삼월이 오면 새 시즌의 시작 지점이기도 한 것이다. 올 겨울은 춥지 않아 겨울비가 와도 봄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차가운 겨울비와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는 근원이 다르다. 김종서의 겨울비와 이은하의 봄비가 다른 것처럼.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노래’라는 겨울비는 이별의 슬픔이 서려있지만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 왔네.’라는 봄비는 떠나간 연인의 재회를 노래하고 있다. 겨울비와 봄비 사이는 이별과 재회로 이어지는 사랑의 애락(哀樂)이 담겨있는 것이다. 김용택 시인의 연가 ‘사랑’은 정과 한을 내재한 사랑과 이별 사이의 애틋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같고, 겨울비와 봄비 사이 같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생각해 보고 있습니다./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잊을 건 잊어야겠지요./…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바라고 있습니다./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어디선가 또/새 풀이 돋겠지요.…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던 어느 날/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우리 둘은 참 좋았습니다./이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그러나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이해균 화가, 해움미술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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