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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수원 인두화 명인 이건희 작가 “명인 자부심, 다양한 전시 선보일 것”

[문화인] 수원 인두화 명인 이건희 작가 “명인 자부심, 다양한 전시 선보일 것”

신풍동서 공방 운영, 작가 양성 힘써
화성행궁 일원에 전시체험관 조성을

각각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은퇴를 선언한 ‘국민 타자’ 이승엽(45)과 ‘국민 우익수’ 이진영(41)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왼손잡이, ‘국민’이라는 칭호가 붙은 별명, 현역 생활을 오래한 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점 등등이 있지만 그 중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은퇴 전후로 수원에서 ‘인두화’를 선물받았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지난 2017년 8월18일, 이진영은 지난해 7월28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수원화성 운한각이 그려진 인두화를 전달 받으며 의미 깊은 은퇴 행사를 치렀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두화를 향한 관심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인두화를 그린 작가는 이건희 작가(55)로 수원의 인두화 1세대 작가다. 그는 현재 수원 신풍동에서 ‘이건희인두화창작소’를 운영하며 개인 작품활동과 인두화 작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그의 문하에는 약 40명의 문하생이 저마다 밑그림을 그리고 인두로 개성넘치는 작품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인지 지난 7일 창작소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거대한 해바라기를 형상화 한 작품은 물론 뛰어다니는 말을 담은 작품, 먼 풍경을 그려낸 풍경화 등이 목판 위에 인두로 새겨져 있어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두화는 숙련자의 경우 그림을 직접 그리고 초보자는 도안을 이용해 밑그림을 확보한다. 이어 먹지를 이용해 밑그림을 나무판에 새긴 후 인두로 해당 부위를 태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로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데 일가견을 보였다. 성인이 된 후 POP 공예, 수채화, 벽화, 페인팅 등을 통해 꾸준히 예술 활동을 해오던 중 인두화 특유의 모노톤이 가져다 주는 절제미가 아름답게 느껴져 본격적으로 인두화 작품활동에 나섰다.

올해는 그가 인두화를 시작한지 벌써 10여 년이 된 해다. 그 사이 2015년에는 천천동에서 신풍동으로 공방을 이전하기도 하고, 지난 2018년에는 수원시와 협업해 수원문인협회 시인들의 시 50여 점을 대상으로 인두화로 이미지를 새겨 시화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또, 구민회관과 공방 등의 공간을 활용한 교육은 물론 회원전과 순회전도 수십차례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수원시와 경기도의회로부터 도내 문화예술계 발전에 이바지 한 점을 인정받아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사)한국문화예술명인회에서 지난해 9월28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두화 명인으로 인정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인두화 명인으로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명인 인증을 통해 자부심과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라며 “회관과 공방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던 중 요양환자 분들이 작품을 만들 때 잡념이 사라져 평온한 상태를 느끼고 위로를 받는 걸 보고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현재 그는 오는 11월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인두화 전시를 열 예정이다. 약 20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1인당 2~3점의 작품을 준비해 전시관을 풍성하게 채울 생각이다. 이외에도 향후 문하생 위주의 전시가 아닌 인두화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과 인두화 동아리를 꾸려 폭 넓은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작가는 인두화와 관련한 계획 외에도 수원시와 수원 문화계가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했다. 현재 수원 화성행궁 일원은 당초 조성 의도와 달리 공방이 점점 카페와 요식업체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는 행궁 일원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은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원주민 이탈과 타 시군의 타 업종의 무분별한 유입 관련 우려를 표현하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작가는 “행궁 일원이 공방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공방 보증금과 월세가 올라가며 점차 카페와 요식업체가 가득한 거리로 바뀌는게 달갑지만은 않다”라며 “수원 문화ㆍ관광계의 최대 난제인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방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여건 확보는 물론 전시체험관 조성을 통한 체험 기회 확보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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