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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개발’ 부동산정책, 이대로 가면 됩니까

‘규제와 개발’ 부동산정책, 이대로 가면 됩니까

 

역대 정부 중에 가장 세다는 부동산규제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져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문턱은 낮아졌지만 실제로는 대출이 안돼 중산층·서민이 아닌 현금부자의 ‘로또청약’이라는 논란이 들끓는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잠적하는 집주인이 속출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으로 기회를 노리는 투기세력이 판을 친다. 정부의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올해와 내년 약 40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또 국비가 투입되는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방 소도시마저 투기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우려가 커진다. 최근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도시재생사업 전체가 위기에 몰렸다. 정부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정책이 전면 재검토돼야 할 때다.

◆소비심리지수 바닥인데 부동산 기대 높아

지난달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 경기 판단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두달째 하락해 최근 5년 대비 미래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반면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한달 만에 4포인트 오른 97포인트를 나타내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아파트값이 상승전환한 데 따른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최근 지난해의 최고가 수준을 뛰어넘어 거래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대출 규제와 세제가 강화돼 한동안 거래가 급감하던 것이 1년도 채 안돼 살아났다. 몇달 만에 수억원 떨어진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다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등은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20억~38억원에 거래됐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는 10년 이상을 보는 장기투자 상품이므로 우상향을 예상하고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부동산경기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승세가 확산하려면 거래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거래량이 예년의 30% 수준”이라며 “개발 호재가 있는 곳으로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동산경기는 침체됐지만 일부 지역의 개발 호재가 많아졌다. 정부가 3기신도시 개발을 위한 광역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을 동서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광역급행철도(GTX)를 포함해 크고 작은 철도 및 도로사업이 추진된다. GTX A·B·C 노선이 모두 개발 완료되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연결해 서울까지 출퇴근거리가 30분 안으로 단축된다. 사업 진행이 장기간 소요되지만 일반적으로 개발 호재가 부동산시장에 반영되는 시기는 착공 전후 사업 초기임을 감안할 때 집값 상승요인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잇따라 내놓았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 아파트 공급을 막았지만 강남 복합환승센터가 연말 착공하고 수색 역세권 개발도 추진된다. 서울 최대 규모의 복합빌딩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수조원대 사업비가 투입된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재건축 규제와 관련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주택공급은 공공임대주택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택공급 규제와 개발 호재가 결국 고가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더 올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기신도시·도시재생뉴딜 전면 재검토 필요

정부의 3기신도시 계획은 엄청난 반발에 가로막혔다. 1·2기신도시 일산과 파주 주민은 인근 3기신도시로 개발 예정인 고양 창릉지구가 수요를 빼앗아 도시 슬럼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집단집회를 진행하면서 주민과 시의원 등이 몸싸움까지 벌이는 폭력사태로 확대됐다.

길종성 3기신도시 철회 일산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은 지난달 청와대 앞에서 3기신도시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길 공동대표는 “1기신도시가 슬럼화돼 도시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3기신도시 계획을 철회하고 결정 이전의 토지거래 내역 등을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3기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켜 집값 급등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공급난이 심각하던 1980~1990년대 신도시정책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주택보급률은 2017년 기준 전국적으로 100%가 넘고 서울 96.3%, 경기도 99.5%다. 다가구·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감안하면 서울과 경기도도 100%를 넘는다는 분석이 있다.

1기신도시 건설이 시작된 1989년 이후 수도권에 수많은 신도시가 생겨났지만 서울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모든 신도시가 판교나 분당처럼 성공한 신도시를 꿈꾸지만 이는 결국 ‘아파트 재테크의 성공’을 의미한다”면서 “제2의 강남, 제3의 강남을 추가적으로 만들 뿐 당초 정부가 내세운 서울 주거안정을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비판했다. 3기신도시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이 본격화되면 부동산시장으로의 재유입을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개인 재산권 분쟁으로도 치닫는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부동산투자와 거리가 멀던 조용한 동네에 투자자가 유입돼 가난한 사람은 100만원짜리를 300만원만 준다고 해도 팔지만 이후 땅값이 500만원, 1000만원으로 올라 주민 공동체를 산산이 흩어버린다”면서 “동네의 주인이 없는 이런 모습이 지역경제 발전이자 성공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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