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n쉼]수원 클레르몽페랑 아트프로젝트 - (장혜홍 섬유예술가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관장)
- 경기신문
- 승인 2019.11.10 19:05
장혜홍 섬유예술가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관장
이 글이 지면에 나올 때 쯤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수원 클레르몽페랑 아트프로젝트는 파리-클레르몽페랑-런던을 걸치는 3주간 일정이다.
수원 화성행궁 팔달산 언덕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대표 조희철)는 매년 국제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5년에는 뉴욕-베를린, 2017년은 유럽, 2018년은 뉴욕아트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올해는 파리에서 기차로 4시간 가는 중부 산악도시에 있는 클레르몽페랑 아트프로젝트이다. 클레르몽페랑 한글학교(교장 박선영) 주관으로 머큐어 클레르몽페랑 호텔 초청 전시를 한달간 한다. K-pop 영향으로 한국 문화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클레르몽페랑 주말에 여는 한글 학교에는 한인 학생뿐 아니라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프랑스 성인,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클레르몽페랑에서 대학 강의를 하며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쓰는 박선영 교장은 클레르몽페랑 행사 때마다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시, 공연, 체험 등을 진행 한다.
클레르몽페랑에서 한국 청색 프로젝트란 제목으로 장혜홍 개인전과 더불어 오픈날 진행되는 호텔과 한국학교에서 초청한 수십명 앞에서 한국청색을 비단과 모시에 물들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한다. 또 행궁재 갤러리에서 이번 행사를 위해 개발한 한국 갓끈에서 영감을 얻은 전통보석 목걸이와 한국전통염색스카프, 한국 누빔을 소재로 한 토씨와 조끼 등 문화 상품이 함께 전시돼 직접 착용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를 더 이해하게 된다.
머무는 동안 진행할 3차례의 워크샵은 프랑스 작가들과 학생들에게 스튜디오와 학교 도서관에서 조각보 만들기와 호박 브롯치, 한국 전통 염색을 가르친다. 이어 진행될 방송 등 인터뷰는 한국여인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삶의 애환이 깃든 섬유 예술이 오늘날까지 국경을 초월해서 현대 작가에 의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릴 예정이다.
규합 총서와 입원십육지에 나와 있는 한국 전통 염색법으로 한국 전통 청색을 모시와 비단에 다양한 색상으로 물들이는 일은 고되고 힘든 노동이다. 동쪽을 의미하는 청색은 한국민 모두가 사랑할뿐 아니라 다양하게 실재 생활에서 사용해 왔다. 백색에 가까운 옥색 선비두루마기부터 혼인 때 필수적으로 해갔다는 나주 영산강 지역의 쪽색 이불과 치마 저고리 그리고 신육복 그림에서 나타나는 미인도의 남색 치마색은 현대인의 안목으로 보았을 때도 무척 매력적이다.
옥색, 벽색, 회청색, 남색, 아청색등의 청색을 의미하는 이름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30여년을 한국의 색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숱한 고민을 하면서, 조각보에 나타난 미적 감각을 넘어선 현대적 의미의 현대미술로 표현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이제 조그만 해답을 찾은 새롭게 만든 한국청색 프로젝트 작품들을 가지고 국제적 평가를 받기 위해 포장하면서 설레임이 앞섰다.
서양도 로얄블루라 해서 청색을 무척 사랑한다. 또한 청색을 만드는 인디고는 인도의 나온 청색이란 의미가 있듯이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청색 또한 다양한 이름이 붙여지기까지는 청색을 만들기 위해 색을 불러내는 매염재로 사용한 한국의 자생 재료에 그 차이가 있다고 생각 된다. 그안에서 한국의 자연속에서 보여지는 한국인의 심성을 담은 색이름도 탄생 했을 것이다.
바늘과 실로 엄청나게 고된 손작업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워크샵을 위해 재료 포장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을 한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가.
아마도 누군가가 길을 열어 놓는다면 그다음 누군가는 좀더 쉽게 가지 않을까하고 대답 한다. 비단 미술에서만 해당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수원의 조그만 행궁재에서 길을 연다면 그다음은 더 크고 단단히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일이 빨리 되면 모든 어려움과 시행 착오도 웃으면서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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