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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사업계획도 못짜"…부동산 PF 규제에 시행업계 위기감

"이러면 사업계획도 못짜"…부동산 PF 규제에 시행업계 위기감

조선비즈

 

 

입력 2019.12.13 13:00

정부가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개발업계가 시름에 잠겼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그동안 공동주택(아파트) 외에도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물류창고, 복합시설 등을 개발할 때 증권사 등의 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줄이 막히면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금융산의 부동산 PF 규제로 부동산 개발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연합뉴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은 28조1000억원이며, 이중 증권사가 26조2000억원으로 90%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PF란 미래 사업성을 담보로 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6월 말 기준으로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원이다. 2013년 말 이후 연평균 11.6%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2013년 말부터 지난 6월까지 약 5년 6개월 만에 2조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불어났다. 채무보증을 주로 하다 아예 직접 대출까지 늘리는 추세인 것. 같은 기간 여신전문회사의 대출 잔액도 2조6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개발사업은 실물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위험이 큰 만큼 은행(1금융권)에서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반면 증권사는 그동안 위탁매매 수익이 감소하며 부동산금융 쪽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부동산을 개발하는 시행사와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증권사 PF가 급격하게 늘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개발사업이 위험에 처하면 시행사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규제를 통해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됐다. 이전에는 채무보증 한도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에게는 부동산 PF 대출과 채무 보증의 합계를 여신(대출)성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부동산 PF 대출만 여신성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부동산 PF 채무보증에 대한 제한은 없었다. 부동산 PF 대출과 같은 비율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령 메리츠종금증권은 6월 말 기준으로 약 7조7000억원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자본(3조5200억원)의 2배에 이른다. 이런 회사는 부동산 PF 채무보증을 100%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내년 7월까진 부동산 채무보증의 50%만 한도계산에 포함하는 등 2021년 7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당장 부동산개발을 하는 시행사들은 앞으로 자금을 조달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당장 거액의 현금을 쥔 대형 시행사를 제외하면 리스크가 큰 대형 개발사업에 뛰어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시행사들은 총 사업비의 10~20%만 갖고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부동산 PF 규제로 자금줄을 죄면 사업계획조차 짜지 못하는 일이 허다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소형 시행사는 개발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다"고 말했다.

물론 금리가 더 높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사업비용이 늘어나면서 분양가에 전가될 수 있다. 리스크가 더 큰 P2P(개인 간 거래) 대출로 시행사들이 자금줄을 바꾸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오피스텔을 짓는 한 시행사 대표는 "금리 부담이 커지더라도 P2P와 보험사, 저축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는 개인을 중심으로 P2P 부동산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시행사들이 뛰어들면 급속하게 대출이 불어날 수 있다. 이미 지난 6월 기준 P2P부동산대출 잔액은 87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 늘었다.

기존 사업장도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시행사는 부동산 PF를 받기 이전에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을 통해 브릿지대출을 받고, 향후 PF를 받은 뒤 이를 상환한다. 입주시기가 안 맞아 세입자가 잔금을 전세대출을 통해 낼 수 없을 때 가족이나 다른 대출처를 통해 고금리를 부담하고서라도 단기간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PF를 받기 전까지는 계속 리파이낸싱(재대출)을 통해 각종 수 수료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시행업체들이 핵심 자금줄로 생각한 증권사 부동산 PF가 막히면 아예 사업을 중단하거나 토지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규모 시행사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이들이 주로 개발사업을 펼치는 지방 부동산시장이 더욱 침체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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