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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찾기 힘드네"…깐깐해진 조합과 줄어든 마진 복병

"시공사 찾기 힘드네"…깐깐해진 조합과 줄어든 마진 복병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 입력 2019.02.05 14:44


    ‘재건축 대박 신화’를 새로 쓰겠다는 욕심이 과한 탓일까. 최근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판이 틀어지거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재건축 조합들이 눈에 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이 예상수익을 한층 꼼꼼하게 따지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조합원들과 계약 조건을 두고 이견을 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조선일보DB


    최근 시공사를 선정 입찰에 나선 서울 강동구 ‘천호3구역 재건축’ 사업은 대림산업만 시공사 입찰에 응했다가 유찰됐다. 관련 법규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고시’ 제6조 2항에 의하면, 경쟁 입찰을 하는 경우에는 2곳 이상 입찰해야 유효경쟁으로 인정된다. 대림산업은 특별한 조건 변경 없이 다시 응찰할 계획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 재건축’ 사업 입찰에 한화건설만 참여해 무효가 됐다. 한화건설 측은 다음 입찰 일정 등을 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진행된 강남구 ‘구마을 3지구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도 롯데건설만 나서면서 무산됐다. 대치동 1만4834㎡ 구역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최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재건축) 규제가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변경된 원칙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일 아니겠느냐"며 "(최근 유찰된 사업장들은) 조합이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눈높이가 높아,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니까 (입찰에) 안 들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주가 곧 건설사와 브랜드의 입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강남권 정도를 제외하면, 출혈 경쟁을 불사할 만큼 매력적인 사업장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HDC현대산업건설과 결별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가 그런 경우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추진 단지는 최근 조합장 해임 논란에 정부 점검 등으로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2개월 동안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대치쌍용2차, 개포주공1단지, 흑석9구역, 이문3구역을 집중 점검해 총회 의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예산을 유용한 사례 등을 적발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에 시공참여의향서를 낸 한 건설사 관계자는 "3주구의 경우 앞서 시공사 선정 등이 마무리된 1·2·4주구 재건축을 본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건설 정도의 조건에 현대건설과 맞먹는 브랜드를 원하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은 것"이라며 "몇몇 대형 건설사들이 애초에 입찰의향서도 안 낸 것도 수지타산이 안 맞을 것 같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 응찰 때문에 2번 이상 유찰된 재건축 사업장은 관련 법 시행령에 따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어, 조합과 응찰에 나선 건설사가 원만히 합의를 이루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빠르게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은 신청 서류만 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홍보나 설계안 마련 등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이라며 "입찰에 참여했다가 선정되지 못하면 관련 비용이 모두 손실로 처리되는 만큼,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손익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투자에 대한 관심도 잠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집값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았고,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도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 본적으로 재건축 투자는 ‘특정한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원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서울 신축 아파트는 언제나 투자와 보유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다만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1~2년 전보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관련 규제도 강화돼, 여유자금이 많은 경우에나 평소 관심을 둔 매물을 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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